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도 가슴이 갑갑한 날에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글이 손에 잡히질 않는 날에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지겹게만 느껴지는 날은 또 어쩌구요. 정말이지 모르겠군요. 어쩌자고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것인지, 이유를 묻는 날들이 왕왕 있었어요. 영문 모를 불안과 두려움. 오늘도 그런 날입니다. 거리에는 봄기운이 가득하고, 걸음마다 밟히는 따스한 햇살, 중학교 운동장에는 체육복을 입고 열을 맞추고 선 아이들의 웃음 소리. 벚꽃들은 언제 다 진 것인지, 나무들은 지나친 초록이 되었습니다.

 캠퍼스에서 온천장, 식물원을 지나 원예학교에서 내리면 풀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문득 오래 전에 친구들과 갔던 산골마을 담벼락에 있던 낙서가 떠오릅니다. "여행은 가장 즐거운 도망이다" 였던가요. 전혀 상관없는 이야깁니다. 그리운 시절이지요.

 도망치기만 했던 인생이었습니다. 두려움으로부터, 가난으로부터, 외로움으로부터. 과거와 미래, 꿈으로부터의 도망 말예요. 뿌리치려 해도 지독하게 따라오는 녀석들도 있었고, 제가 먼저 손을 내밀어 놓고서 도망쳐버린 적도 있었지요. 묵묵히 말이 없는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손쉬울 것이라 착각을 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시계 속에 시간을 담기 위해서 사람들은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