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올라온 '영남이'의 사례는 우리가 보통 아는 압존법과는 상황이 좀 다름.

가정, 군대, 회사에서 사용하는 압존법은 이름이 아니라 직함을 압존(壓尊)하는 방법임.

(설명의 편의를 위해 아버지, 어머니 같은 걸 가정 내 직함이라고 간주)

여기서 서열관계는 '청자>언급대상>화자'이므로, '상급자인 청자가 그보다 하급자인 언급대상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을 사용하면 되는 거임.


가족을 예로 들어보자.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아범은 회사에 갔습니다."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아님)

왜 아범이라고 말하는가?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아범'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자식이 있는 아들은 대놓고 이름을 부르기보다 점잖게 칭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낮춤말인 '아범'을 사용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아버지'이지만 압존하면 '아범'이 되는 것임.


군대나 회사도 마찬가지. "김 과장은~"으로 말하는 것이 압존된 상태이다.

화자 입장에서는 '김 과장님'이고 청자 입장에서는 '김 과장'이다.

하급자에 대한 약간의 존중의 뜻으로 이름을 막 부르는 게 아니라 직급명을('님' 없이) 사용하는 거임.

군대에서 "유식이 어디 갔냐?"에 "유식이는"이 아니라 "김유식 일병은~"으로 대답하는 것도 '김 일병님'이 높임말이고 '김 일병'이 낮춤말이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알겠지만 이름 자체를 낮추지 않고 직함만 낮추고 있음.


그런데, 조영남처럼 따로 직함이 없는 상태일 때가 애매함.

'조영남 선배님'을 낮춰서 '조영남 선배'라고 하거나, '영남이 형님'을 낮춰서 '영남이 형'이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나,

'선배'나 '형'은 '님'을 떼더라도 상서열자가 하서열자에게 사용하는 호칭이 아니다. 조영남이 송해의 선배인가? 송해보다 형인가?

그래서 조우종은 송해 입장에서 조영남이 '영남이'이니까, 그에 맞춰서(?) '영남이'라고 압존을 한 것 같다.

사실 이게 제대로 된 압존 방식인지는 모르겠음. 근데 압존법을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명확한 대안이 딱히 없음.


국립국어원에서는 사제간에 압존법을 적용한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명시를 안 한 걸로 알고 있음.

(공식적 자료 있으면 알려주기 바람. 몰라서 그럼)


일본식 압존법이라면 아예 직함도 떼고 성(姓)만 말하면 됨. 근데 한국어에서는 거런 식으로는 안 쓰잖음?

일본에서 성만 말하는 걸로 압존이 성립하는 이유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성만으로 부를 수 있기 때문이겠지.

한국에서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격의 없이 부를 때면 보통 이름(given name)만으로 부르는데, 그렇다고 압존법을 쓸 때 이름만 넣는 건 또 어색하고.


혹 '조영남 씨'는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