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종로


굿바이, Gay


나는 또다시 퇴화된 뼈를 이끌고 사우나로 들어간다.


수면실에 몇시간째 누워있어도 누구하나 내 뼈를 만져주지 않았다.


처절하게 말라버린 이 살들과 힘줄과 감자탕꺼리도 안되는 뼈가 몸서리치게 싫다.


그 옛날 젊었을 적에 내 몸에 올라타서 헉헉거렸던 동시대의 형님들은 이제 더이상 볼 수가 없다.


세월의 무상함은 그들을 체로 걸러버렸다. 촘촘한 체에 걸려지지 않은 젊은 것들은 이제 나를 미워하고 있다. 그래, 이제 종로에서 울지말자, 웃지도 말자...


나는 옷을 입고 사우나를 나왔다. 짙은 안개가 푸르게 걷히고 있었다. 종로 4차선 도롯가에 술취한 남.여의 무리가 게운 채 널부러져 있었다.


아, 이 관망의 시선들! 골반에 걸쳐진 바지위에 빨간 팬티의 고무밴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택시!"


아니다... 나는 낙원상가로 향했다. 종로 국밥집으로 해장하러 간다.


도대체 내 삶이 어디서 어떻게 틀어져 버린 걸까...


'뽀뽀며, 다마네기며, 고구마며, DVD, 사우나.... 낙원상가의 포장마차들.'


술파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다 가봤고, 이반이 모인다는 화장실부터 팔도공원까지 다 가봤다.


나아가 황진희도 누리지 못한 수많은 남정네들의 육과 정을 탐해보았다.


세상에 그 어느 화냥이 이보다 더 방탕하게 놀았으랴.


종로의 빠순이들과, 전국의 많은 남자가 나를 관통해서 또 다른 남자에게로 가고 우리는 그렇게 섞여버린 인생이 되버렸다.


한 사람과의 섹스는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종로 거리는 가르치고 있다.


종로 사거리에서 우는 아이를 보낸 적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함께 택시 태워 보낸적도 있다.


그들이 들어간 모텔앞에서 담배 한갑을 다 피울 적에 하므 가슴에 난도질 조차 없었겠는가.


...그 중 가장 가슴아픈 것은 어느덧 종로에서 늙어버린 내 얼굴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 늙어버린 중년이 구석에서 국밥을 먹고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섹스의 달콤함도 잠깐 꿈이며, 작별의 섭섭함도 한낱 꿈속에 일이다.


그러니 사람들아, 괴로워 하지 말자. '인생은 바람같은 것이노니, 괴로울땐 비바람이고, 즐거울땐 산들바람... 인생만사 천휴만휴도 바람처럼 지나가버리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하자.


종로여, 내 젊은 날의 슬픈 게이여, 안녕...


나 이제 고향으로 돌아 가리.


방탕함에 병들고, 세월에 늙어버린 삭신을 이끌고 내 고향 찾아 떠나리. 산천초목이 뒤바뀌고, 노모가 죽어버린 그 땅에 퍼질러 앉아 소주를 마시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물에 나를 던지리라.


굿바이 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