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1, 2편에서 기본에 대한 의견과 당선작이 품은 이야기에 대해 내 나름의 시각을 남겼어.

이제부터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게.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어.

그 이유를 나열할게.


첫 번째, 내가 못된 놈처럼 느껴졌어.


기본을 들먹인 이 글싸움의 시작은 당선작을 보고 느낀 바를 문갤식으로 과격하게 표현한 내 감상평이 원인임을 알아. (시작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다는 디테일이 소모된다는 누군가의 의견에 그런 디테일조차 없었다고 핏대를 세우면서 내 글이 시작됐지...)

그리고 내 마음속에 자리한 ‘당선작에 대한 실망’을 독한 평과 함께 좀처럼 품지 않던 의구심까지 곁들였어.

사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화젯거리에 묻힐 감상이었는데... 난데없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어. (문갤에 처음 온지라 대댓글을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그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어)

새롭게 등장한 그들의 손끝에서 나온 말은 내게 상당히 치욕적이었어.

‘보는 수준이 낮음’, ‘저열’, ‘취향일 뿐’, ‘어린애’, ‘니들이 들어올 풀은 없어’, ‘악평 쓴 사람들, 본심이나 최종심에 올라간 적은 있나 모르겠네’, ‘보는 눈부터 기르길’, ‘지망생들이 당선작 보고 왈가왈부하는 건 이 바닥 생리’ 등등의 모욕적인 말과 함께 당선작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어.

불타올랐어. 그리고 나도 막말을 쏟아내다가 문득 결심했어.

‘아... 지금 문갤식으로 병신아! 하고 악다구니 칠 일이 아니구나. 그야말로 궁서체로 이야기할 타이밍이구나.’

결국, 지랄 맞은 댓글을 싹 지우고, 나름 이성을 담은 싸늘한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어.

게다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두 사람이 뜨겁게 다투던 게시물이 있었어.

나처럼 당선작을 비평하던 한 갤러에게 새로 등장한 ‘dd’라는 닉네임의 소유자가 왜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람들을 선동하느냐고 따지던 글이었어.

그 글을 보는 순간, 내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한 마리 쥐가 된 기분이었어.

나 무뇌아 아닌데...

싸움판에 뛰어들어 ‘dd’를 상대로 함께 싸웠어.

싸움이 정리된 뒤 그 글은 사라졌고,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어.

그런데 그 분노도 잠시... 피리 부는 사나이를 언급했던 ‘dd’가 하루 만에 ‘큰 거짓말과 작은 거짓말’이라는 게시물을 남기면서 글 끝에 ‘어제 피리 부는 사나이 운운하며 게시글을 남겼는데, 그 글을 읽고 기분이 상한 이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라고 적었어.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어.

‘죄송합니다 ㅠ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이곳에서 미안하다는 사과 글을 좀처럼 보기 힘든데... 사과의 글이라니... 그것도 ‘죄송합니다’라니...

독기 품은 내 모습이 삽시간에 부끄러워지던 순간이었어.

‘착한 사람과 싸웠구나’ 하는 후회와 함께 그가 남긴 글 내용에 더더욱 놀랐어.

그가 쓴 ‘큰 거짓말과 작은 거짓말’은 글을 쓰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어.

‘이 와중에 도움말이라니...’

그야말로 목끝까지 찼던 분노가 봄눈 녹듯이 녹아내리던 순간이었어.

그렇게 dd의 글을 읽고 나서 ‘당선작을 각 잡고 까겠다’는 결심을 내려놨어.

오히려 ‘dd에게 사과할까 말까?’ 망설였어.

그런데 일이 커지려고 했을까?

새벽까지 일을 하는지라 그 시간에 문갤 들어왔더니 누군가 어그로성 글을 올렸더만.

사람들 싸움 붙이는 글이라 판단하고, 냅다 저지의 뜻을 담은 댓글을 질렀지.

그랬더니 그 사람, 글을 지우겠노라고 하며 “각 잡고 깐다더니 글 안 올려?”라는 말을 내뱉더군.

‘아... 어느새 약속이 되어 버렸구나...’

마음속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하니, 새벽에 만난 그 친구... 어그로라기 보다 그냥 궁금해서 질문한 건데 내가 비아냥으로 여겼나봐.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치욕 때문에 한창 예민해져 있던 때였으니까...)

‘그래! 쓰자!’

다만, 분노만 가득한 대책 없는 비난보다 사실만을 쓰고, 궁서체 본연의 서체를 유지하리라, 다짐했지.

그러고 나서 ‘조선 소설 당선작에서 당장 필요한 건 딴 게 아니야’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어.

글 올리고 나서 얼마 뒤에 역시나 내 수준을 운운하는 댓글이 달렸고, 그에 대해 답글을 달고 잠이 들었어.

그때 잠에 들면서 다짐했어.

