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자주관리는 기업소가 자율적으로 굴러갈 때만이, 이른바 시장적 관계들에 기반한 제도적 범주에 안착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현실성과 의의를 가질 수 있다." (Slejska, quoted in Borin/Plogen, p.65) 기업소가 자율성에 입각하여 운영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은 현장의 생산단위가 상품생산의 주체로서 경쟁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언과 다르지 않다. 슬레이스까(Slejska)는 글의 의도에 대한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장경제와 자주관리제도는" 중앙기구의 지도로부터 개별 기업소들을 분리하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보유했던 관료주의적 체계를 없앨 수 있게 하는 경제의 '민주화'에 관하여 공통의 '이해'를 지니고 있다. "시장경제와 자주관리제도"가 '공통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슬레이스까의 적나라한 문구에 따르면, '시장경제'는 기업소의 관리자들을 뜻했으며, 한편으로는 경제영역에서 체쓰꼬슬로벤쓰꼬(체코슬로바키아)를 식민지로 삼기 위해 대외무역의 국가독점을 폐지하고자 했던 서구 독점자본의 이해를 상징했다. "자주관리체계"는 자주관리가 국가기구의 관료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파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을 부르죠아의 이해관계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를 가리켰다. 그러나 부르죠아지는 슬기롭게도, 노동자들에게 어떤 대가가 뒤따를지에 관하여 사전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기업소에 대한 고위 당 지도부의 개입으로 특징지어지는 관료주의적 지도부는 권력투쟁의 산실로 전락했다. (...) 유고슬라비아와 체쓰꼬슬로벤쓰꼬에서 '노동자 자주관리'가 보여주듯이, 기업소의 자주적인 통제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에 대한 부정(否定)의 시초가 된다." (Borin & Plogen, p. 67)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은 이제 자유다! 상품생산 만세!
- KPD/ML, 《When and Why Socialism in the Soviet Union Failed》, 101~102쪽 中
II.
1968년 1월에 열렸던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알렉산드르 둡체끄(Alexander Dubcek)가 중앙위원회 서기장으로 선출되었다. 이 선거는 사회주의 건설 과정뿐만 아니라 당내 투쟁 상황 안에서 좀 더 불리한 세력관계를 의미했다. 이른바 '관료 정치'에 대한 창조적인 비판이라는 구실로 기회주의 세력들은 사회주의 성과들을 공격했고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라는 구호로 혁명적 노동자권력에 반대하는 공격을 개시했다.
당 고위 기구들이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침식당하면서 국가 기구에 반혁명 분자들이 임명되었는데, 그들은 반혁명에 비견되는 활동을 했던 지도자들이었다. 그리하여 충실하고 건강한 많은 공산주의 세력의 집단적 혁명적 반발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일부 반발은 악폐로 취급받았는데, 심지어, '프라하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사례처럼 작업장에서 탄압을 받기도 했다.
당 기관에서 기회주의가 지배했던 것은 "과도기의 체코슬로바키아(Czechslovakia in Transition)"라는 제목을 단 1968년 4월의 미국 중앙정보국 보고서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둡체끄는 대부분의 스딸린주의자들'(당 지도부를 의미한다)을 "물러나게 했다"라고 적혀있는 반면, 다른 부분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 각료회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각료회의는 사상가들보다 대부분 기술 관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료회의는 이전 "보수주의자들"에서 극우 자유주의자 장관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는 둡체끄가 중앙위원회 서기장이 되면서 벌어지고 있었던 모든 일에 관해 당 중앙위원이었던 한 "보수주의자"의 다음과 같은 의견을 담고 있다.
"1948년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자는 요구들과 노동자를 50명 이하로 고용한 기업들을 사적 소유로 하자는 요구들이 있었다. (...) 동시에 서독의 한 부르주아 언론인이 공산당 회의를 참관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 그리스 청년공산주의자(KNE), 《쏘련 사회주의에 대한 진실과 거짓: 쏘련 사회주의 경제, 권력, 역사왜곡에 대하여》, 177~178쪽 中
III.
