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분명히 표음문자인데 어떨 때 보면 표의문자처럼 보일 때도 있다. 아니, 표의(表意)라기 보다는 상형문자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 그대로 의미하는 것의 형태를 형상화한 글자 말이다.

특히 한 음절로 된 단어들에게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꽃’이라는 단어. 영어의 Flower는 당연히 꽃을 형상화한 단어가 아니다. 상형문자의 대표격이라는 한자를 보자.

花. 이것을 보고 꽃을 연상할 수 있을까. 이 단어는 물론 한자의 구성원리인 육서 중에서 상형(象形)이 아니라 형태 혹은 의미와 소리의 값을 가지는 두 글자를 합친 형성(形聲) 문자다. 혹은 회의(會意)로 볼 수도 있다. 풀이 변해서 된 게 꽃이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이 한자는 꽃이라는 의미를 직접 형상화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표음문자인 한글로 적힌 ‘꽃’을 보자.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받침의 ‘ㅊ’이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보인다. 그리고 중성인 모음 ‘ㅗ’는 마치 지면 위에 솟아난 줄기처럼 보인다. 마치막으로 초성의 ‘ㄲ’은 절반쯤 고개를 숙인 꽃잎처럼 보인다. 기가 막힌 형상이 아닌가.

재미있는 건 이 글자를 위아래로 역전시켜도 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ㅊ’은 마치 화려하게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비슷한 예로 ‘물’이 있다. 마치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처럼 보이지 않는가. 혹은 하늘에서 떨어진 후 지면을 흐르는 빗물처럼도 보인다.

상형은 아니지만 ‘나’와 ‘너’의 경우 선을 경계로 반대되는 개념을 의미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마치 한자의 ‘上’ ‘下’처럼 말이다.

틀림없는 표음문자인 한글. 그런데 자세히 보면 상형 혹은 표의의 역할을 하는 것도 같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