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자모(子母)라는 부속품이 모여 1개의 글자 즉, 문자를 구성하는 특이한 글자체계이다. 이로인해 생각지 못한 특별하고도 중요한 기능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표의성(表意性)이다.
표의문자란 하나의 문자가 그 문자 만의 고유한 의미를 갖는 문자를 말한다. 예를 들것도 없이 한자가 대표적인 표의문자이다.
그런데 모아쓰기라는 형태음운론적인 시스템을 장착한 한글 역시 적지 않은 수의 표의문자를 포함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꽃과 흙, 앎, 밖, 쉼, 닭, 꿩, 삵, 넋, 몫, 값, 숯, 쌀, 칡 ... 이들 단음절 단어들은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문자로 표현되는 것들이다. 더욱이 표기상으로 다른 의미로 쓰이는 일이 없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고유성을 갖춘 표의문자이기도 하다.
위의 문자(여기서는 단어 대신 문자라고 하겠다)들은 그 문자만의 의미를 가지며 문장이나 단어 속에서 다른 의미로 혼용되거나 바뀌는 일 없고 형태조차 흔들리지 않은 채로(닭은 물론 예외) 절대적으로 고유성을 갖춘 채 사용된다.
이것이 한자로 대표되는 표의문자와 다를 것이 어디 있는가.
반면 로마자로 대표되는 알파벳은 수십개 내외의 문자 중 하나의 문자가 언제 어디서나 하나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없다. 아주 특수한 경우 하나의 문자가 문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 문자가 홀로 쓰이는 경우는 없으며 의미조차 갖지 못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글은 표음문자다. 자음과 모음을 이용하는 알파벳이다. 그런데도 하나의 문자에서 음절을 보여주는 음절문자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일부의 경우이긴 하지만 표음문자로서는 예외적으로 많은 수의 표의문자를 갖고 있다.
달리 할 말이 없다. 한글은 문자가 해내고자 했던 역할의 모든 것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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