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프랑스어로부터 차용된 단어에는 '비강세음절 모음약화' 현상이 강하게 적용된다
즉, 이런 단어는 비강세음절에서 모음으로 /ə, ɪ, i, ʊ, u/만 가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냐면, 영어 고유어는 비강세음절에서 모음으로 /ə, ɪ, i/만 가질 수 있는데
이런 고유어의 음운 규칙이 중세 차용어에도 강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 현대 차용어에는 이 현상이 그다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꽤 많은 중세시대 프랑스어 차용어가 일부 조건에서는 '비강세음절 모음약화'를 겪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례를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보았다

1) 어떤 단어에 접미사가 붙어 파생어가 만들어질 때 강세가 이동하는 경우
títan > titánic
írony > irónic
sárcasm > sarcástic
파생어의 비강세음절이 원형 단어의 강세음절에 대응한다면, 그 음절이 원래 모음 발음을 지킨다
(주로 접미사 -ic, -ical이 붙을 경우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2) 3음절 이상의 긴 단어가 둘째 음절에 강세를 가지는 경우
septémber
novémber
첫째 음절에 모음약화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대체로 단모음을 가지지만 가끔 장모음을 가지기도 한다

3) 일부 접두사와 접미사
un-, re-, sub-, -ate, -ite
un-은 고유어 계열 접두사이지만 라틴어 계열 단어에도 자주 결합한다
re-는 recycle 같은 일부 단어에서만 원래 모음 발음을 지킨다
sub-는 suc, sug, sup, suf, sus, sur로 바뀌지 않았을 때만 원래 모음 발음을 지킨다


4) 철자 <u>가 단어의 마지막 음절에 나타나는 경우
vólume, vírtue, íssue
장모음 /u:/를 선호한다
(단, nature, vulture처럼 <u> 뒤에 <r>이 오는 경우에는 모음약화가 적용된다)

5) 접두사+어근 꼴로 형성된 2음절 단어
refund, contract
이런 단어들은 상당수가 동사로 쓰일 때는 어근 부분에 강세가 있지만,
명사로 쓰일 때는 접두사 부분에 강세가 있는 패턴을 따른다
(단, 동사로 쓰일 때와 명사로 쓰일 때 모두 어근 부분에 강세가 있는 단어도 많다)
이때, 동사로 쓰여 어근 부분에 강세가 있으면, 접두사 부분이 모음약화를 겪지만,
명사로 쓰여 접두사 부분에 강세가 있으면, 어근 부분이 원래 모음 발음을 지킨다

이런 2음절 단어들의 강세 위치는 매우 불규칙하게 나타나지만
예) contact: 동사일 때 contáct로도, cóntact로도 발음할 수 있다
exile: 동사일 때 반드시 éxile로 발음해야 한다
complex: 명사일 때 cómplex로도, compléx로도 발음할 수 있다
일단 강세가 접두사 부분에 놓인다면, 어근 부분이 원래 모음 발음을 지킨다는 현상은 일정하게 나타난다

(ádjective, ínfinite처럼 3음절 단어의 강세가 접두사 부분에 있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근 부분이 원래 모음 발음을 지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