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국제적 수요는 문학 작품의 하나하나의 문학적 가치를 합산한 것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무슨 국력타령? 체코가 세계적인 경제적 문화적 강대국이어서 밀란 쿤데라가 인정받습니까? 중국은 국력도 영향력도 센데 왜 현대 중국 문학 시망입니까?"
- 이 문장을 거꾸로 뒤집으면 문학적 가치의 합산이 문학에 대한 수요를 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수요가 없는 문학은 문학적 가치가 없는 문학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바로 이것이 당신은 국제적 인정을 받지 안은 문학이 문학적 가치가 뒤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매우 naive한 생각이죠. 문학의 가치라는 것 자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판단하느냐에 따라 같은 작품에 대해서도 상이해질 수 있는데 말이죠. 솔직히 체코작가 중에 가장 뜬 사람 둘이 밀란 쿤데라랑 프란츠 카프카인데 둘다 체코어보다 더 문학적으로 수요가 많았던 언어로 저술을 출판했기 때문에 유명해질 수 있었던거고, 심지어 쿤데라는 자신이 체코에서 태어났을 뿐이지 프랑스 작가로 봐달라고 요청한 결과, 쿤데라의 작품은 체코문학으로서 이해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불문학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쿤데라의 유명세에는 당시 국제적 지형도 중요합니다. 공산주의와 소비에트연방을 비판하는 작품이 대다수며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주의 정권이 탄압한 작가였기 때문에, 자유세계에서는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스스로 자유세계로 넘어온 지성인 쿤데라를 옹호하고 띄워줄 필요가 있었죠. 물론 쿤데라 본인이 문인으로서 능력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언어로 출판했다는 사실, 그리고 냉전체계라는 상황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그 정도의 인지도를 얻지 못했겠죠. 이 사실을 통해서도 문학작품, 더 나아가 문학어가 국제적 인정을 받으려면 문학 그 외의 요소, 즉 언어권 자체가 지닌 영향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이건 당신만 빠지는 오류가 아니에요. 요즘 국문학계에서도 갑자기 한국학, 국문학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드디어 세계가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인정했다고 자위하고 있지만 현실은 K Pop과 K Drama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따라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더 많아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현대 중국 문학 얘기하셨는데 오히려 체코는 한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현대 중국 문학계는 두 명을 배출해냈습니다(1988년에도 나올 뻔 했는데 해당연도에 사망해서 불발). 한 명이 지금 프랑스로 망명가있기는 하지만. 물론 노벨문학상이 문학적 성취의 절대적 지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럽 중심적으로 수상자를 선출하는 노벨문학상에서 두 명이나 나온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잘 모르시면서 척하지 마세요.


타 언어에 비해 스페인어가 학술어나 문학어로서의 위상이 현저하게 낮은 건 사실이지. 남미 문학 얘기하는데 토착 언어 다 밀어내서 현지인들이 자언어문학 발달시켜서 어쩔 수 없이 아직도 스페인어문학을 생산해내는거지
"마리오 바스가스 요사 파블로 네루다 이사벨 아옌데 이런 남미 작가들이 인디오입니까? 무슨 토착 언어 타령? 남미 작가들은 대부분 혈통적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후손들입니다만?"
 - 인종 문제까지는 예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남미 문학을 서문학의 일부라고 볼 수 있고 혈통적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후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남미의 정계, 학계에서는 스페인에 대항하는 크레올이라는 정체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크레올들은 유럽출신 관료들의 자식이지만, 즉 혈통적으로는 100% 유럽인이지만 식민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본토 유럽인에 비해 2등시민 취급을 받았고 절대로 본토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토출신 관리들은 본토와 식민지, 식민지와 식민지 사이를 누비면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크레올들은 자신의 출신지역에서만 관료가 될 수 있었죠. 이런 인식의 차이를 통해 이들이 독립을 해낸 것이기 때문에 크레올들은 스페인/포르투갈과 분리된 국가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현대로 오면서는 과거에 토착민들을 억압한 것과는 별개로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으로서 토착문화의 요소들을 더 두드러지게 부각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스페인어 문학을 형성하게 된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토착언어 보존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이 죽어버렸고 문학적 전통을 재창조해야 하는데 그렇게 토착언어를 고차원적으로 구사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거든요.



반대로 불어나 영어 문학 같은 경우는 식민지 언어와 자언어문학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언어의 문학적 전통을 끌어 쓰기 위해서 그 언어로 문학을 집필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을 생각해봐라. 스페인어랑은 비교할 수가 없다.
"- 남미원주민언어 - 스페인어
아랍어 - 불어
힌디어 - 영어 이런식으로 아날로지 전개하려는 거 같은데

남미원주민언어가 아랍어 힌디어 정도로 표기법과 문학이 발달했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전통 및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스페인어로 집필하려는 남미 원주민 혈통 작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불어 영어와 다를 바가 없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 이거야 말로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고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대다수의 국가의 경우 자국 언어 문학이 강세고 상당수의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도 자국어 문학이 외국어 문학 못지 않게 존재합니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겨우 표기법이 발달하지 않고 구술문학전통만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렇게 자국어문학이 발달되있지만 동시에 외국어, 제국주의 시대의 언어로 문학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영문학과 불문학의 풍부한 문학전통을 차용하려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며 그 언어 문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스페인어 문학의 경우 당신이 말한 것처럼 "불어 영어와 다를 바가 없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스페인어로 쓰여진 남미 문학은 의식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상황에 의해 정해진 필연적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상, 아시아연구를 하고 있는 아니무스의 답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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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05:14 오타 좀 수정하고 어색한 표현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