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머다하고 근육은 가늘어져가는데 허연 지방만 퉁퉁 불어대는 녀석아.  너는 아주 죽어봐라.

타박, 타박 하는 운동화 소리가 새벽 산책로를 빠르게 내딛고 있었다. 풀이 죽은 빨간 낙엽들이 도로의 구석 사이로 드문하게 널부러져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겨울이 찾아왔는지 새파란 공기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땀에 젖어 무거워진 검은 머리칼은 넙죽히 이마에 붙어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후후, 하하, 훅훅.

엄마. 나 중학교때 산 보라색 아디다스 져지랑 바지 있잖아요. 이거 이제 버리면 안되요? 네?
이거 봐요. 여기 소매 늘어난거. 이걸 어떻게 입고 다녀요. 색도 많이 바랬는데.

쉬이익, 쉬이익 하는 바람 소리가 귓바퀴를 가득 맴돈다. 농업대학교 부지를 막 통과하려는 찰나에 옆구리가 아리기 시작한 것이 퍽 고통스럽다.대학생들을 위한 푸른 학습용 논밭. 광활하지도, 적막하지도 않고 그냥 앙증맞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안개는 희뿌연데다가 온통 보라색으로 몸을 뒤덮고 허둥지둥 가로지르는 나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라면칼로리는 오백오십칼로리이고 계단 한칸오르는것은 일칼로리인데 어제 먹은 양념치킨은 합이 천칠백칼로리이며 뛰는건 삼십분에 삼백칼로리. 후후, 하하, 훅훅.

그렇게 한창 눈알을 굴리면서 바깥을 돌고 올 내 육신을 생각하니 오늘도 운동하기는 글렀다. 왜인지 눈꺼풀이 피곤해지고 따스한 침대는 한 편의 아련한 노스텔지어가 되어간다. 이 글은 확실히 어느 순간부터 작문연습으로 치부된게 틀림없다. 네, 맞아요. 죄송합니다. 오늘도 면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