21. 베리다


‘바라보다'의 제주 방언으로 사전에는 ‘바라다'의 방언으로 올라와 있다. 정확히는 ‘어떤 것을 향하여 보다.’라는 뜻의 ‘바라다-3’일 거다. ‘바라다'가 형태 변화를 크게 하면 ‘베리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사 경 베리멘?”은 “왜 그렇게 꼬나보냐?”라는 뜻으로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22. 속다


‘수고하다'를 뜻하는 제주 방언인데 대체 왜 이런 어형이 나온지는 모르겠다. ‘석다(썩다)’의 옛말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폭삭 속앗수다"나 “하영 속앗져게"와 같은 표현은 수고했다는 말이다.



23. 골겡이


‘호미'의 제주 방언이다. 육지에서 말하는 ‘낫'은 제주에서 호미라고 하며 벌초 때 친척 어르신들이 “호미 셔?(호미 있어?)”라고 많이들 하신다. ‘호미'에 해당하는 제주 방언 ‘골겡이'는 ‘갉다'에서 온 말로 추정된다. ‘골겡이'는 ‘ᄀᆞᆯ겡이'로도 적는데 ‘갉다'가 ‘ᄀᆞᆰ다'였으므로 여기에 제주 방언에서 자주 쓰이는 접미사 ‘-엉’이 붙고 뒤에 음절을 늘리기 위해 ‘-이'가 붙었다면 ‘ㄱㆍㄹ겅이/골겅이’가 되고, ㅣ 역행 동화로 ‘ㅔ'로 변했다고 하면 ‘ᄀᆞᆯ겡이/골겡이'가 되었을 것이다.


24. 재기


‘재기'는 ‘빨리'의 제주 방언으로 ‘재기재기 해라'라는 말은 ‘빨리빨리 해라'라는 뜻이다. ‘재기'는 ‘재다'에서 파생된 말로 ‘재빠르다'의 그 ‘재'다. ‘재다'는 ‘동작이 재빠르다’라는 뜻이다.


25. 잣


제주 방언에 ‘잣성'이라는 동음이의어 반복 구성의 단어가 있다. ‘잣성'은 목장 경계용 돌담을 의미하는데 ‘잣'이 무언가를 둘러싼 ‘성'이라는 의미의 말이기 때문이다. ‘잣'은 고대 국어 ‘sasi/casi’ 정도로 재구되는 ‘サシ(일본서기)’와 ‘城叱(혜성가)’에서 그 고형을 찾을 수 있다. 어말의 s가 종성 ㅅ으로 들어가고 어두의 s가 약화되어 ㅈ이 된다면 ‘잣'이 된다. 즉 고대 국어의 흔적을 보유하고 있는 어휘라 할 수 있다. 


26. 아시


동생의 제주 방언으로 ‘아우'의 옛말 ‘아ᇫ'에서 온 말이다. ㅿ는 방언에서 ㅈ이나 ㅅ으로 변하는데 여기선 ㅅ으로 변했다. "아시야"는 "동생아"라는 뜻이다. 나중에 제주도의 가족 관련 방언 얘기할 때 다른 친족어도 함께 쓸 예정이다. 


27. 적갈/젓갈


‘산적'의 제주 방언이다. 차례나 제사 때 “적갈/젓갈 좀 들엉 와라"라고 하면 산적을 말하는 거다. 난 ‘젓갈'이 소금에 짜게 절인 음식 말고도 산적을 의미하는 표준어인 줄 알았다. 