‘망할 놈의 수준... 기본이라는 주제만 쓰려고 했는데, 문장과 이야기는 물론 사유, 공간까지 아예 시리즈를 완성하겠어!’

그런데... 저녁 무렵 잠에서 깼을 때 “씨발, 싸우자!”라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어랍쇼? 댓글판이 휑...

‘어, 뭐지? 나 싸울 준비 됐는데? 다들 어디 갔지?’

그 뒤로 게시판을 둘러보니... 맙소사... 나랑 치고받던 이들이 사람들 글을 평가해 주고, 도와주고 있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 한 가지 생각...

‘씨바... 나만 못됐어! 나만!’

댓글에도 남겼지만, 그 사람들... 개착했어.

게다가 알려주는 솜씨도 솜씨지만 행간에 상대를 존중하는 향기가 풀풀...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고... 하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날 도와준 것도 아닌데... 고마운 마음이 들고 말았어.

‘씨바... 내가 지금까지 누구랑 싸운 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전의가 싹뚝 잘려나갔어.

게다가 미처 몰랐던 생각이 떠올랐어.

저 사람들이 지키려는 사람이 대체 누구야? 그 사람? 그 사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 듯...

그러니 저렇게 몰려왔겠지...?

어쨌든 당시 내 마음은 그렇게 변하고 있었어.

그래, 이왕 전의가 꺾였으니 누군가에게 한마디 할게.

피리 부는 사나이로 한바탕했던 ‘dd’야.

네 사과 받고 가슴이 철렁했어.

늦었지만... 내 사과 받아줘.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말 있음.

“니들 왜 착해? 싸울 맘 사라지게?”


두 번째, 내가 창피해지기 시작했어.


모두가 아는 노래 하나 있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개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원숭이가 짱인 줄 알았는데, 노래하다 보면 최종 보스는 백두산이야.

같잖은 ‘기본’을 운운하며 내 엉덩이 빨갛다고 설쳐댔는데, 사과가 보면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습겠어.

사과뿐이겠어? 바나나, 기차, 비행기, 그리고 백두산까지...

사람 위에 사람 있다는 사실... 잠시 잊었어.

언어와 문장을 시작으로 서사, 톤, 개성, 경험, 취재 등등 각 부문/분야별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문갤에 있는데...

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내 모습이 심하게 부끄러워졌어.


이미 싸울 맘이 사라졌고... 그리고 언제까지 싸울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대거 등장해서 갤러들의 수준을 운운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어.

‘너 그 작가 알아?’, ‘너 그 책 읽어 봤어?’, ‘너 그거 알아?’,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원래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야.’

그 말에 더욱 불타올랐어.

자신의 글과 말에 권위와 신뢰를 덧칠하기 위해 위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데 그 말... 양날의 검이야.

누군가에게는 “우와, 소크라테스도 알아요?”라는 감탄을 들을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음... 소크라테스... 이제 그 단계군.’ 하는 레벨 노출의 우를 범할 수 있어.

문갤, 그냥 병신이 모인 데 아니야.

백두산보다 더 높은 사람들 많다 생각해.

“그 사람들, 게시판에 왜 안 내려오는데?”라고 묻는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 때리는 거 봤어? (물론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지켜보며 ‘나도 저럴 때 있었지... 적당히 싸우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하는 넉넉한 마음 가진 사람, 게다가 연륜이 쌓이고 쌓여 낄낄빠빠의 미덕까지 갖춘 사람... 그런 사람이 나는 제일 무서워.

봐서 알겠지만, 나는 아직 멀었어. (느닷없이 왜 자기 고백?)

그리고 문갤 어떨 때는 중3이 자신만의 감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문창 입시생이 제 할 말을 멋들어지게 할 때도 있었어.

그 순간만큼은 그들이 나보다 높아 보였어.

높아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야.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어.

하여간 도처에 깔린 게 기차고, 비행기고, 백두산이야.

그걸 뒤늦게 깨닫고 지금 무척 창피해하고 있어.

그냥 병신, 병신거리며 쌈박질이나 할걸... 내 주제에 기본이라니...


세 번째, 이 싸움이 불공평하다는 걸 깨달았어.


싸움의 주제는 이번 당선작이야.

그런데 이 싸움, 너무 불공정해.

비겁해.

이유는 다름이 아니야.

정작 당선작의 주인이 이곳에 없어.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에게 욕 한마디 못하고 있어.

내가 미처 몰랐던 의도와 깨닫지 못한 깊이가 모래알처럼 많을 텐데...

그런데 돌아가는 판이 너무 개판이라 이곳에 올 수도 없고... 와서도 안 되고... 

수준을 들먹이는 이들 때문에 활활 타올랐다고 했지만, 결국 최대 피해자는 글쓴이였어.

그리고 더욱 단단해져야 함을 당부했던 심사위원이었어.

글을 올리고 잠에서 깬 뒤 뒤늦게 밀려든 생각이었어.

