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행위로 쓰레기를 표상한다.

부유하는 생각들은 메모지에 추잡하게 가라앉고,이내 구겨진다. 꾹 쥔 만년필은 기름 범벅이고, 창작의 고통 또한 여기저기 추잡하게 번지럽다. 사랑은 흐른다는데 내 생각은 그저 열평도 안되는 조그마한 워드안에 갖힌다. 갖은 상념이 가득찬 머리는 묵직하다. 물을 좀 맞으면 씻겨 내리려나.

참지못해 나체로 우두커니 섰다. 머리위로 찬물이 쏟아내지 않곤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습기찬 목욕탕 안에선 실리콘 사이사이로 곰팡내가 후각을 자극한다. 비누칠로 번지러운 몸뚱어리를 비벼 비눗방울을 불어본다. 겨드랑이 근처에서 뜨뜻미지근하니 피어오르는 백합향이 은근슬쩍 빈정거린다. 뭘 해도 미지근한 기분은 가실 기미가 없다.

디스크립티브 라이팅.

그야말로 묘사지옥. 교수에게 늘상 듣는 말이지만 귀를 틀어 막고 싶을 정도로 이골이 난다. 지겨워. 하지만 습관인양 숨을 참는다. 폐가 부풀어오르고 공전하는 지구가 멈추고 모든게 머문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지루한. 멸의 시간. 나는 그렇게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풍경을 손으로 한땀한땀 꿰어본다. 저기서 소나무를. 저기서 바다냄새를. 저기서 할머니의 주름살을.

그러다 이내 손이 멎는다. 내가 생각해도 진부함 그 자체.

그 아무것도, 그 어떤것도. 상상해내지 못한다.

재능 따위가 없어. 그렇게 이음새를 갈무리하며. 급하게 정돈한다. 그래서 씨발 뭐. 한계를 표상 할때 마다 토악질을 하고프다. 이것밖에 안되는 자기 자신이 안쓰러워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존나 한심해서 발로 짓밟고 싶어서.

자기파괴.

그래서 토사물로 마구 더럽히고 싶다.

새하얀 몸뚱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이 순박함을.

세상의 찌듬을.

아픔을.

고독을 죽음을.

그 모든 삶의 어둠을.

사람은 착해빠저선 안돼. 글을 못써. 라고 예전 선배 a가 그런 대사를 뱉은 적이 있었다. 삶이란 기괴해야해. 대책없는. 그야말로 더 대책없는 대사에, 나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극처럼 대사를 잘 받았고, 약국 소개 시켜 주던가요를 반복해서 외쳤다. 짹짹이 같이. 그게 불과 몇년 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렇게 중독자가 되어서 얼굴이 누렇게 떴다. 손발을 달달 떨며. 이를 딱딱 부딪히며. 눈깔을 뒤집고. 사경을 헤매면서. 가끔 버츄얼과 리얼리티의 구별을 포기하기도 한다. 더 이상 그런것에 구분이 의미가 있을 까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절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간은 망가젔고 글은 좋아졌다. 그래서 다들. 다 나처럼 시작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