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러 가지 방식이 있긴 한데 김차균 설을 따르겠음.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설명 같아서. 좀 다른 이론도 있음.
궁금하면 이문규(2017) 추천. 김차균 선생 책은 raw material(단어 목록)을 단행본에 다 구겨넣기 때문에 두껍고 비싸다. 특히 제일 잘 나온 2015년 책...
1. 기저형 (음운 층위)
일단 한국어 방언의 음조는 성조방언과 음장방언을 가리지 않고 모두 중세국어의 음조와 높은 일치율로 음운대응관계를 이룬다.
그러므로 중세국어의 성조체계를 살펴보자.
훈민정음에
평성(平聲)은 무점이요 낮은 소리고, 거성(去聲)은 1점이요 높은 소리, 상성(上聲)은 2점이고 낮았다가 높아지는 소리
라고 되어 있다.
김차균 선생은 한국어 (전 방언 공통) 성조에 성조형 가짓수가 적은 이유를 중화(中化)로 설명하고 있다.
무표성조인 평성은 중화력이 없어서, 평성 뒤에 오는 글자들은 여전히 음조가 음운대립을 일으키지만,
중화력이 있는 거성과 상성 음절은 뒤에 있는 글자들의 기저 성조를 모두 무효화시키고 정해진 패턴으로 중화시킨다.
중세국어의 경우, 이렇게 중화된 음절들은 평성(저조)과 거성(고조)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해진 패턴을 따르며 이는 음절 개수에 따라 예측하면 됨 (구체적으로는 거성불연삼(去聲不連三) 법칙이라고 함)
사실 현대의 경상/영동방언들에서는 죄다 낮은 음조 (김차균 선생 해석에 따르면 거성)로 되기 때문에 더 쉽다.
그리고 상성은 반드시 어두 음절에만 나타나는데, 만약 단어 합성 등의 이유로 상성 음절이 중화를 안 당하는 (즉 평성 뒤의) 위치에 나오면 그냥 거성으로 약화됨. (이것도 일종의 중화로 해석)
이 말은 첫 음절이 아니면 거성과 상성은 동일하다는 게 된다. 앞으로 이걸 측성 이라 부르겠다.
이상의 두 가지 중화 규칙은 현대 한국어 모든 성조방언에서 똑같이 관찰할 수 있다.
음장 방언에서 어두의 장음 = 중세국어에서 어두의 상성
음장 방언에서 단음 = 중세국어에서 평성이나 거성
그리고 한국어에서 각 음절의 기저성조가 변별력을 가지는 건 그 어절(엄밀하게는 어떤 '성조의 중화력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 한 호흡') 내에서 측성(거성이나 상성)이 나올 때까지.
5음절어의 경우
평평평평평
평평평평측
평평평측측
평평측측측
평측측측측
거측측측측
상측측측측
이렇게 7가지 패턴만 존재한다는 뜻.
(현대 방언의 경우임. 중세국어의 경우 표면음조형은 저기서 측성이 연달아 나오는 부분을 거성불연삼 법칙에 따라 측평측평측측 하는 식으로 고쳐야 하는데, 어차피 변별력이 없이 100% 예상가능한 패턴이므로 상관없음)
이 성조형은 중세국어를 포함해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한국어 방언에 공통 적용되는 것이라고 김차균 선생은 주장하고 있다.
이제 표면음조형을 알아낼려면 각 방언에 적용되는 음조형 규칙을 적용시키면 됨.
2. 표면형 (음성 층위)
경상방언의 경우 간단하다.
1) 평성으로 시작하는 어절의 경우, 마지막 평성 글자가 높은 소리 (가장 세게 발음됨)이고, 측성 글자들은 모두 낮은 소리가 된다.
단어 앞의 평성 부분은 경북은 LLLLH, 경남은 LHHHH 에 더 가까운 형태를 보이는데 어차피 비변별적이라 그렇게 중요한 차이는 아님.
2) 거성으로 시작하는 어절은 HHLLL... 거성 뒤는 모두 중화되므로 이거 하나뿐임.
3) 상성으로 시작하는 어절도 상성 뒤는 모두 중화되므로 이거 하나뿐이지만...
