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굽갤 스탠스와는 관계 없는 개인 의견입니다.

갤주가 박지현에게 원했던 역할은 기존에 민주당에 몸 담고 있었던 사람들이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감히 언급하지 못했던 치부와 폐단을 성역 없이 드러내 달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물론 추측입니다.)

예컨대 추적단불꽃으로 활동하던 때처럼 말입니다.

박지현은 이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지난 지선 때 갤주가 "민주당은 쇄신의 길을 걷고 있다. 국민의 힘은 어떠하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발언에 정당성을 더해준 것은 박지현의 역할이 컸다고 개인적으로는 평가합니다.

문재인, 안희정, 조국 등 민주당 내에서 성역으로 꼽히던 자들에게까지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외부 영입인사로서의 특수한 입지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최강욱 징계건은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는 국힘에 대해 이준석 처벌수위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렇듯 박지현은 민주당 내부를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폐단을 공론화 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저는 여전히 박지현이 본질적으로는 민주당 혁신의 유용한 도구로서의 기능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품은 뜻과 지향하는 방향을 존중합니다.


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 박지현이 이 역할에 과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내부의 문제를 들춰내는 것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정작 이를 해결하고 또 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나 시야,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백업은 부족했습니다. (물론 경험치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박지현은 비대위원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자, 이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현의 성정이 올곧다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유불리를 따질 만한 식견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각한 것을 곧바로 질러버리는 모습이 많이 보였지요. 경험 부족이 뼈 아프게 다가오는 지점이었습니다.

박지현의 역할은 치부를 들춰내고 공론화하여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그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지닌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이 나아가 버린 것이 그녀의 첫 번째 패착입니다.


둘째로, 말과 글 양 측 모두, 즉 언어적 표현력이 너무나도 조악합니다.

연설을 할 때에도 스마트폰에 준비한 대본만 들여다보고 있는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피치를 해야 한다면 적어도 대본은 모두 외우는 것이 기본이지요.

그러나 이를 떠나서, 박지현의 언어적 표현력은 기본 이전에 기초가 부족합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최강욱 징계 관련 입장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문단마다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 첫 인상이었습니다.

또한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는데, 그녀의 문장은 일관적으로 "너도 나도 다 아는 내용이지?"라는 전제를 깔고 매우 함축적으로 작성된다는 데 있습니다.

최강욱 관련 입장문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위의 스샷에서 색칠해 놓은 부분이었는데요. 저라면 이렇게 썼을 겁니다.


"지난 정권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민생을 챙기기보다는 극성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휘둘려서 유권자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의제에만 매몰된 끝에 당 지지율이 10%나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시각에 동의를 하든 하지 못하든, 적어도 지금처럼 본 뜻 자체를 이리 꼬고 저리 꼬면서 공격 당할 여지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읽는이가 박지현의 본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1. 대선 전후의 정치판에 대해 방대한 사전정보를 지닌 고관여층이어야 할 것.
2. 조악한 표현력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갖고 글을 읽어줄 정도로 박지현을 적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을 가질 것.
이를 종합하면 박지현의 작문 실력에는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읽는이가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추었을 거라고 전제하고 글을 쓰는 것은 글쓴이로서 최악입니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정치인의 언어가 반드시 진중하게 정제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적어도 본인의 뜻을 왜곡 없이 전할 수 있는 전달력은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본인이 입장문을 쓰고 있는 것이라면 사사건건 입장을 밝히기보다 작문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고, 보좌진이 붙어서 대필하고 있다면 싹 다 갈아치워야 할 수준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박지현의 본 뜻은 갤주와 함께 민주당을 혁신하는 데 두고 있다고 (짐작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역량이 한없이 부족해 좌충우돌 사고를 치고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지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역량 부족과 변절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원욱이 박지현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저 교활한 자가 본인이 박지현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모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엉이모임을 위시한 친문계 모임은 가만 내버려두고 왜 처럼회부터 두들겨 패냐는 의견에도 일부 공감하나, 그것이 박지현이 저들에게 붙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박지현의 시야가 좁아서 저들을 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는 한, 저는 그녀의 좁은 시야에 분통을 터트릴지언정 박지현을 변절자라고 매도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무작정 맹목적으로 박지현을 신뢰할 필요는 없으나, 마찬가지로 덮어놓고 박지현을 친문세력에 붙은 변절자라고 욕하는 것도 온당한 처사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박지현의 언행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 화를 내거나 비판을 할 수는 있겠으나, 박지현이 갤주를 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러고 있다는 평가 또한 과도한 비난이겠지요.

시련을 잘 극복하고 성장해서 갤주의 힘이 되어주길 기원하면서, 지금은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