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 : 정치국과 당원들 간의 관계, 일반적으로. 그러니까 정치국 위원의 관계라든지 좀 설명을 해주시죠.


홍강철 : 그러니까 정치국에서 토의결정된 그런 문제들은 각급 당 조직 산하에 전달되거든요. 이렇게 전달되면, 이번에 그 실례를 들어서 이야기하게 되면. 이번에 7기 제14차 확대회의 같은 경우에는 악성 전염병 코로나. 북에서는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악성 전염병'이라고. 그 악성 전염병을 막기 위한 6개월 간의 사업장 총화하고, 그리고 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강화할 데 대한 이런 문제를 토의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토론돼서 산하 당조직에 이렇게 전달이 되게 되면. 이런걸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이런 걸 토론했다, 이렇게 토론하고 어떻게 결정했다는 게 산하에 전달되면. 그러면 우리 각급 당조직들, 그러니까 당세포들에서 악성 전염병을 막기 위한 당원들의 과업, 뭐 이런 안건을 가지고 세포 총회라는 걸 하는 겁니다. 거기서 이제 세포 총회에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토의결정된 문제들을 당원들이 모여서 또 토의결정하는 거지요. 그렇게 하는 식입니다.


유영호 : 옛날에 한번 김정일 위원장 금연하는 거에 대한 방송 하신 거를 보면. 위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고, 이제 각 그 밑에, 밑에, 밑에... 뭐 시도당, 모 지역, 당조직, 당세포들에서 우리도 이러이러한 결정을 해서 같이 결정해준다라는 거니까. 참 이게 이야기가 쉽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공동체를 그리고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홍강철 : 예, 그렇죠.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다같이 토의결정하고 따르고 이렇게 하는 겁니다.


(북한 헌법 제63조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원칙에 기초한다.)


유영호 : 이게 하나가 전체를 위해서 전체는 하나를 위해서가 구어로써는 저희가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제 우리들은 배우기를 그런 것들이 전체주의라든지 파시즘이라든지 나치라든지 일본의 군국주의라든지. 또 대한민국 사회가 군부독재(의 경험) 이런 것들이 있어서... 과연 이게 하나로 유기체로 돌아가는 것이 아름다울 순 있는데, 효율적일 순 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있진 않을까.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가 이걸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운 그런 게 있는거 아니에요?


홍강철 : 그렇죠. 결국 북이 우리와 다른 체제에서 살고 있고 있을 뿐이지. 우리야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 북쪽 사람들은. 그런 걸 아 그렇구나, 알고 계쎠야 되는 거죠. 그렇게 알고 저 사람들은 그러니까 그렇게 살겠지. 우리가 따라갈 필요도 없는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또 살면 되는 겁니다.


유영호 : 그리고 일단 한번은 아 이게 그런 조직이구나라고 하는 것을 한번 봐 보시면, 또 가끔 이렇게 북한 사회라든지 관광 다녀오신 분들이 혹시 이제 좋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과연 무엇을 보았는가를 조금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하는 그런 태도도 좀 필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제 제가 조금 말씀 드린 게 바로 그 다음에 조금 이제 말씀을 하실 것 같아요. 토의결정한다는 말, 이 토의결정에서 결정된 대로 우리가 집행한다라고 할 때, 이 토의결정이 얼마나 민주적이냐. 사실 포인트는, 요점은 거기에 있겠죠.


홍강철 : 예, 그렇죠. 토의결정이라는 건 토론을 하고 그다음에 결정서를 채택한다는 겁니다. 토론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하는 거죠. 그래서 실례를 들어 말하면, 이렇게 하는 겁니다. 세포총회를 하게 되면, 세포 비서가 보고서를 읽죠. 보고서를 제기하는데, 그 보고서에 어떤 내용들이 있냐면. 실례를 들어 말하면 이제 악성 전염병 같은 경우에, 이 병이 우리가 국경을 봉쇄하고 지금 이 병을 미리 막기 위해서 어떤 활동들을 했는데, 근데 그 활동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우점(장점)이 나타났고 또 어떤 결함들이 나타났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우점을 살리고 이런 결함은 고쳐야겠다, 이런 걸 보고서로 제기하는 것까지, 세포비서가. 제기하면 되면 제기한 데 대해서 또 당원들이랑 토론을 하는 거죠. 악성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이런 활동을 했는데, 보게 되면 나는 어떤 것을 잘못했다 자기 비판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고 또 내 비판만 하는 게 아니고 호상비판(상호비판)을 하는 거죠.


