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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허기진 오뉴월 뙤약별 아래

호미를 쥐고 밭고랑을 기던 당신 품에서

말라붙은 젖을 빨며

당신 몸으로 갈 고기 한 점 쌀밥 한 술

연하고 기름진 것을 받아먹으며

거미처럼 제 어미 몸을 파먹으며 자랐습니다


독새풀죽 쑤어 먹고 어지럼 속에 커도

못 배워 한 많은 노동자로 몸부림쳐도

도둑질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 안 하고 놀고먹지도 

남을 괴롭히지도 않았습니다. 

나로 하여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슬픔을 준 사람이 있다면

어머니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오직 하나 소원이라면

가진 것 적어도 오손도손 평온한 가정이었지요

저는 열심히 일했고 떳떳하게 요구했고

양심대로 우리들의 새날을 위해 싸웠습니다

투쟁이 깊어 갈수록 우리에겐 풍파가 몰아쳤고

당신은 더 불안하고 체념 속에 주저앉아

다시 나를 붙들고 애원하며 원망합니다

어머니

환갑이 넘어서도 파출부살이를 하는

당신의 염원은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가난했기에 못 배웠기에 

수모와 천대와 노동에 시퍼런 한 맺혔기에

오손도손 평온한 가정에의 바램에

마땅한 우리 모두의 비원입니다


오! 어머니

당신 속엔 우리의 적이 있습니다

어머님의 염원을

오손도손 평온한 가정에의 바램을

잔혹하게 짓밟고 선 저들을

간교하게도 당신의 비원 속에

굴종과 이기주의와 탐욕과 안일의 독사로 도사리며

간악한 적의 가장 집요하고 공고한 혓바닥으로

우리의 가장 약한 인륜을 파고들며 유혹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어머님의 간절한 소원을 위하여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비원을 위하여

짓눌리고 빼앗긴 행복을 되찾기 위해

오늘 우리는 불효자가 되어

저 참혹한 싸움터로 울며울며

당신 곁을 떠나갑니다


어머니의 피눈물과 원한을 품고서

기필코 사랑과 효성으로 돌려드리고야 말 

우리들의 소중한 평화를 쟁취하고자

피투성이 싸움 속에서

승리의 깃발을 드높이 펄럭이며 빛나는 얼굴로 돌아와

큰절 올리는 그 날까지

어머님 우리는 천하의 불효자입니다


당신 속에 도사린 적의 혓바닥을

냉혹하게 적대적으로 끊어버리는

진실로 어머니를 사랑하옵는

천하의 몹쓸 불효자 되어

피눈물을 흘리며 싸움터로 나아갑니다

어머니

어머니




박노해, <노동과 새벽>,

141~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