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설(右文說)
nn(61.75)
2005-02-15 19:21
추천 3
<그림은 沈括>
앞에 우문설(右文說) 얘기가 나온 고로 몇 글자 적어 봅니다.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라고 하는 육서(六書) 중에서 형성(形聲)이라 함은 예컨대 花에서 풀초(艸)가 뜻을, 化는 음을 나타내는 식으로 표음부와 표의부로 합성하는 방식의 글자를 말합니다.
우문설(右文說)이란 이런 상식과 달리 형성자의 성부(聲符)에서 뜻(어원)을 찾는 학설이며, 일반적으로 형성자의 왼쪽에 표의부인 부수가 오고 오른쪽에 표음부인 성부가 오는 것에서 우문(右文)이라 함은 바로 성부를 가리킵니다.
무릇 언어란 음성이 있고 나서 이후에 문자가 있는 것이니 우문설에서는 형성자에서 성부가 단지 표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원상의 의미에 더 밀접하게 닿아 표의를 겸하는 것에 주목한 것입니다.
우문설의 기원은 성훈(聲訓)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소리가 같거나 비슷한 글자로 자의(字義)를 해석하는 것을 말하며 예를 들면 <설문해자>에서 東을 설명하기를 "東, 動也" 라 한 것이나, <논어>에서 "政者, 正也", <예기/중용>에서 "仁者, 人也. 義者, 宜也"라 한 것 등이 있는데, 모두 東, 政, 仁, 義라는 글자의 뜻을 설명하기 위해 각각 발음이 같은 動, 正, 人, 宜를 들어 설명한 것입니다. 아예 이런 식의 어원을 묶어놓은 유희의 <석명>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다분히 자의적인 것으로, 엄밀한 근거없이 우문설을 확대 해석할 경우 견강부회로 흐를 염려가 커, 심지어 왕안석 같은 이는 "滑은 水의 骨이다", "坡는 土의 皮이다" 따위로 형성자를 회의자로 둔갑시키는 억설을 하여 비난받기도 하였습니다.
우문설로 설명하는 글자의 예를 보건대,
"戔은 小의 뜻이니, 水의 小(물이 작은 것)는 淺(얕음), 歺의 小(썩은 뼈의 작은 것)은 殘(부숨), 貝의 小(재물이 작은 것)은 賤(천함), 金의 小(쇠가 작은 것)은 錢(돈)이니, 모두 戔을 뜻으로 삼은 것이다" (왕성미)
共은 양손으로 물건을 받쳐든 모양으로 供의 초문(初文)이며, 恭은 供奉할 때 공경하게 하므로 心이 첨가되고, 拱은 손을 맞잡은 모습으로 재방변(才=手)가 첨가되고, (上共下手)는 양손을 형틀에 채우는 것으로서 手를 넣은 것으로 共의 표음과 표의를 겸하며,
農의 파생의로 농후하다(濃)는 뜻이 있어, 종기가 나서 고인 피고름을 膿(肉+農), 진한 술을 醲(酉+農: 酉는 술빚는 병의 상형임), 초목이 무성한 것을 穠(禾+農), 옷이 두꺼운 것을 (衣+農), 털이 많은 개를 (犬+農)이라 하니 農이 모두 표음과 표의를 겸하며,
句는 '굽다'는 뜻으로, 拘(굽다), 鉤(갈고랑이), 佝(꼽추), 痀(곱사등이), 胊(굽은포)에서도 句의 의미가 살아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고대에 의미의 분화와 형성자의 생성이 밀접한 관계에 있어 성부가 의미로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나 우문설이 모든 형성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매우 제한적인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앞서 왕안석의 억설과 같이 견강부회로 흐르기 쉽습니다.
동원사에서 의미 분화가 나타나는 경우는 극소수인 것 같고, 많은 경우의 형성자는 여러 단어를 서사하는 데 사용되었던 가차자가 의미 별로 분화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