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 어머니에게 선물로 받은 표준국어대사전. '국어연구원'이라고 이름을 썼는데, 그냥 제가 다른 곳에서도 쓰던 이름으로 쓰렵니다; 이게 편해서요. 다음은 윤동주의 시 '길'의 전문입니다. ----------------------------------------------------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올해 초에, 윤동주 시집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읽던 중, 이 시를 읽고 한시간 가량 멍하니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윤동주의 시선이 느껴지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지만, 머리속으로는 천천히 그려지는 영상. '하늘은 부끄럽게 푸'르다는 내용의 5연이 참 감명깊었습니다. 그런데, 가을에 수능 대비를 해주시던 선생님이 이 시를 설명하시며 3연의 '쇠문'을 통해서 항일 의지를 찾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담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 '조국 광복에의 의지'라면서. 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아가 담 안쪽에 있고 쇠문이라는 것은 이상을 가로막는 일종의 '현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만…. 궁금합니다. 시문학이라는 것이 다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시를 항일적인 내용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