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르다 / 모르지
2. 몰르다 / 몰르지
구어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모르다/모르지\'를 \'몰르다/몰르지\'로 발음하는 것 같은데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문득 \'모-르\'보다 \'몰-르\'가 발음하기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먼저 \'모-르\'로 발음할 때 \'모\'는 모음으로 끝나서 구강이 폐쇄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르\'을 발음해야 하는데
어두에 오는 \'ㄹ\'이 탄설음이라서 혀끝을 치경에 붙였다가 떼어야 합니다. 붙였다 떼어야 하는 과정이므로
에너지가 소비되고 좀 번거롭겠죠.
반면 \'몰-르\'로 발음할 때는 \'몰\'이 \'ㄹ\'로 끝나는데 어말에 오므로 설측음입니다. 구강 중앙이 폐쇄되지요.
물론 구강의 양쪽 끝으로 공기가 통하지만요. 구강 중앙을 폐쇄한 상태, 즉 혀끝(설단)을 치경에 붙인 상태로 끝나는데요.
혀끝이 치경에 붙어있으므로 이후 \'르\'를 발음하면 혀끝을 치경에서 바로 떼기만 하면 됩니다.
동작 하나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ㅅ- 왜냐면 \'모-르\'에서는 \'르\'를 발음할 때 혀를 치경에 붙였다 떼어야 하니까요.
아니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르\'를 발음할 때 \'모\' 발음이 끝나기도 전에 혀가 이미 다음 음절 발음을 준비하는 거지요.
그래서 \'모\'를 발음하는 동시에(어차피 종성도 비었으니까) 다음 음절 초성인 \'ㄹ\' 을 발음하기 위해
조음자인 혀끝이 조음점에 미리 가있는 거죠. 원래는 붙였다 떼어야 하지만, 이미 붙어있는 거지요.
즉 반을 먹고 들어 간다는....ㅋㅋㅋ -,- 외국인들은 빨리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몰르다/몰르지\'라고 절대 발음하지 않겠지요.
무무한 자의 아주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모국어가 뭐냐에 따라서도 외국인마다 차이가 있겠죠. 특히 일본 사람들은 절대 \'몰르다\'라고는 발음 안 할 것 같네요. 어쨌든 모르다/몰르다 이건 표준어도 아니고 지방에서는 쓰지도 않는 걸 보니 최근 생긴 서울 사투리인 것 같습니다. ~구요(고요)도 마찬가지로... 근데 대중매체에서 서울 사투리를 마치 표준어인 양 너무 자주 소개하고 있으니 이제는 지방에서도 \'그건 몰르구요~\' 이렇게 발음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듯. 특히 젊은 여자층에서.
그리고 제 생각인데 \'몰르다\'는 입 안에서 공기를 머금는 시간이 좀 더 길어져서 그런지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습니다. 별로 듣고 싶은 말도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네요. \'몰르다\'는 아마 \'ㄹ\'불규칙활용의 영향으로 어간이 마치 \'몰-\'처럼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요. 다른 예로 구개음화가 \'끝\'이라는 단어를 \'끛\'으로 바꿔버린 것 같기도 한데([끄트로]해야할것을 [끄츠로]하는 경우가 많음)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표준말을 장려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지방에서 태어나서 지방에서 오래 산 죄로 자연스럽게 습득한 지방 억양(사투리 어휘 제외) 자체를 무조건 비하하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 사람들도 표준말을 써야한다는 사명감에서 그걸 쓰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r\'발음을 \'l\'발음화하는 건 수도권 사투리 맞는 거 같아요.
난 모르다/모르지가 더 발음이 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