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카나 쓰기가 끝나자 메이지 유신을 배웠다. 다음에는 꼬마 패들이 모두 \'카, 키, 쿠, 케, 코\'를 합창했다. 저기 교실 뒷전에서는 오자부로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영감님이 안경을 끼고 두 손으로 \'황국 신민의 서사\'를 든 채 꼬마 패들과 함께 한 자, 한 자 읽고 있었다. 그도 몹시 열중해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감동으로 떨고 있었다.

히로히토 덴노의 무조건 항복 선언 풍문을 접한 일본인 아베 선생님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조선인 학생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일본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언어임을 잊어서는 아니됩니다. 충량한 황국 신민이라면 설혹 미제의 노예가 될 처지에 빠지더라도, 황국어만 잘 지키면 스스로의 손에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음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문득 신사의 종이 정오를 알렸다. 이윽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침통한 음성. 바로 이 시각에 창 밖에서 \"대한 독립 만세!\" 소리가 울려왔다.

일본인 선생님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초라해 보였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미나상, 미나상. 와따시와…! \"하고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선생님은 끝내 말 끝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칠판을 향하여 돌아서시더니 분필 한 조각을 집어 온 힘을 다하여 되도록 크게 쓰는 것이었다.

\"天皇陛下万歲! (덴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

그러고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한참 있다가 말없이 학생들에게 손짓으로 알렸다.\"가거라, 가! 수업은 이미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