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뒷동산에는 가지 가득 하얗고 자그마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었다.
오는 이라고는 동산 가득 자라난 쑥과 달래를 캐러 오는 어머니와
겨우내 못 먹었던 클로버를 양껏 뜯는 야생 염소들뿐인 이 언덕.
이 언덕은 봄이 되면 이름 모를 꽃나무로 가득 차 꿈만 같은 장관을 보여주곤 했다.
모내기가 한창이던 농번기의 어느 날, 갑작스레 뒷동산에서 피어난 회색 연기에 동산에 올라 보게 된 붉은 꽃.
늘 피우던 희디흰 꽃을 회색 연기에 흩어보내고 생에 단 한 번뿐인 붉고 뜨거운 꽃을 피워 냄에 나는 그만 멍하니 매료되고 말았다.
온종일 타오르고 태양과 함께 저물어 깜깜해진 하늘아래 붉은꽃은 금세 시들어 떨어졌고 꽃이 진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던 나는 울고야 말았다.
나를 사랑으로 채운 태양 같은 사람들도, 아름다운 붉은 꽃이 된 후에 깜깜해지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다시금 봄이 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