유영호 : 상대에 대해서, 서로 간에?


홍강철 : 예. 세포에 대해서 또는 개별적인 당원에 대해서. 이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당세포는 무얼 잘못했다 이런 걸 고쳐야겠다, 이런 비판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비판이 끝나면, 그게 토론한 거지요, 토론이 끝나게 되면 세포비서가 결정서 초안을 만듭니다. 그래서 결정서 초안을 발표하지요. 우리는 이 악성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다, 어떤 어떤 사업을 해야 되겠습니다.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게 있거든요? 그 기간까지 밝히는 겁니다. 그러면 당원들이 거수가결(투표)을 하는 거지요.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하면 당원들이 의견 있는 사람들은 의견이 있다고 일어서서 결정서 초안에서 이런 문제들은 고쳐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의견을 제기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걸 또 다른 당원들이 아 맞다 그럼 고쳐야지요, 하면 그걸 또 고치게 되는 거지요. 초안을. 그렇게 다 초안을 고치고 그러면 세포비서가 또 의견을 묻는 겁니다. 본 결정서 초안을 본 총회의 결정서로 채택하는 데 찬성하는 당원 동무들을 손을 들어 표시하십시오. 우리는 손 드는 거죠, 이렇게. (손을 든다) 그렇게 하면 이게 본 총회의 결정서로 채택됐습니다. 그러면 그 결정서를 그 다음부터 결정서대로 집행을 해야 되는 겁니다.




(자료영상)

[1989년작 예술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에서 당위원회와 세포총회가 의사결정하는 모습]


#1

타이어공장 초급당 비서(이하 초급당비서) : 난 우리 공장에 처한 엄중한 현실을 놓고 초급당위원인 동무들에게 이런 질문을 제기합니다. 우리들 중에 자기가 진정으로 당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거짓 없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당원이 있는가.


당원1 : 아... 이거 새 비서 동무가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으니 진땀이 나는데? (일동 웃음) 저, 비서 동무! 어쨌든 저희 당 총회니까 결정권이 있어야겠지요?


초급당비서 : 그러면요.


당원1 : 진퇴양난인데.... 회의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허허....


초급당비서 : 한 가지 방법은 다른 회의의 결정을 채택할 수도 있죠.


위원1 : 예? 어떤...?


초급당비서 : 타이어공장 당위원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해산한다.


위원1 : 허허... 그 농담의 말씀두...


위원2 : 농담이 아니오. 어디 이 좌석에서 농담할 경우가 있소?


초급당비서 : 공장 당위원들로서 자신보다 가정보다 공장의 운명을 먼저 생각하고 일전의 사심도 없이 순결하게 살아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위원들이 있습니까?


위원들 : (침묵)


초급당비서 : 입으로는 당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가는 길 험난해도 시련을 함께 넘겠다고, 맹세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데. 이게 이래 침 바른 소리입니다. 지난 5년간 위협적으로 유독 우리 공장만 계획을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포총회, 군당총회, 심지어 지역당총회에서까지 우리는 자동차 뜨락또르 타이어 생산을 정상화함으로써 시점으로 제기되는 운수는 더욱 많이 보장할 것이다라는 똑같은 결정을 거리낌없이 채택해왔습니다. 위원 동무들. 자신도 속이고 당도 속이는 이런 종이 장 우(위)의 결정서를 이번 총회에서 다시 채택하잡니까?


위원2 : 두 길 중에 하나요. 폐업하든지 아니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든지.


위원3 : 거 또 죽은 검사하겠다는 거요?


위원2 : 그럼 방법 있소? 그렇다고 타이어 공장장 총회가 외국의 원료에 의거해서 결정을 채택할 수야 없지 않소.


위원1 : 신중하시오. 그 어느 해인가 재생고무 50%로 타이어 생산에 도입한다고 했다가 큰코 날 뻔 하지 않았소. 아 그 책임으로 그때 비서는 해임됐고...


위원4 : 이런 때일수록 심사숙고를 해야 합니다.