이 대목을 써야하나 망설였지만, 미루거나 애써 외면하면 미안한 마음을 영영 전하지 못할 것 같아.

만약 글쓴이를 직접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봤어.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얼굴부터 화끈거릴 것 같아.

그의 말 한마디 듣지 않고, 비겁한 룰로 싸우고...

미안하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 내밀어 그의 손가락을 툭 치고 도망칠 것 같아.

인간적으로 너무 미안해서...

만약 심사위원을 만난다면?

그땐 손가락이고 뭐고 우선 도망치겠지.

물론 내 얼굴은 불덩이처럼 빨개져 있을 거야.

어쨌든 불공평해... 이 싸움, 내용 말고 방법과 전개 방식이 너무 나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 들어줄래?


뒤늦게 찾아온 이들에게 전하는 질투에 대한 이야기야.

나 같은 경우는 질투와 분노를 판별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걔 집 샀대. 그런데 걔 성격 개판이고 못생기지 않았냐? 집만 있으면 뭐 해?”

이건 질투야.

그런데,

“걔 집 샀대. 그런데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알아? 은행 털었대.”

이건 분노야.

질투하는 사람은 본진을 치지 않아.

변방을 쳐서 흠집을 내려고 해.

갤러들은 지금까지 본진을 쳤어.

당선작을 논했어.

질투와 시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였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음모에 대한 이야기야.

이번에는 당선을 향해 나아가는 갤러들에게 ‘정말’ 조심스레 하고 싶은 이야기야. (요 몇 년 나도 같은 입장이었어.)

나도 처음에는 발끈하는 바람에 의구심까지 품었지만, 어떠한 공모전이든 끝나고 나면 음모론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그런데 그 의구심은 불행하게도 당선자가 되어야 해소돼.

‘아, 나도 되는 것 보니 공정하구나.’라는 생각... (이 말 하는 내 모습이 참...)

위에서 부끄러움 무릅쓰고 밝혔지만, 나 역시 그 과정을 거쳤어.

당선된 분야... 그 분야에서 날 위해 힘 써줄 사람 하나 없었어.

아는 이도 드물었어.

드물다고 한 이유는 아는 이는 있었지만, 심사와 관련될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어.

그런데 당선, 그토록 바라던 일이 벌어져.

얼마 전 모두가 신춘 당선 소식에 귀를 기울일 때였어.

이곳에 시 당선됐다고 글 올린 친구가 있었어.

나는 그 말을 아직도 믿고 있어.

기억을 더듬어 쓴다면, 그때 그 친구가 아래와 같은 말을 했어.

“나도 당선되기 전에는 이곳에서 음모론에 귀를 기울였어. 그런데 됐어. 모자란 내가 돼서 미안하고, 다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글 중에 음모론을 해소했다는 말에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졌어.

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글쓴이를 대신해서 시비 터는 인간들과 싸우기도 했어.

다행히 시비보다 축하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볼 때마다 ‘와, 다들 멋있다.’라는 생각을 했어.

두 개 신문사에서 당선됐다는 말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 같은데, 그 마음 여전하냐고?

이미 두 가지 생각으로 굳어졌어.

당선이 사실이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자신의 모습을 감췄다면 “잘 숨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런데 정말 거짓이라면 “씨바, 니가 이겼어. 거짓말을 그 정도로 할 정도라면 져도 크게 속상하지 않아!” 하고 두 손 들 거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우연히 마주친다면 한 대 쥐어박을 거야)


언급하기가 어려웠던 질투와 음모를 끝으로 내 글을 마칠까 해. (부디 시비가 일지 않기를...)

질투와 음모가 왜 위험하다고 했느냐면,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

정의를 가장한 질투도 있고, 청정을 가장하고 책 구독을 권유하는 심사도 있으니까.

세상은 그래서 늘 시끄러우니까.


내 글, 정말 마칠게.

어쩌다가 이렇게 긴 글을 여러 편 남기게 됐는지... 후...

개인적으로 댓글만 달며 생활했으면 잠이나 모자라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될 운이었나봐.

이쯤에는 나는 물러날게.

이 일로 인해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이 아쉬워.

이제 갤러들하고 “병신!”, “이 새끼!”, “지랄!” 하면서 못 놀아.

나도 양심이 있지... 이젠 미안해서 그렇게 못 놀아.

그리고 못 싸워.

아쉬워.

자주 오지도 못할 테고... (이제 잠 좀 자야겠어)

물론 어느 날 다시 싸워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 싸울 거야.

최선을 다하면 이기냐고?

그럴 리가...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 싸운다는 말일 뿐이야.


그간 여러 사람과 싸움박질을 하며 지냈는데...


늦었지만 내 사과 받아줄래...?

미안해...


그리고, 지금껏 쓴 글이 오만했거나 꼰대 훈장질 같았다면...


더더욱 미안해...


이쯤에서 경어 생략한 반말글을 마치고, 마음속 인사드릴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건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