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갤에는 자주 서정적인(특히 사랑에 관한) 시가 올라온다. 그것은 작자의 이미지마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하는 아주 낯익은 시이다.

예전에는 그런 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주 싫어했다고 표현하는 게 옳겠다. 대학을 다닐 때 그런 시는 무언가

고리타분하고 써서는 안될 그런 시였다. 선배들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못 알아먹는 시를 써야 했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까 내가 그동안 살면서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도 나와 비슷한 부류들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새로 마주치는 다채로운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꼭 따지고 들지 않아도 쉽게

납득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와는 다른 시도 이해되기 시작하고 그런 시를 쓰는 사람도 내 안에서 납득되어 간다.

대학 때는 아주 치열하게 생각하고 말로 투쟁하고 그런 것이 재미있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동시에 누군가를

상처입히기도 했다. 반대로 상처입기도 했고 또 그런 것을 내색하는 것은 소인배(?)처럼 여겨져서 쿨하게 행동해야 했지만,

그 나이에 그런 일이 가능할까? 당연히 그렇지 못하고 말로 또 누군가의 화를 돋우고는 했었다. 문갤에 올라오는 서정적인 시에는

자주 가감없이 비평을 해달라는 꼬릿말이 달리는데, 나는 그 꼬릿말을 볼 때마다 그런 예전의 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내게 사랑에 관한

시를 접하여 그 내용에 대해 비평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아니 나뿐만 아니라 작자를 잘 모르는 우리들에게 그런 자격이 주어질지

의문스럽다. 표현의 방식? 요령? 그런 것들이 서정적인 시에 큰 문제가 될까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받게 될 때

그 표현이 서툴다고 따지는 것은, 오랫동안 시간이 지나고 보면 모두 부끄러운 일이 아닐지?

서정적인 시에 대해 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조금은 약오를 정도로, 서정적인 영역에 들어간 시는 비평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그런 시를 부디 써서 올릴 때에는 비평을 부탁하여 나를 곤란하게 하지 마시라, 대신 그 시를 쓰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며

이런저런 말들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