초급당비서 : 동무들. 옛말에 충신은 간신을 시험하고 역경은 충신을 시험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순경에 만세 부르기보다 역경에 심장을 들이댈 사람을 더욱 중히 여깁니다. 부지배인 동무. 주택 건설 채석장 동원, 지역 휴가 성원들까지 다 데려다가 세포별로 결정서 조항을 놓고 당원대중토의를 합시다.


부지배인 : 알겠습니다.


초급당비서 : 당에서는 당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군중 자신의 것으로 되지 않으면 무효라고 가르쳤습니다. 군중 이상 우리에게 훌륭한 선생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이만 합시다.



#2

남자 : 비서 동진 당결정서가 군중 자신의 것으로 되게 하려고 우선 타이어 직장 세포로 들어갔지요.


공장원 : 자, 해체! (타이어 제작 기계가 열리고 타이어가 나옴) 야. 잘 익었는데.


초급당비서 : 꽉 잡으라우.


공장원 : 하하. 이 맛에 해요.


초급당비서 : 계속 들이대오.


공장원 : 예!


(이때 기술자 하나가 다른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들어온다.)


기술자 : 아 누가 있는 걸 안 줘? 어? 생고무가 안 들어와서 그런다지 않소.


항의하는 사람 : 아 외국에서 들어온다는 건 언제 옵니까?


기술자 : 모르겠소. 위에다가 알아보시오.


공장원 : 이거야 사기 떨어져선! 기술자들이라는 게 밥 처먹고... 아 따가!


초급당비서 : 허허. 동무는 밥 먹고 뭐하나?


공장원 : 나요? 나야 뭐...


초급당비서 : 왜? 이게 남의 집 일 같소?


공장원 : 예?


초급당비서 : 내일 중으로 대책안을 생각해서 나한테 보고하고. 사로청(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에서도 토론했겠지?


공장원 : 예! 그렇지만... 뭐. 뾰족한 수가...


초급당비서 : 뾰족한 수가 없으면 뭉퉁한 수라도 생각해내야 견디오.


공장원 : (웃으며) 예!


초급당비서 : 가만... 왜 세포비서 아바이가 보이지 않지?


공장원 : 예, 보고서를 쓴다고...


초급당비서 : 보고서?


공장원 : 예. 벌써 며칠째 저렇게 기계실에서 문도 닫아 걸고...


세포비서 : (누가 문을 두드리자) 누구야? 나 바쁘다고 하지 않냐. 내일 만나자, 내일!


초급당비서 : 아바이, 납니다.


세포비서 : 당비서...? (문을 열어준다) 예. 난 젊은 녀석들인 줄 알고... 허허.


초급당비서 : 뭐하십니까? 이렇게 닫아 걸고.


세포비서 : 예. 세포총회의 보고서인데 난 인전 늙어서 안되겠수다.


초급당비서 : 거 어디 좀 봅시다.


세포비서 : (그동안 쓴 보고서를 보여주며) 좀 봐 주시오.


초급당비서 : (보고서를 찬찬히 읽더니) 하하하! 아니 세포총회 보고서에 무슨 국제정세 분석이 이리 요란합니까?


세포비서 : 예. 처음엔 구라파 닭고기 전쟁에 대해서만 썼더랬는데 아 부비서 동무가 보고 약하다면서 미-일-남조선 삼각관계를 더 분석하라고 해서...


초급당비서 : 예. 허허... 그래서 신문들을 이렇게... 한가득 갖다놓았구만...


세포비서 :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내 눈으로야 삼각관계를 찾을 수야 있소? 그래서...


초급당비서 : 아마 이런 건 안 써도 됩니다.


세포비서 : 그렇게 썼는데...


초급당비서 : 아 지금 타이어 생산을 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가 사활적으로 나서는데 구라파 닭고기 전쟁이 세포총회에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세포비서 : 듣고 보니 좀...


초급당비서 : 아바인 전쟁 때 352고지에서 세포위원장을 하셨다지요?


세포비서 : 응? 아 그걸 언제 다...


초급당비서 : 그때도 이렇게 했습니까?


세포비서 : 이렇게 하다니? 그때야 미국놈들을 코앞에 두고 생산을 판가리 하던 땐데...


초급당비서 : 그럼 어떻게 했습니까?


세포비서 : 구두로 했지. 지금 침략자들은 이래저래하고, 어디 형변은 이래저래한데,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한 치의 땅과 내주지 말라고 명령하신즉! 뭐 이렇게...


