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없으니 전철 안에서 보이는 것마다 꽤 자세하게 보게 되는데 노약자석 앞위에 달린 손잡이들은 보통 四(死)로도 해석되는 네 개였는데 아니 이 칸에는 그러니까 이 전동차 전체에는 노약자 좌석 앞의 손잡이가 다섯 개더군 그렇지 않은 손잡이들은 열 개를 맞추었으니 그것은 사람 손가락이 열 개 발가락도 열 개라는 뜻이며 내 차림이 아니 신경쓰일까 줏어신은 운동화엔 검은 자죽이 확연하고 얇은 긴바지는 싸구려에 웃도리 잠바는 아파트 경비원이나 입을 것이겠고 배낭 또한 하천 둑에서 줏은 것으로서 그 내용물을 본 결과 그것은 대학입학시험을 본 사람이란 게 나왔었다 샤프펜슬이라는 게 같이 나왔을 때 거기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1학년도 대학수학 능력시험이랬다 또 배낭엔 세월 따라 녹슬어 떨어진 단추 하나가 보이고 줏어쓴 모자 또한 야구팬 모자인데 그 광고가 싫다며 떼어버린 흔적, 무엇보다 전철 안 휴대전화 통화문자질을 도무지 안하는 나는 독서를 하지 집에서는 그럴 리가 없겠으나 사전을 열심히 본다 불한사전을, 왜 이 사전이냐 하면 그게 얇고 새로워서다 돋보기 안경에 볼록렌즈를 또 하나 들고서 본다 얼굴은 칠팔십대처럼 검버섯이 났으며 남들을 보면 어디 한 군데 흠이 안 보이는 차림새였지만 그렇다고 뚱뚱한 사람들이 없을 수 있겠는가 요샌 피둥피둥 살찐 사람들 닭집처럼 많아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