노동자들이 이익집단들의 자주관리에 대한 현란한 선전으로 말미암아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동안, 기업소의 관리자들은 그들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에 나섰다. 이는 기업소들의 고위직 관리자에 대한 《모데르니 리제니(Moderni Rizeni)》의 여론조사에서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슬로벤쓰꼬 공화국 질리나(Zilina) 시의 기술부 산하에서 목재가공업을 전담했던 기업체들의 총지배인을 맡은 프란찌셰끄 아우구스띤(Frantisek Augusti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고위직 관리자들을 위한 영리단체를 결성할 것을 제안하며, 이에 지지를 표명하는 바입니다." 아우구스띤의 주장에 대해 슬로벤쓰꼬 동부 꼬씨체(Kosice) 시에서 건설업체들의 총지배인을 책임졌던 기술공 요세프 베훈치끄(Josef Behuncik)가 발언했다. "우리 관리자들이 사회적으로 전문화된 일정한 집단을 형성하기 위해 행동의 반경을 어디까지 설정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기업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맡는 관리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가 매우 제한된 여유와 한정된 시간밖에 쓰지 못하는 피고용인의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며, 우리와 같은 전문가들을 단지 이용만 할 뿐인 노동자들의 정부한테도 원인이 있습니다. 아울러, 피고용인의 처지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로부터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보헤미아 북서부 데친(Decin) 시에서 공장의 지배인으로 재직했던 미로슬라프 그레그르(Miroslav Gregr)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관리자들은 자신만의 특수한 집단을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현재, 수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새로운 사회적 계급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관리자들입니다. 폭넓은 지식과 경험, 개인적 자질에 입각하여 기업소를 관리하며, 사업에 종사하는 일꾼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설정하는 주체는 바로 기업소의 관리자들입니다. 우리 관리자들은 현재 사업적 이익에 배치되는 상황들에 자주 부딪힙니다. 기업소를 경영하는 관리자들은 생산단위의 직접적인 대표자로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한낱 무명으로 남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단지 사라질 뿐입니다. (이는 즉, 자본주의적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강제하는 것을 의미했다 - 주) 기업소의 관리자들은 (...) 사회적 보장과 여러 혜택들에서 일정한 지분을 소유할 권리가 있습니다." (Quoted in Borin/Plogen, p. 96 ff.)
- KPD/ML, ibld, 102~103쪽 中
IV.
체쓰꼬슬로벤쓰꼬에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를 구축했던 일련의 절차들은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수정주의자들의 강령은 "국가경제에 대한 기존의 운영방식과 방향성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으며 긴급한 대책이 현재 요구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체쓰꼬슬로벤쓰꼬의 자본주의화는 단순히 국가경제에 대한 새로운 형태에 국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의 계급적 구도를 바꾸는 차원의 문제였다. 물론, 수정주의자들은 규모를 불문하고 자본주의 경제를 굴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경험을 축적하며, 국가권력을 온전히 확보하고, 기존의 제도에 대한 모든 연결고리를 단절함으로써 산업과 농업, 무역를 비롯한 경제의 모든 영역들에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들은 자본주의로 향하는 노정에서 서독과 미국 자본의 도움과 해외에 있는 체쓰꼬슬로벤쓰꼬 자본가들의 도움을 애써 구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단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점유함으로써 얻는 이익에서 끝나지 않는다. 체쓰꼬슬로벤쓰꼬의 자본주의화는 경제적, 경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부르죠아지에 의해 복구된 자본주의적 토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날이 공고화되어 갈 것이다.
- Zeri i Popullit, 《Where Is Czechoslovakia Heading For?》 中
쓰라린 패배의 순간들을, 도처에서 들쥐들이 출현한 경위와 배경에 대해 더욱이 철저히 연구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수정주의에 대한 연구도 맑스레닌주의에 임하는 입장에서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요.
추신 - I번과 III번, IV번은 알바니아 노동당의 기관지 'Zeri i Popullit'와 KPD/ML에서 낸 책을 출처로 삼은 본인의 인용 및 발췌번역에 해당되며, II번은 노정협에서 번역한 "쏘련 사회주의에 대한 진실과 거짓: 쏘련 사회주의 경제, 권력, 역사왜곡에 대하여"에서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