초급당비서 : 아바이. 그때 보고를 들으면서 조는 당원이 있습니까?


세포비서 : 졸다니요? 그저 모두가 피가 솟구쳐서....


초급당비서 : 옳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두고서야... 아바이. 한 마디를 해도 사람들의 심장을 찌르는 소리를 해야 합니다. 이 심장!


세포비서 : 그건 그렇수다...


초급당비서 : 이번 총회 보고는 구두로 하십시오.


세포비서 : 그냥요?


초급당비서 : 예. 아 그 전날 밤에 나한테 그 염전의 얘길 들려주신 적이 있지요?


세포비서 : 예.


초급당비서 : 그걸 하십시오.


세포비서 : 예에? 야... 그 가슴아픈 애길, 또...?



#3.

초급당비서 : 비서 동무, 시작하십시오.


세포비서 : 예. 동무들. 세포당원들. 말을 하자니 가슴이 아픕니다. 내가 전쟁판에서 돌아오니 전쟁에 나갔던 세포당원 중에 다 죽고, 나와 왼팔을 잃은 염태섭이 이렇게 둘뿐입니다. 그때 당원이라는 게 염전 바닥에 태섭이, 나, 그리고 인복이 처제 이렇게 셋이였수다. 전쟁이 갓 끝난 때라 사방에서 도금을 내라 아우성이었지요. 그래 당원 셋이서 첫 세포총회를 가졌수다.... 소금을 얼마만큼 생산하겠다고 결정서에 박잖아. 이렇게 내가 제기했는데 인복이가 분속을 외치더니 전쟁 전 세포결정서가 여기 있어요 하는 게 아니겠소? 뭐가 문제인고 하니 이 처제가 그때 당원들이 손을 들었던 소금 500톤을 그대로 하자는 게라... 이게 정신이 있는 소리요? 셋이서? 그것도 외팔이를 데리고... 그래서 내 인복이 그거야 당원들이 다 살아있을 때 결정한거고 지금이야 했더니...


인복 : (울면서) 당원들이 죽었어도 세포결정서는 살아 있어요. 당원들이 살아오지 못했다고 당결정서를 흥정하자는 거예요? 난 그렇게 못해요. 당은 한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태섭 : 세포위원장... 인복이 말이 옳수다. 내가 벌써 전우들의 부탁을 잊었수다. 저 혼자 살아왔다고 땅 속에 묻힌 그들의 넋을 다 잊어버렸단 말이외다.


세포비서 : 그때 전사한 세포당원 명단에 이 처제의 약혼자도 있었는데 저 낙동강에서 돌아오지 못했었지... 듣고 보니 내 생각이 짧었댔지. 그래 우리는 인복이가 하자는 대로 손을 들어 500톤을 그대로 하기로 결정했었지... (기침)


듣던 사람 : (물을 가져다주며) 자. 좀 드십시오.


세포비서 : (물을 한 잔 마시고 나서) 그 500톤이 편치 않았수다. 그때 먹을 게 변변이 있소, 입을 게 있소? 키는 작은 인복이, 다 익은 소금밭에 몸을 굴렀어. 난 인복이가 우뢰 때 비를 맞은 걸 몰랐댔지. 너무 허기지고 지쳐서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가려 볼 수가 없었지... 이제 5톤만 더 하면 500톤을 다 하는 날인데, 저녁이라고 먹자고 보니 인복이가 없는거야. 속이 덜컹 합니다. 이게 뭐냐. 숟가락을 던지고 소금밭에 가서 보니, 인복이가 삽을 든 채로 소금더미에 엎어져서 죽었댔지... 삽을 든 채로...


태섭 : 인복아! 인복아...!


인복 : (목소리만) 당 결정서를 흥정하자는 거예요? 난 그렇게는 못 해요! 난 그렇게는 못 해요! 난 그렇게는 못 해요!


청중들 : (침묵)


세포비서 : 이게... 세포보고회다.... 토론들을... 하시오...


공장원1 : 동무들, 맹세합시다! 영전의 세 동무들처럼 우리도 당 결정을 목숨으로 관철합시다!


(공장원들의 토론이 이어지며 노래)


시련의 나날을 피로 지킨 그 맹세

세월이 간다고 잊을 수 있으랴

아 위험은 내 앞에 우리 다진 맹세를

당원의 생명이어라



#4

초급당비서 : 뭣들 했소?


