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깊은 산골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사시사철 안개가 자욱이 깔려,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늘 뿌연 시야가 마을을 뒤덮었다. 마을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게 농사를 짓고, 가축을 돌보며 살아갔지만, 밤이 되면 집집마다 문을 꼭 잠그고 창문에 빗장을 질렀다. 그 이유는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놈우놈우’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대체 ‘놈우놈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이는 없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몸서리를 쳤다.

전설에 따르면, 이 마을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기이한 실종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사람들은 밤중에 이유도 없이 사라지곤 했는데, 희한하게도 그들의 방 안에는 창문이 열려 있거나 문이 부서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대신 문틈 사이로 이상한 점액 같은 것이 흘러나와 있고, 바닥에는 기다란 손톱 자국 같은 흠집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살아남은 목격자들—정확히는 실종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몇몇 사람—은 입을 모아 “길고 흐느끼는 듯한 소리, ‘놈… 우… 놈… 우…’가 어둠 속에서 점점 가까워지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차가운 숨결이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놈우놈우’의 전설은 잊히지 않고 마을에 깊이 뿌리내렸다. 마을 주민들은 해 질 무렵이면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고, 저녁이 되면 서로를 재촉해 문단속을 서둘렀다. 만약 집 밖에서 ‘놈우놈우’ 소리를 듣게 되면, 가만히 불을 끄고 숨죽인 채 기다려야 한다고들 했다. 그 소리를 들었다가 무모하게 밖을 내다본 사람들은 예외 없이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그나마 운이 좋아 몇 시간 뒤에 살아 돌아온 사람도 정신이 나간 채 헛소리를 중얼거렸고, 이후로는 더 이상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젊은 사내가 마을에 찾아왔다. 그는 이 마을의 기괴한 전설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며칠간 머물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괜한 짓은 하지 말라”며 그를 만류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마을 외곽을 돌아다니며 옛 기록과 문서를 뒤졌다. 그러다 사내는 마을 외진 곳에 방치된 작은 헛간에서 낡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일기장에는 “놈우놈우”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마치 그것을 본 사람의 정신이 조금씩 망가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오늘도 밤이 되자 창문 틈새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놈… 우… 놈… 우…’라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 괴상한 소리가 내 머릿속을 긁어대는 기분이다. 나가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문을 여는 순간 내가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에 몸이 떨린다.”
“사흘째 밤이 되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내 등 뒤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놈우놈우’가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다 보니, 내가 점점 그 소리에 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내가 직접 문을 열고 나가서 그 존재를 맞이하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이제 정신이 희미해진다. 창문 틈으로 뭔가 기어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길고 휘어진 손이 기어코 내 어깨에 닿았고, 머리카락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스며든다. 아아, 이대로는 안 돼. 그런데도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 마치 오랜 친구가 돌아온 기분이다. ‘놈우놈우…’ 그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는 피로 얼룩져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일기장 주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젊은 사내는 이 일기장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가 헛간에서 나오는 순간, 숲 너머에서 바람에 섞여 “놈… 우… 놈… 우…” 하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결국 그 사내를 붙잡아, 해가 지기 전까지는 결코 돌아다니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그날 밤, 사내는 끝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일기장에 기록된 장소를 찾아 떠났다. 이후로 그는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다시금 공포에 떨며, 더욱 단단히 문을 걸어잠그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따금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내가 남긴 노트에, 마지막으로 적힌 문장은 이것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놈우놈우의 부름이 단지 전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소리는…… 내 안에서도 함께 울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놈우놈우’는 그 누구도 정확히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공포를 자극하며 마을 어귀를 맴돈다고 한다. 지금도 밤이 되면, 바람이 스칠 때마다 희미하게 “놈… 우… 놈… 우…”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하니, 혹시라도 그 소리를 들었다면 절대 밖을 내다보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