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꼴리니꼬프는 종국에 가서 깨달았다. 자신이 초인인지 아닌지 시험해보려 드는 자세부터가 이미 초인이 아님을 반증하는 행위라고.
그렇게 그는 자신이 그렇게 찾길 자신하던 개구멍조차 스스로의 시멘트로 막아버리고, 자수했다.
시베리아에 유배되어 모든 집념을 잊어버린 듯이 그렸지만 과연 그것으로 그의 불길은 꺼졌을까.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영혼에 깊이 새겨진 것은 영원히 살아있어서 평생 그 대상을 찾아다닌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이 객기의 연속이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나 자신을 시험하려 들었고, 조금 더 훌륭한 언행, 단단한 사고를 가지려 노력했다.
이 불길이 나 스스로 꺼뜨릴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면, 그것으로 나 자신을 정의하려 했다.
집념으로써 벽을 뛰어넘어 스스로에게 대단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포기했다.
돌이켜 볼 때마다 나의 언변은 남의 것이었고, 나로서 선보이는 행위들은 역겨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나로서 세상에 떳떳해질 수 없었고, 언제나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번뇌는 결코 나의 미래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날이 최악으로 치닫는 기분을 뒤집기 위해선 정면의 꾸준함만이 해결책이라 생각했으나 나는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
이따금 찾아오는 번뇌에 나는 하던 것을 놓고 도피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면 안되는 것임을 언제나 알고 있었지만 나는 지키지 못했다.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가? 자문하며 다시 힘을 내어봐도, 첫 번째 번뇌, 두 번째, 세 번째 앞에선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모두가 나를 겁쟁이라 비웃을 수 있다. 나 자신 또한 쉼없이 겁쟁이라 비웃는다.
하지만 나는 이제 손을 놓겠다.
나는 마음가짐 따위로 변화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번데기가 아니라 지렁이다.
아무리 꿈틀대도 지렁이는 결국 지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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