초급당부비서 : 상급당 검열을 받아도 그렇고 해서 보존문서들을 재정리하느라고...


초급당비서 : (문서들을 보다가) 온 공장은 끓고 있는데 여기서는 이게 뭐요. 저기 가서 일 보시오. 동무들도. 다신 노동시간에 이런 일을 하지 마. 부비서 동무. 뭐 때문에 이런 문서 놀음을 자꾸 벌여놓소? 재밌어서 그런 건 아니오?


초급당부비서 : 예?


초급당비서 : 공연히 종이만 없애면서 뭣 때문에 이런 불필요한 문건을 자꾸만 두....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는 당사업에서 문서 놀음은 백해무익이라고 하시면서, 문서에 파묻히면 당일군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소경이 되고 귀머거리가 된다고 여러차례 가르쳐주셨소.


초급당부비서 : 예...


초급당비서 : 부비서 동무. 누에 치는 방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되는지 아오?


초급당부비서 : 누에가 질식해서 죽지요.


초급당비서 : 옳습니다. 당에서는 당일군이 문서놀음에 빠지면 바로 그건 누에처럼 질식되고 종당에는 당사업을 망쳐 먹는다고 가르쳤소. 보시오. 이렇게 온종일 문서에 파묻혀 있으니 한 달 가도 현장에 한번 못 들어가지 않소. 노동자들과 한 뜨락에 있다고 해서 자기가 꿈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입니다. 군중의 심장에 문을 두드렸을 때만이 진정으로 군중 속의 당일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심하시오.



#5.

구역당 책임비서 : 허허.... 자, 앉게. 공장당비서라... 그래 무역상 지도원을 하다 내려와보니 현실이 어때?


초급당비서 : 응전이 많습니다.


구역당 책임비서 : 응전이 많다?


초급당비서 : 공장도 그렇구, 상급당에 대해서도...


구역당 책임비서 : 상급당이랄게 있나? 구역당 책임비서라고 꼭 찍지, 뭐. 하하. 그래. 불만이 뭐요?


초급당비서 : 공장당비서는 하난데 공장 각 부서가 저마다 전화요 저마다 회의 오라... 저마다 문건을 내려보내고 실태자료를 요구하니 그걸 다 하자면 노동자 한 사람 만나기가 몹시 힘이 듭니다.


구역당 책임비서 : 하하. 학교에 갔다 오더니 보는 눈이 달라졌어. 하하. 동문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만나 뵙고 직접 당사업을 해온 새당일군인만큼 누가 뭐라든 오직 그대로만 해야 하오.


초급당비서 :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 간부 : 저... 시간이 다 됐습니다.


구역당 책임비서 : 들어갑시다.


공연 담당자 : 비서 동무. 당 총회 앞에 써클 공연을 꼭 해야만 되겠소?


구역당 책임비서 : 써클 공연을 하오?


공연 담당자 : 예. 써클이 아니라 기동선전입니다. 당정책에 대한 인식을 강성적으로 줘볼까 해서...


구역당 책임비서 : 좋소... 어쨌든 새롭구먼. 봅시다.



#6. (공연)

배우1 :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구나. 지금 우리 곁에는 마지막 세포회의록에 이름을 남기고 피 뿌리며 결사전에 나갔던 당원들...


배우2 : 몹시 찾게 되는 그 흔적. 초원가에서 썼던 결정서 초안. 색은 바래고 글자도 지워졌어도 추억은 생생하다!


배우1 : 낙동강 모래불에서 숨을 거두며 당결정을 묻던 그 모습들이 원수의 탱크 밑에 몸을 던지며 당결정을 목숨으로 지키라 외치던 세포위원장의 그 모습이여!


배우3 : 잊지 말아야 할 세대들이 늙었다. 허기진 배를 허리띠로 조이며 청춘의 나이와 생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미래에 넘겨준, 조는 혀 끝에 그 노당원들이 백발의 모습으로 여기 앉았다.


배우1 : 이들에게 물어보라, 당원들이여. 불타는 고지에서 당세포 결정이 투표의 생명으로 담보됐던가를.


배우1, 2, 3 : 우리는 보지 못했다! 세포총회에서 승전보를 열겠노라 최전선서 방아쇠를 당기던 당원이 수류탄이 떨어졌다고 뒤를 보며 당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했던가?


