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불만이랄 거야 아직은 없지만 아주 가끔은, 한 주먹에 감히 다 담기질 않을 만큼의 아주 이따금씩은 남의 밑단을 자르는 사람 혹은 그 만큼이나 자그마한 생채기에 배 터지게 울고 웃는, 아기 가시가 주는 덜 여문 아픔에 부랴부랴 매달리는 한 마리 애매한 중년 종자이고 싶을 때가 있소

지지부레한 가난을 바라는 게 아니라 소 워낭소리에 희를 발하고 애기 살내음에 눈물 닦는, 손수건 같은 애정 손수 지은 노래 가사에 친구의 사랑 얘기를 싣는다거나 그네들 아픈 기억을 애써 풀어 가신 발자국 뒷모습에나마 이제 더이상 회고하지 못하는 추억을 쑤셔담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오

꽃을 머리에 달아본 적 있는 지 묻는다면 글쎄, 내가 앉은 책상 바닥부터 기어 올라온 이십일세기의 향수가 이십이세기에도 이어질 지, 도심의 분내에 취해 향수를 잊는 동안 더욱 긴 변명의 기수가 백합 꽃을 머리에 단 채 마을에서 도로까지의 긴 장막을 십자수처럼 달려볼 수 있을 지 다시 한 번 궁금해지는 시점이오

고백은 우스운 것이라 내 평생 점액질 붐비는 안경에 김 서려 닦고 그러한 똑바른 눈으로 고백 편지를 흰 종이에 남겨둘 줄 꿈에도 몰랐소
병신같이 살기 위해 내 굽고 비루한 몸 바쳐 별의별 일을 다 기울여 봤지만 내 고달픈 잇속의 병신같음은 그대 검은 머리의 꽃다운 병신과 영 상반되나 봅니다 그려
병속에 태어나 이루지 못한 진주 품고 병으로 삶 마감하니 얼마나 우스우며 재밌고 소달구지 끌고가는 인생이오
잘 마쳤습니다, 굳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