29. 테역

‘잔디’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사전에 ‘테역' 말고도 ‘떼역’과 ‘퉤역'이 방언으로 올라온 것으로 보아 이 형태는 ‘잔디'의 옛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훈민정음 문헌에서 처음 보이는 ‘잔디'의 옛말은 ‘ᄠᅱ'이다. 15세기에는 ‘ᄠᅱ'와 ‘젼ᄠᅬ'가 공존하였는데 ‘ᄠᅱ'와 ‘ᄠᅬ'는 동원어일 것이다. ‘ᄠᅱ'는 17세기 ‘쟘ᄠᅱ'라는 형태로 나오는데 이는 아마 ‘쟌ᄠᅱ'에서 ㅂ의 영향으로 ㄴ이 ㅁ으로 바뀐 것일 거다. ‘쟌'은 ‘작다, 가늘다'를 뜻하는 ‘쟐-’의 관형형이고 ‘ㅳㅟ'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을 뜻하는 ‘띠'의  옛말이다. ‘젼ㅳㅚ'의 ‘ㅳㅚ’는 현재 사전에서 ‘흙이 붙어 있는 상태로 뿌리째 떠낸 잔디’로 풀이되는 ‘떼'의 옛말이다. ‘잔디'라는 단어가 ‘ᄠᅱ/젼ᄠᅬ → 쟘ᄠᅱ→ 쟌ᄠᅱ → 잔듸 → 잔디'의 변화를 거쳐 형성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16세기 이후로 보이지 않는 ‘ᄠᅬ'만을 따로 놓고 보면이 ‘ᄠᅬ'와 ‘떼', ‘퉤', ‘테'의 유사성을 볼 수 있다. ‘ㅳ’은 17~18세기에 이르러 자음군이 아니라 단순히 된소리를 나타내는 표지로 쓰였으므로 ‘ㄸ'과 발음상의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뙤'는 단모음화를 거쳐 ‘떼’가 되었으리라 말할 수 있다. 중앙어와 달리 근대국어 시절 방언에서는 ‘ㅚ,ㅟ'의 대대적인 단모음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ㅳ’과 ‘ㅌ'은 언뜻 보면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제주 방언에선 일부 격음이 어두자음군에서 유래됐다. 즉 ‘ᄠᅬ>퇴>테/퉤'로 볼 수 있다. 제주 방언에서 단모음 ‘ㅚ'의 발음은 없으므로 ‘퉤'로 쓰는 것이다. 따라서 ‘떼, 퉤, 테' 모두 작은 풀을 의미하는 ‘ᄠᅬ'에서 온 것이며 ‘역'은 ‘잔뒤역'에서 보이는 그 ‘역'일 거 같긴 한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다.


30. 홈치


이건 젊은층은 아니지만 중년층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함께', ‘한꺼번에'의 제주 방언으로 ‘홈치 먹어 불게'는 ‘한꺼번에 먹어 버리자' 또는 ‘함께 먹어 버리자'와 같은 의미이다. ‘함께'의 옛말이 ‘ᄒᆞᆫᄢᅴ'였는데 ㄴ이 ㅂ의 원순성에 동화되어 ㅁ이 되고 ㅁ과 ㅂ이 연속되자 ㅂ은 탈락한다. ‘ᄒᆞᆫᄢᅴ’는 ‘ㅎㆍㅁᄭᅴ’가 되고 18세기 무렵 아래아의 음가 소실로 인해 ‘함ㅺㅢ'가 등장한다. 중앙어에서는 ‘함ᄭᆡ’도 등장했는데 ‘ㆎ’가 ‘ㅐ'와 발음이 같아지고 ㅐ와 ㅔ의 발음 혼동으로 인해 ‘함ㅺㅔ’가 된다. 근대 국어 말 합용병서는 폐지되고 된소리 표기는 각자병서로 하는 것으로 표기법이 굳어지자 ‘함께'가 나온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볼 것은 ‘ㅎㆍㅁㅺㅢ’이다. 제주에서 아래아는 좀 더 원순성이 있는 모음이므로 ‘ㅎㆍㅁᄭᅴ’는 ‘홈ᄭᅴ’의 형태로 쓰였을 것이다. 그리고 ‘ㅢ'는 단모음화를 거쳐 ‘ㅣ'가 되어 ‘홈ᄭᅵ’가 됐을 거다. 여기서 앞서 말한 합용병서가 격음으로 변화한 현상을 적용하면 ‘ㅺ’이 ‘ㅊ'이 되어 ‘홈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ᄭᅩᆯ'로 쓰이던 ‘꼴'은 제주에선 ‘촐'로 쓰이고 ‘ᄭᅩ리'로 쓰이던 ‘꼬리'는 제주에선 ‘촐리'로 쓰인다. 즉 ‘ㅊ'은 ‘ㅺ’에서 온 것으로 보면 된다.


31. 호끔


‘조금'의 제주 방언으로 ‘호끔만 기다립서게'와 같은 문장에서 쓰인다. ‘끔'은 ‘금'이 경음화를 거친 것이라 보면 되고 일부 제주 방언의 ‘ㅎ'은 아마 ‘ㅈ'과 대응하지 않나 싶다. 우선 ‘호끔' 말고 ‘ᄒᆞ끌락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작다'를 뜻하는 말로 ‘쪼끌락하다’와 그 형태가 비슷하다. 다른 표현은 아직 찾지 못했고 증명할 자료로 부족해 잘은 모르겠지만 제주 방언과 중앙어 간의 ㅎ과 ㅈ 간의 어떠한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다. 


