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부자야, 그리고 내 차 람보르기니 멋지지?’라고 흥얼거리며 밴쿠버를 활보하는 중국의 부잣집 아들딸들APRIL 28, 2016
람보르기니 행사장의 다이애나 왕(오른쪽). 왼쪽은 새 차와 아내 로레타 라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폴 외. Credit 루스 프렘슨(Ruth Fremson) / 뉴욕타임스스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밴쿠버 — 중국 이민자 앤디 궈(18)는 자신의 빨간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우라칸(Huracán)을 운전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반면 쌍둥이 형제인 앤키와 자신의 애마와도 같은 차를 함께 써야 하는 건 도무지 내키지 않는다.“(차 때문에)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녜요.”사람들이 우라칸과 한껏 허세를 부린 번호판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사이에 궈는 말했다. 번호판은 특별히 돈을 주고 “CTGRY 5”로 정했다. 차 이름 우라칸이 스페인어로 허리케인이란 뜻인데, “CTGRY 5”는 5급 허리케인, 즉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라는 뜻이다.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궈 씨와 그의 쌍둥이 형제에게 지난해 생일 선물로 36만 캐나다 달러짜리 차를 사준 건 중국 북부 산시성에서 석탄 관련 사업을 해 많은 돈을 번 궈 씨의 아버지. 궈 씨의 아버지는 밴쿠버와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36만 캐나다 달러는 우리돈 약 3억 2천만 원)모양을 강조한 스포츠카다 보니 다른 평범한 자동차보다 오히려 기능 면에서는 실용적이지 못한 점도 있다.“책가방에 교과서에 가끔 세탁물까지 싣고 다녀야 하는데 차가 좁아서 다 안 들어가요.”앤디는 한탄했다. 불편한 점은 또 있다.“한 번은 경찰이 운전하고 가고 있던 저를 불러세우는 거예요. 차 구경 좀 해도 되겠냐면서요.”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농민과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억만장자가 되었다. 새로 등장한 부자들은 가면 갈수록 자신의 재산은 물론 가족들도 서구로 옮겨두려 무척 애를 쓴다. 법치주의가 잘 정착된 서구 사회는 공기도 깨끗하며 자식들을 보낼 학교와 교육 시스템이 훌륭하게 갖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벌인 반부패 캠페인에 수많은 부자와 권력자가 감옥에 갔는데, 공산당의 깐깐한 조사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중국 상위 1% 부자들이 이민 가는 나라로 캐나다를 가장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캐나다는 이민의 문호가 넓고 캐나다 달러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는 투자이민 제도가 있었다. 일정액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영주권을 주는 제도로 지금은 시행하지 않는데, 정부 통계를 보면 2005~2012년 적어도 3만7천 명의 중국인 부자들이 이 제도를 통해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로 왔다.밴쿠버 일대에 사는 중국인 혹은 중국계 이민자들은 2011년 기준으로 이곳 인구 230만 명 가운데 18%를 차지한다. 1981년 7%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밴쿠버 주민들은 중국 자본이 대거 몰려오면서 집값이 크게 올라 가격을 감당할 만한 집들이 줄어들면서 주택 대란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컨설팅 회사 데모그라피아가 2016년 시행한 조사를 보면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다. 밴쿠버 지역 부동산 협회에 따르면 밴쿠버 일대의 독채형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두 배 이상 뛰어 160만 캐나다 달러, 우리돈 약 11억 4천만 원에 육박한다.돈 많은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특히 중국인들 가운데 살지도 않을 집을 구매해 집값만 올려놓는 이들이 늘어난 데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기존의 밴쿠버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내게는 100만 달러가 없다는 뜻의 트위터 해시태그 “#DontHave1Million”가 대표적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정부도 올해 지역 정치인들의 요구를 수용해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추적하기로 했다.
람보르기니 차를 타보고 있는 첼시 장. Credit 루스 프렘슨(Ruth Fremson) / 뉴욕타임스스하지만 이런 분노에도 밴쿠버에 사는 부유한 중국인들의 호사스러운 삶은 사실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돈은 아무래도 좋은 부유한 이주민들이 집을 산 다음에 찾는 것은 대개 차다. 그리곤 또 다른 걸 찾아 나선다.밴쿠버에 있는 비싼 고급차 판매장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중국인 직원을 만날 수 있다. 이 도시에 새로 정착하는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보험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밴쿠버 일대에 등록된 차량 중 가격이 15만 달러 이상인 고급 승용차는 2,500대였다. 2009년에 1,300대였던 것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푸얼다이(富二代, Fuerdai). 발음 기호로 쓰면 Fù’èrdài라 읽는 이 말은 한자 그대로 부잣집의 2세들이란 뜻으로, (특히 서양에서) 부자 부모가 자식을 위해 들어놓은 신탁 기금에서 나오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사는 부잣집 아이들(trust-fund kids)과 유사한 의미의 중국어 표현이다. 밴쿠버에 있는 값비싼 슈퍼카 소유주 다수도 푸얼다이에 속한다. 중국에서는 갑부들이 각종 부패를 통해 부를 쌓았고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있다고 욕을 먹지만, 푸얼다이라는 말에는 경멸과 함께 일종의 부러움, 질투가 함께 묻어난다.푸얼다이는 주체할 수 없는 사치 성향을 밴쿠버로 그대로 가져왔다. 젊은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람보르기니 중에도 하얀색 스포츠카가 인기가 있다. 