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였다.
거실 창문으로 노을빛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김혜진 권사는 소파에 앉아 오래된 성경책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손가락 마디는 예전보다 많이 굽어 있었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젊을 땐 몰랐다.
사람 하나 떠나는 게 세상 끝 같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내 인생 전체가 실패한 줄 알았다.
휴대폰 붙잡고 밤 새우던 날들.
답장 하나에 천국 갔다 지옥 갔다 하던 감정들.
버려질까 두려워 괜찮은 척 맞춰주던 관계들.
그때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근데 돌아보면, 사랑이라기보다 두려움에 가까웠다.
혼자 남겨질까 봐.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늘 뭔가 붙잡고 살았다.
사람, 감정, 인정, 미래, 젊음.
근데 세월은 참 이상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것들을 하나씩 손에서 조용히 가져갔다.
예뻤던 얼굴도 변했고, 친구들도 늙었고, 누군가는 병들었고, 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한때 그렇게 치열하게 사랑한다던 사람들조차, 시간이 지나니 이름도 희미해졌다.
젊을 땐 몰랐다.
인생이 이렇게 짧은 줄.
혜진은 천천히 창밖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들 바쁘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예전의 자기 모습 같기도 했다.
그 시절의 혜진은 늘 불안했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불안했고, 혼자 될까 불안했고, 특별하지 못할까 불안했다.
그래서 세상을 꽉 붙잡으려 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나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내려놓게 됐다.
어차피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돈도, 젊음도, 사람도, 감정도, 다 잠시 지나가는 것들이었다.
오히려 오래 남는 건 다른 것들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던 시간.
아픈 사람 손 잡아주던 기억.
욕심 내려놓으려 애쓰던 순간들.
조용히 참고 견디던 날들.
그런 것들이 마음 깊은 곳에 남았다.
혜진은 가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안쓰러웠다.
다들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조금 더 사랑받으려고, 조금 더 인정받으려고, 조금 더 높아지려고, 자기 마음을 다 태워가며 산다.
근데 결국 사람은, 빈손으로 간다.
그 단순한 걸 젊을 땐 몰랐다.
혜진은 성경책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세상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편엔 이상한 평안이 있었다.
이 삶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
여기가 영원한 집이 아니라는 생각.
천국.
젊을 땐 그 말이 막연했다.
근데 나이 들수록, 사람은 점점 영원을 생각하게 된다.
몸은 늙고, 시간은 빨라지고, 곁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나는 결국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혜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돌아보면, 자기 인생을 끝까지 붙들어준 건 세상의 사랑이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준 은혜였다.
창밖 노을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혜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마음은 이상할 만큼 잔잔했다.
마치 긴 여행 끝에, 이제 돌아갈 곳을 아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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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고 gpt한테 써달라고함ㅋ
(근데 그 와중에 휴거 오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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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많이 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