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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하루는 늘 먼지로 시작했다.

아침 여섯 시, 아직 해도 덜 깬 골목을 지나 현장에 도착하면 

콘크리트 냄새와 쇳소리가 먼저 반겼다.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는 순간

김씨는 이름 대신 “야, 거기”가 됐다. 

팔은 기계처럼 움직였고 시간은 시멘트처럼 천천히 굳어갔다.

점심시간,

식어버린 도시락을 씹으며 김씨는 휴대폰을 켰다. 

김씨는 늘 일상처럼 라테일 갤러리에 글을 적었다.

“꽝미녜몽엔씨..”

그 한 줄이 김씨를 겨우 숨 쉬게 했다.

해가 질 무렵 퇴근 사이렌이 울렸다. 

몸은 남의 것처럼 무거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씨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에서 이미 캐릭터 선택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원룸 문을 열자 익숙한 정적. 

신발을 대충 차고

씻지도 않은 채 컴퓨터를 켰다

부팅음이 울리는 동안 김씨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로그인)

그 순간 김씨는 더 이상 노가다 김씨가 아니었다.

화면 속에서 그는 5옵 고수치 장비를 두른 검사였고

현실에선 들지도 못할 무기를 가볍게 휘두르며
현실에선 듣지 못할 말을 들었다.

“오빠 디코할래?”
“헉 엄청 강하시네요”

밤이 깊어갈수록 손목은 아파왔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게임 속 세계는 공정했다. 

노력과 과금한 만큼 강해졌고

이유 없이 소리치는 사람은 차단하면 그만이었다.

새벽 두 시,김씨는 로그아웃 버튼 앞에서 잠시 멈췄다. 

내일도 같은 하루가 올 걸 알았다. 

먼지, 소음, 무게.

그래도 괜찮았다.

퇴근 후, 도망칠 세계가 있다는 걸 김씨는 알고 있었으니까.

컴퓨터를 끄고 불을 끄며 김씨는 생각했다.

현실도 언젠가는

레벨이 오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