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 호칭의 확장
우선 호칭과 존대법 측면에서 상대방을
1) 나는 상대에게 존대하고 상대는 나에게 하대함 -> 상대를 '형/누나/언니/오빠'로 여기고 '형/누나/언니/오빠'로 부름
2) 나도 상대에게 하대하고 상대도 나에게 하대함 -> 상대를 '친구'로 여기고 이름 및 2인칭 '너'를 사용하여 부름
3) 나는 상대에게 하대하고 상대는 나에게 존대함 -> 상대를 '동생'으로 여기고 이름 및 2인칭 '너'를 사용하여 부름
의 세 부류로 나누고 재분류를 웬만하면 허용하지 않는 '형-친구-동생'의 삼분법.
(재분류라 함은 '형'이라고 부르던 상대를 갑자기 '너'라고 부르는 것 같은 상황을 말함)
애초에 가족도 친척도 아닌 사람끼리 형-동생 가르는 것도 희한한 일이긴 한데,
여기서 형/친구/동생을 가르는 기준이 보통 한국식 세는나이라는 것.
2010년 12월 31일생과 2011년 1월 1일생은 하루 차이여도 한 살 차이가 되어 형-동생으로 (엄진근)하게 갈리고
2011년 1월 1일생과 2011년 12월 32일생은 364일 차이여도 동갑이 되어 '친구'가 되는 것.
2. 선후배 관계의 확장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선배-동기-후배'를 그대로 '형-친구-동생'으로 치환.
학년이 같으면 실제 친한 정도와 관계 없이 '친구'라고 말함.
'선배님'과 '형'이 사실상 같은 의미로 사용.
타학교의 학생에 대해서도 이 선후배에서 파생된 (유사)형동생 개념이 확장되어 결국엔 "전국민이" 학년에 따라 형동생이 구분됨.
(마치 해병대에서 타부대 병사끼리도 선후임을 따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음)
3.
이제 1번에 의한 '형-동생'과 2번에 의한 '형-동생'이 충돌함.
(편의상 빠른생일이 아닌 사람을 '느린생일'이라고 칭하겠음)
2번에 의하면 형인데 1번에 의하면 친구가 되는 상황이 빠른충과 느린충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이 때가 바로 빠른충은 느린충에게 형대접을 받고 싶어하지만, 느린충은 빠른충을 형 취급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이 됨.
빠른충은 고등학교 때까지 익숙하게 겪었던 선후배 개념의 확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고,
느린충은 선후배 관계는 고등학교 때까지나 유효한 것이고 그 뒤에는(보통 대학교 진학부터)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여기서 빠른충이 "박쥐" 내지는 "족보 브레이커" 같은 소리를 듣게 되는데,
예컨대 A와 B가 형동생 관계일 때 C가 A와도 친구, B와도 친구 관계를 맺으면 A와 B 사이의 형동생 관계를 깨트려 버리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
족보 브레이커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빠른충 때문에 구하라와 강부자가 친구가 되는 모순이 생긴다"
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런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 같음.
한번 형이면 영원한 형이고 한번 동생이면 영원한 동생이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형과도 친구이고 동생과도 친구인 존재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겠지.
이게 심해지면 결국 빠른충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 되어버림. 실제로 몇 년 전에는 입학기준일도 아예 세는나이 기준으로 바꿔버렸고.
(다들 빠른충 없어졌다고 좋아함)
기왕 있는 형-동생 관계를 아예 없앨 수는 없더라도, 엄격하지 않고 유연하게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많은 한국인들은 이걸 유연하게 만드는 것을 정상적인 질서의 파괴 정도로 생각하는 듯.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꼰대들이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닐진대, 어째서 자발적으로 이런 관습을 강화해 나가는 건지 모르겠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