남자들은 새로운 모델이 나오거나 뽐내기용으로 더 적합한 차량이 출시되면 리스했던 슈퍼카를 몇 달 되지도 않아 반납하고 더 새롭고 세련된 차로 바꾼다.젊은 중국인 이민자 수백 명과 일부 캐나다에서 태어난 중국계 부자들이 슈퍼카 클럽을 만들었다. 회원들은 같이 모여 슈퍼카를 운전하고 차 모양을 바꾸기도 한다. 이들이 찍어 올린 호화로운 차 사진은 소셜미디어상에서 팔로워들에게 매혹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밴쿠버 다이나믹 오토 클럽의 회원은 총 440명. 클럽을 만든 데이비드 대(27)는 회원 가운데 90%가 중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10만 캐나다 달러(약 9천만 원)가 넘는 차가 있어야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밴쿠버의 푸얼다이에 대해 대 씨는 이렇게 말했다.“그 사람들은 일 안 해요. 그냥 부모 돈 쓰며 사는 거죠.”가끔 이들이 벌이는 광란의 질주가 제동이 걸리곤 한다. 2011년 경찰은 밴쿠버 고속도로를 시속 200km로 질주하던 람보르기니, 마세라티를 비롯한 슈퍼카 13대를 몰수했다. 차 13대 값만 더해도 200만 달러가 넘었다. 운전자들은 모두 중국인 슈퍼카 클럽 회원들이었는데, 당시 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두 21살이 안 된 젊은이들이었다.최근에는 롤스로이스사가 새로운 컨버터블 던(Dawn) 차량 시연회를 열었다. 초대받은 이들만 올 수 있는 이 행사는 저녁 시간에 열렸는데, 거의 젊은 중국인들만 모였다. 검은색과 붉은색 조합의 이 차량은 기본가격만 40만 2천 달러. 이런 종류의 차량은 북미에서 이 롤스로이스 신차가 유일하다.행사에 초대받은 이들 가운데는 6년 전 어머니와 함께 베이징에서 밴쿠버로 건너온 앳된 미술학도 진차오(20)도 있었다. 진 씨는 주중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SUV 두 대 중 한 대를 몰고 다니는데, 바쁘고 힘든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스포츠카보다) SUV가 더 낫다고 말했다.물론 그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따로 있다. 60만 달러에 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갤럭시로 진 씨는 차의 외관을 마치 우주처럼 보이도록 특별 제작해 꾸몄다. 멀쑥하게 생긴 진차오 씨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으며, 의상은 펜디 브랜드를 좋아하고 신발은 금장식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고 말했다. 진 씨는 외제차의 장점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슈퍼카 애호가들의 과시욕이나 속물근성을 비판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자 주저 없이 반박했다.“밴쿠버에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자랑하려고 슈퍼카를 좋아하겠어요? 자랑해봤자죠.”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묻자, 진 씨는 아버지가 중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라고만 답했다. 좀 더 자세히 어떤 사업을 하셨는지 묻자 그것까지는 말할 수 없다고 얼버무리는 그의 얼굴에 어딘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지난달 밴쿠버의 한 람보르기니 대리점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가한 (왼쪽부터) 로레타 라이, 첼시 장, 다이애나 왕. Credit 루스 프렘슨(Ruth Fremson) / 뉴욕타임스스높은 관세와 사치세 때문에 중국에서는 슈퍼카 가격이 아주 비싸다. 반면에 캐나다에서는 중국의 반값에 같은 차량을 살 수 있다. 게다가 캐나다에서는 이 많은 돈이 어디서 났느냐는 질문을 받을 일이 거의 없다는 것도 좋다고 중국인 이민자들은 말했다.“밴쿠버에는 부패한 중국 관료의 자제들이 많이 살아요. 그 사람들은 여기서는 거리낌 없이 부를 과시해도 되죠.”부유한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차를 파는 대리점 럭셔리 모터스를 운영하는 시이(27)는 말했다.푸얼다이를 비롯한 중국인 이민자 가운데는 슈퍼카에 투자하는 건 별로 현명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차는 감가상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 50만 달러를 차라리 비싼 손목시계 두 개나 다이아몬드를 사는 데 쓰는 게 나아요.”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대학원생 다이애나 왕(23)이 자신은 샤넬 가방을 30개도 더 넘게,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20만 달러짜리 리처드 밀 손목시계를 갖고 있다며 말했다.왕 씨는 “밴쿠버의 초갑부 아시아계 언니들(Ultra Rich Asian Girls on Vancouver)”이라는 온라인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녀는 상하이에 있는 부모님을 보러 가면 페라리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를 탄다. 하지만 부모님은 캐나다에 사는 딸에게 차 사는 데 15만 캐나다 달러 (약 1억 3천5백만 원) 이상을 못 쓰도록 엄격하게 제한하셨다. 그래서 왕 씨는 주어진 예산에 맞춰 아쉬운 대로 아우디의 RS5를 사서 몰고 다닌다.“제가 슈퍼카를 타고 있는 모습을 남들이 봤다가는 저 큰일 날지도 몰라요.”왕 씨는 아우디로 시내를 주행하며 말했다. 그녀의 손목에는 BMW 차 한 대 값보다 더 나가는 브레게(Breguet) 시계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4년 전 왕 씨는 사흘 동안 노숙자 행세를 하며 밴쿠버 거리에서 지낸 적이 있다. 친구들이 그녀의 낭비벽을 나무란 뒤 돈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일이었다. 저택 같은 집을 나서며 정말 노숙자처럼 지내보려고 지갑은 물론 핸드폰, 신분증까지 다 두고 나왔지만, 잠옷은 입고 신발은 신어야 했다. 왕 씨가 고른 건 빅토리아 시크릿 잠옷과 1천 달러짜리 샤넬 신발이었다.사흘간의 “빈곤 체험”에서 왕 씨는 느낀 게 많았다. 줄을 서서 받은 무료 배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고, 팀 호튼의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가 쫓겨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왕 씨는 그 경험을 통해 부모님이 주신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그 전까지는 단 한 번도 가격표를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물건이 얼마인지는 확인하고 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