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샤이니 종현을 검색하고 큰 충격에 휩싸였어.
사망 사건보다도 수 개월이 지난 현재, 그의 죽음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야.
포털 사이트는 종현이 생전에 입고 있던 옷과 가장 유사한 제품을 제시하더군.
누군가의 실수가 있었겠지만, 시스템(알고리즘)을 잘못 만들었다고 책임을 묻는 건 적절치 않아 보여.
포털 관계자는 그저 알고리즘을 입력한 게 전부였을 거라고 추측되니까.
자사와 계약을 맺은 쇼핑몰, 그리고 해당 제품이 선별되도록 설정했겠지.
그리고 김애란 작가의 단편 '편의점에 간다'가 떠오르더군.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어.
---< 편의점에 간다 中 >---
큐마트의 계산대는 자동문 바로 안쪽에 있다. 계산대 뒤로는 각종 양주와 담배가 진열돼 있고, 우측으로는 휴대폰 급속 충전기가 있다. 계산대 앞쪽에는 신문과 복권이 있다. 신문은 낮게 진열돼 있는 까닭에, 손님들은 박찬호의 수염 위로, 김대중 대통령의 미소 위로, 마약을 복용한 가수의 고개 숙인 정수리 위로 생수를, 휴지를, 면도기를 내민다.
----------------------
이 문장을 두고 황도경 평론가는 '문체, 소설의 몸(소명출판)' 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했어.
---< 황도경 평론가의 해석 >---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실질적인 주체로서의 편의점의 의미가 공간적 위상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대목이다. 편의점은 각종 상품들로 구성된 세계다. 물건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계산대 뒤로는 양주와 담배가, 오른쪽으로는 충전기가, 앞쪽으로는 신문과 복권이 놓여 있다. 그리고 박찬호의 수염, 김대중 대통령의 미소, 마약을 복욕한 가수 등으로 요약된 현실 ‘위로’ 생수와 휴지와 면도기 등의 상품이 거래된다. 상품이 사건과 사연들의 ‘우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사건들도 상품으로 구매되는 대상일 뿐이다. 편의점에서 의미를 갖는 동사는 ‘사다’라는 것뿐이다. 편의점의 세계는 단조로운 반복의 세계가 될 수밖에 없다.
-------------------------
이제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죽음조차도 하나의 '기호(記號)'로 치환되었고,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러한 이면에는 '자본' 즉 '돈'이 있지. 전에도 한 번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는 개개인의 무력함에 대해 글을 쓴 적 있듯
(참조: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158489&page=3) 그와 맥을 같이한다고 느껴지는 거야.
즉, 자본주의에 예속되어 있는 개인의 무력함. 더 나아가서는 자본에 의해 아주 작은 입자로 파편화되는 개인들. 논리를 확장하면 해체되는 인간 관계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여기서 잠깐, 나는 지금 어떠한 체제, 이념, 구조 같은 걸 말하려는 게 아니야.
자본주의든 신자유주의든 공산주의든 보수든 진보든 모든 시스템은 결국 유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샤이니 종현의 죽음을 예로 들었지만, 이러한 사례는 무궁무진하지.
예능 프로에 나오는 PPL, 드라마 시청률이 중요한 건 광고 수익 때문, 815콜라 대신 코카콜라를 마시는 이유.......
이제 미디어는 유튜브 같은 개인 채널로 세분화되고 확장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진단돼.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 대부분은 광고 수익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생각되므로.
개인의 존엄성 같은 건 상품에 자리를 내 줄 테고, 내가 몇 번의 글에서 강조했듯이 개개인의 주체성(Subject)은 더욱 약화될 테지.
혹시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 주인공들처럼 주위 사물들 혹은 인물들에게 개별성을 되돌려준다면 해결할 수 있을까.
(참조: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158527&page=2)
A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한국인' 또는 '남자'라는 식으로 포괄하지 말고,
A라는 사람은 OO의 소설을 좋아하고, OO라는 취미를 즐기고, OO인 습관을 지녔으며.... 이런 식으로 서로서로 관심을 갖는다면,
그런다면 개개인의 주체성(Subject)은 다시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