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전달을 잘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혼잡한 기차 플랫폼에서 20m 떨어진 친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쉽게 말해야 한다. 가령 ‘확실히 그렇다’는 뜻을 전달할 때 ‘unequivocally’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알아듣지 못한다. 자음이 많고 음절이 복잡한 단어는 뒤죽박죽되기 쉽다. 주위의 소음에 파묻히고 둘 사이에 있는 사람들과 판매대를 비롯한 물체들에 차단된다. 따라서 단순화가 필요하다. 그냥 알기 쉽게 ‘yeah(응)’라는 말이 친구에게 더 잘 전달된다.

이번에는 전 세계인에게 이 같은 음향의 제약을 적용해 보자. 무수한 생태적 주거 환경에서 그들은 제각기 특유의 언어를 동시에 발전시켜 나간다. 언어의 특성은 생성 환경, 구체적으로 기후·지형과 많은 관계가 있는 듯하다. 지난 11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제 170회 미국음향학회(ASA)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다.

덥고 나무가 울창한 지역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자음이 적고 음절이 단순한 언어를 구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일정 부분 더운 공기와 숲으로 인해 고주파 음향(자음으로 이뤄지는 소리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탓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의 언어가 더 개방되고 추운 지역의 언어보다 모음을 더 많이 사용하고 음절 구조가 단순한 것도 상당부분 그런 이유에서다. 모음은 저주파로 전달되고 음절 구조가 단순해야 나무들에 가로막혀 뒤죽박죽될 가능성이 적다. 뉴멕시코대학의 언어학자로 이번 연구를 이끈 이언 매디슨의 설명이다.

산과 절벽 같은 험한 지형도 언어에 수목과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지역 주민의 언어도 음절이 단순하고 모음이 더 많다. 비와 바람도 거주 환경에 따른 인간의 언어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매디슨 교수는 말한다. 생태 환경적 요인들이 언어에서 자음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정하는 데 4분의 1 정도의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전 세계 700개 문자 언어의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영어와 중국어 등 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제외했다. 생태적 주거환경을 특정하기에는 주요 언어 사용자들이 너무 널리 분산됐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633종의 언어를 대상으로 음절 구조, 모음의 비중, 자음의 사용을 분석했다. 이 같은 언어 데이터를 각 언어의 사용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위에 배치한 뒤 기후 환경 지도와 비교했다. 연평균 강수량, 연평균 기온, 초목 밀도, 그리고 지역의 산지 비중(rugosity)뿐 아니라 고도까지 모두 해당 지역의 언어 특성과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다르게 발달해 나가는지는 상당부분 환경의 특정한 음향 특성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이 같은 결과로 볼 때 주로 조류의 특성을 나타내는 음성적응가설(acoustic adaptation hypothesis)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매디슨 교수는 말한다. 1970년 이후 새 울음소리는 각각의 종이 서식하는 생태적 환경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이론이 학계 정설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환경에선 개방된 환경에 비해 새소리의 고음이 낮고 음의 전달거리가 짧다”고 매디슨 교수가 말했다. 따라서 매디슨 연구팀이 인간과 관련해 연구한 것과 비슷한 음향 요인들에 따라 새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진화했다. 그러나 조류와 달리 인간은 동일한 종이다. 그런 점에서 음성적응 가설이 특히 설득력을 지닌다고 매디슨 교수는 말한다.

“근래 들어 동일한 종의 조류 사이에선 자동차 등 소음이 있는 도시 새들이 농촌 새들보다 고음으로 노래 부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매디슨 교수는 설명했다. “새들이 차량 소음에 적응해간다. 실제론 사람에게서 그런 변화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새나 사람이나 똑같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인간도 현재 그런 환경에 적응해 자연환경에서 생성된 언어를 변형해 나가고 있는가?

매디슨 교수는 “장기적으론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가 소음 많은 도시에서 생활한 기간이 아직은 그리 길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 뒤에는 그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http://mnews.joins.com/amparticle/19154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