배우1 :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1211고지 용사들. 없소 신형 무기가 없소 그래서 고지를 사수하지 못하겠노라 당 회의에서 말한 당원 하나도 없었다!


배우4 : 허나 우리는 벌써 5년 동안 태연히 거짓말을 해왔다. 타이어 생산을 정상화한다고 당회의 앞에서 지배인도 당비서도 기사장도 직장장들도 힘들지 않게 손을 들었다.


배우1, 2, 4 : 누구도 손을 쉽게 들었다. 우리는 회의 때마다 맹세했다.


배우5, 6 : 맹세는 노래가 아니다!


배우7, 8 : 맹세는 유의가 아니다!


배우3 : 맹세는 당과 한 언약!


배우1, 2, 3 : 우리 당은 시대 앞에 진 의무!


배우2 : 한 걸음을 걸어도!


배우3 : 열 걸음을 걸어도!


배우1, 2, 3 : 천만 대오의 걸음새는 오직 하나!


배우5, 6 : 우리를 불러도!


배우7, 8 : 한생을 불러도!


배우1, 2, 3, 4, 5, 6, 7, 8 : 천만 심장의 목소리는 오직 하나!


배우2 : 눈물에 외쳐도 질펄에 가도 당원들에 가슴에 생각은 하나!


배우1 : 당이 준 신념과 의지로!


배우3 : 우리는 끝까지 지켜가리라!


배우1, 2, 3, 4, 5, 6, 7, 8 : 목숨 바쳐 지켜가리라! 우리 당 결정을!


(공연 후 열띠게 이뤄지는 회의)


초급당비서 : 이 결정서 초안을 본 총회의 결정서로 채택하는 데에 찬성하는 당원 동무들은 손을 드십시오.


당원들 : (손을 든다)




유영호 : 거의 그게 단순다수결이 아니라 토의 속에서 거의 만장일치가 나올 때까지 토의하고 상호비판하고 뭐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거죠?


홍강철 : 예, 그렇죠.


유영호 : 그래서 이제 거기에 대해서 단순다수결제를 채택하는 우리들이 조금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 이거를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 절차적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이 가져왔잖아요? 그리고나서 문제가 되니까 우리가 이제 참여민주주의라는 얘기가 또 한참 유행했었어요. 근데 참여라는 게 그냥 투표만 해서 참여한다라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또 최근에는 우리가 숙의민주주의라고 해서, 우리도 전에 한번 했었죠. 원자력을 재가동을 할 거냐 말 거냐를 가지고 경주에서 한달 동안 토론하고 이런 과정들을 거쳤습니다만. 아마 그런 과정들 그러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도 완벽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과정들을 거쳐왔듯이 아마 지금 북측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는 이름은 다르고, 세포라고 하고 조직이라는 단어 대신에, 그리고 이제 책임자나 지도자 대신에 비서라는 단어도 쓰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면 숙의민주주의의 가장 그 발달된 훈련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현실에서 우리가 어떤 국가를 보고 국가에 대한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면 정치학원론에서는 충분히 다 공부하고 논의해 볼만한 얘기들인데, 이것들이 이제 실제로 북한이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느냐 그리고 그것이 정말 민주주의적이냐, 우리가 숙의민주주의로 생각하는 그런 과정이 조금 뭐랄까 서로의 격차를 줄여 가는 그런 과정이 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듣고 여러분이 이제 판단하실 건 판단하시면 될 것 같고요. 그 당원이 몇 살 때쯤 되셨어요?


홍강철 : 제가 97년도에 제가 입당했습니다. 97년 5월 24일에 입당했거든요. 일직요. 제가 73년 때입니다. 만 24살 때.


유영호 : 당원이 되기가 쉽지는 않죠. 한 10명 중에 1명? 8명 중에 1명? 이렇게 봐야 되나요?


홍강철 : 네, 그렇죠. 10분의 1 정도 됩니다.


유영호 : 저희가 분명히 당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 거에요. 당이면 우리는 민주당, 미통당하면 한 목소리를 내잖아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거 보면 누가 당의 결정과 반대되는 투표나 집권을 하면 우리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조선로동당에 대한 얘기고 국가 조직은 따로 있고, 물론 북은 이 당과 국가 조직이 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특성은 있습니다만. 그것을 조금 같이 겸해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