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하나 없이 헐벗은 하늘이 부끄러웠습니다.
바람은 이렇듯 선선하게 나를 다독이는데, 내게는 이제 달래줄 슬픔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단추를 하나하나 닫아버리고
그늘진 벤치를 찾아 걸음을 멈추었는데, 지친 허벅다리로 은근한 온기가 전해지기에 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도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신호등이 길을 막으면 가방에서 파스텔 톤의 시집을 꺼내어 읽는 척을 합니다 건너편에는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는 햇살에 눈을 찡그리고 손으로 부채질을 합니다 신호가 바뀌고 여자는 내게로 달려옵니다 나는 달리지 않습니다
공사판의 소음과 뜨거운 아스팔트의 냄새 너무 오래 잠들었던 마음에게 그늘을 찾아주려 꽤 걸었습니다 땀이 등줄기를 애무하듯 뜨겁게 타고 내립니다
모르셨지요? 저는 사실 다 보고있었어요
당신의 힘찬 걸음을 떠나보내던 바로 그 뒷모습으로 한참을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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