32. 봉그다


‘줍다'의 제주 방언으로 대체 왜 ‘봉그다'란 어형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대체 ‘봉그다'가 나온 거지? ‘봉-그'로 분석할 수도 없고 애당초 ‘봉'이 왜 나온 거지


33. 설르다


‘그만두다', ‘관두다'의 제주 방언으로 ‘설거지하다'라는 뜻도 있다. 사실 ‘설거지’의 그 ‘설겆’과 연관이 있는 단어이다. ‘설겆다'라는 용언은 문증되지 않지만 ‘설엊다'는 문증된다. 즉 ㄱ 약화로 인해 ‘설겆다'는 ‘설엊다'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설겆다’는 ‘설다'와 ‘겆다'의 합성어일 것이다. ‘설다'는 ‘치우다, 수습하다'를 뜻하는 옛말이지만 ‘겆다'는 단독으로 쓰인 예가 없다. 아무튼 ‘설르다'는 ‘설다'에서 나온 말로 무언가를 치운다는 것은 관둔다는 의미이므로 이렇게 뜻이 확장되었을 거다. 


34. 가사


‘우산'의 제주 방언으로 ‘미깡'과 마찬가지로 외래어가 방언으로 굳어진 예이다. ‘かさ(kasa)’에서 온 말로 일본과 교류가 잦아 일본어에서 차용된 방언이 좀 있다. 


35. ᄒᆞᆫ저


“ᄒᆞᆫ저 옵서예" 따위에서 쓰이는 ‘어서'의 제주 방언. 육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제주 방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ㅎㆍㄴ저'의 어원을 조사해 보려고 했지만 딱히 유의미한 성과는 보지 못했다. 과거에 ㅅ과 ㅈ이 같은 구개음 계열이기도 했고 방언형에서 ‘ㅈ~ㅅ'을 넘나드는 표현이 많다 보니 ‘어서'의 ‘서'는 제주 방언에서 ‘저'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어두의 ‘ㅎ'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ㄴ'은 대충 파찰음 앞 ㄴ첨가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혼자'라든가 '면서'라든가.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할머니께서 나에게 “ᄒᆞᆫ저 들어오라"라고 많이 하셔서 나에겐 익숙한 표현이다. 


36. 구덕


‘바구니'의 제주 방언이지만 주로 아이를 눕혀 재우는 바구니를 의미한다. ‘구덕'을 몽골어 차용어로 본 주장이 있지만 ‘구덩이'를 뜻하는 ‘굳'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미 중세 문헌에 ‘굳'에 접미사 ‘-억'이 붙어 어형의 안정성을 확보하였고 원래 구덩이를 뜻하나 깊게 파인 바구니까지도 의미가 확장되었다 할 수 있다.  

    

37. 물애기


‘물애기'는 ‘갓난아기', ‘젖먹이'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태모의 양수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이 붙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여러 설 중 하나다. ‘물애기'는 [무래기]로 발음될 것 같지만 [물래기]로 발음한다. 


38. 똥쌔기


위의 ‘물애기'와 함께 어린 아이를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말로 ‘똥싸개'에서 형태가 변한 말이지만 말을 잘 안 듣는 아이에게 쓰는 말이다. 주로 아이가 혼날 때 이런 말을 듣는다.


39. 수웨기


‘돌고래'의 제주 방언으로 가장 미스테리한 단어다. 걍 ‘돌고래' 방언 자체가 특이한데 ‘꼽뎅이(강원)’, ‘곱시기(경상)’, ‘감수기/수에기/수웨기(제주)’ 등의 방언이 있다. 꼽뎅이, 곱시기, 감수기는 서로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수웨기'는 도저히 모르겠다. 수웨기 이름 따서 만든 가게가 꽤 있는 듯하다. 


40. 구젱기 

얘도 좀 특이하게 생겼다. ‘소라'의 제주 방언인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일단 ‘잎생기', ‘빙에기' 따위에서 보이는 지소 접시마 ‘-ㅇ기'ㅡ ‘-엥기'를 도출해 내면 ‘구제’가 남는다. ‘구제'가 소라를 뜻하는 어휘로 볼 수 있지도 않을까? 제주 방언에 ‘조가비, 조개'를 뜻하는 ‘조개이/조갱이'가 있는데 이 ‘조개'의 ‘ㅗ'가 ‘ㅜ'로 변했다면 ‘주개'랑 ‘구제'가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라고 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잘 모르겠다. 


41. 모살


‘모래'의 제주 방언으로 모슬포와 같은 지명에서도 보인다. ‘모슬포'는 ‘모살개'로 불리던 지역으로 모래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 ‘모살'은 ‘모래'와 연관이 있을 거 같긴 한데 그 어휘사를 분석하기가 까다롭다. 우선 ‘모래'는 원래 ‘몰개'였다가 ㄱ 약화로 ‘몰애’가 되고 연철로 인해 ‘모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방언형에 ‘모새/모쌀(경남)’, ‘목살/모사(전남)’이 있는 것으로 보아 ‘ㅅ'이 존재하던 말이 15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였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