이 상성형은 경상도 내에서도 각 고장마다 발음이 다 다름.
음장이 아직도 지켜진 말씨에서는 이 상성형이 어두가 긴 음절이 되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 첫 음절이 높게, 살짝 치켜올라간다. 이걸 편의상 H: 로 적으면 H:HLLL
포항 영덕 울진: H:LLLL
경남은 전체적으로 첫 음절이 평범한 저조보다도 더 낮게 깔림. 이걸 초저 로 적으면
경남 대부분: 초저HHLL (3음절까지가 고조)
진주: 초저HLLL (2음절까지가 고조)
경남서북부: H(:)HLLL (대구방언과 유사)
이상을 종합해서 경남 창원방언(김차균 선생의 모방언)을 기준으로 음조형을 적으면
평평평평평: LHHHH (끝 음절이 제일 센 '미고형')
평평평평측: LHHHL (penultimate가 제일 센 형)
평평평측측: LHHLL
평평측측측: LHLLL
평측측측측: HLLLL (첫 음절이 제일 센 '두고형')
거성형(거측측측측): HHLLL
상성형(상측측측측): 고장마다 다름. 창원은 초저HHLL
N음절어의 경우 N+2 가지 음조형만 존재하며,
강릉, 진주 방언처럼 비성조 지역과 인접한 지역들의 경우 이 성조체계가 붕괴를 일으켜 성조형이 더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음. 진주 방언의 경우 평성으로 시작하는 형을 모두 penultimate 형으로 더욱 중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강릉방언의 경우 뒤쪽 음절들의 음조가 아예 자유변이 (규칙 없이 멋대로 튀어나옴)하는 경향이 있어서 슬슬 성조방언에서 탈각하려는 것 같음.
3. 어떤 형태소들이?
음장방언에서 긴 소리로 시작하는 형태소는 상성형이다. 대표적으로 사람, 2, 4, 5, 눈(雪), 일(work), 말(言)
(대구: H:HLLL 창원: 초저HHLL)
아닌 것들은 평성으로 시작하거나 거성형이므로 서울 방언 화자가 알아맞히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한자어의 경우 중고한어의 입성 (한국한자음 ㄱ ㄹ ㅂ 받침)은 거의 100% 거성에 해당한다는 것만 알면 반은 먹고 들어감.
학교 (거측) HH ('학'이 ㄱ 받침이므로 거성형)
'중학교'는? '중간'은 평평 이지만 '학'이 거성이므로
중학교 (평측측) HLL
보면 알겠지만 똑같은 '학교'란 형태소가 단어에 따라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함.
조사(토씨)들도 기저성조가 있다. 물론 평성만으로 이뤄진 단어에 붙을 경우에 한해서 중화된 형태로만 나타나지만...
은는이가, 을를 등 한글자 토씨 대부분이 측성.
내가 경남동부방언인데 음장구별을 못해서 어떤 2음절어가 평성형인지 상성형인지 모르겠으면 조사를 붙여보면 된다.
바람(風)은 LHL = 평평측
사람은 LHH (초저HH) = 상측측
요즘 성조가 화제에 계속 오르길래 적어봤다.
참고로 한 가지 더. 16세기 중세국어에서 성조체계가 붕괴했다라고 하는 주장은 사실 '붕괴하기 시작했을 것이다'라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함. 왜냐면 표기에서 달라진 건 '거성불연삼 규칙이 깨졌다' 하나뿐이거든. 물론 성조체계가 이미 붕괴했기 때문에 뒤쪽 음절들은 아예 성점 찍는 법을 잊고, 앞쪽 음절들만 겨우 관성에 의해 방점을 찍었다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와
근데 함경 방언에도 적용됨?
함경방언은 1번 음운층위까지만 적용되고 2번 음성층위는 완전 다름. 첫 측성 음절이 마지막 고조 (가장 세게 발음). 경상방언에서 강세가 한 음절 뒤로 당겨진 느낌.
미안. 내가 잘 몰라서. 김차균 선생은 HML로 나눴잖아 중화에서 왜 H랑 L만 썼어? 나 지금 너무 궁금해서 그래
너 이쪽 잘 알면 나 좀 가르쳐주면 안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