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쉬는시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편의점 사장님은 단골인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해주셨고 나도 그에 답했다.삼각김밥 하나와 에너지 드링크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사장님은 날 보고 학교 생활은 어떠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건네시던 와중 사레라도 걸린 듯 숨 가쁜 기침을 계속 하셨다.
기침이 멎은 후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이 폐기가 좀 많이 남았다고 컵라면 3개를 주셨고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주신다니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용돈이 적은 나로서는 오히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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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후 시험기간이 찾아왔다. 학원에서는 쉬는시간도 줄이며 수업을 진행했고쉬는시간이 줄어 그 편의점을 찾기 힘들어졌다. 편의점을 못찾아가는게 크게 슬픈 일은 아니다. 지긋지긋한 수업시간이 늘어나서 슬픈 것이다.짧은 쉬는 시간 중에 옆자리에 앉은 지민이가 말을 건넸다.

"야 니네 가족 중에 담배 피시는 분 있어?"

"우리 아빠."

"몸 상태 어떠셔?"
연이어 지민이가 물었다.

"팔팔하시던데. 배 나온 것만 빼면 ㅋㅋㅋ"
별로 흥미로운 주제는 아니여서 시덥잖은 농답으로 말을 끊었다.
수업이 다시 시작됐다.
뜬금없는 놈이다.
갑자기 담배 얘기나 꺼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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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4일 뒤 학원을 끊었다.
별난 놈이다.
시험기간에 학원을 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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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지난 후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다시 그 편의점으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편의점 사장님이 반겨주셔야 하는데 웬 여대생이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매출이 안나왔던건지 몸이 힘들었던건지 짧게 생각해봤지만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였다.

샌드위치를 고르고 계산을 하며 여대생에게 물었다.

"혹시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봤다.

"..."
여대생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냥 소심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2천..300원입니다..."
매우 작게 말했지만 알아들을 순 있었다.
내 말이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살짝 나빴다.
계산 후 전자레인지를 돌리자 마자 알바생이 날 불렀다.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셨나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분이셨나요?"

"친절하시고 웃음이 많으시고 인자하셨죠."

말이 끝나자 마자 여대생은 입술을 꾹 깨물었고,
억지로 참다가 눈동자에 고인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표정은 굳은채로 아무 말 못했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사장님.. 돌아가셨어요. 알아야 하실 것 같아서요.."

끝내 알바생이 입을 열었다.
그 때 편의점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지민이였다.

"씨발 진짜 남한테 아빠 얘기하지 말라고!"
알바생과 특별한 사이가 있는 것 같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남매라 하더라.
무엇보다 지민이 아버지가 나랑 그렇게 친했던 편의점 사장님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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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감정이 좀 진정되고 지민이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폐암으로 돌아가셨어."
분명 의아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 눈 앞에서 웃고 계셨는데.

"혹시 학원 끊은 이유가.."

"그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민이는 말을 잘랐다.
어떤 느낌인지도 잘 모르겠다.
난 생전 장례식조차 한번 경험을 못했으니.
제일 의지해야 하는 인물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슬플까.

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부 다 들어주고 나서야 다 식은 샌드위치를 꺼낼 수 있었다.

"병원 입원은 왜 안하셨대?"

샌드위치의 포장지를 벗기며 물었다.

"이미 폐암 말기였고 우리 아빠가 암 치료를 거부했어.하루에 알약 20개씩 먹어가며 머리카락은 빠지고 병원 침대에만 누워있느니자기가 좋아했던 사람들 얼굴 한번씩이라도 더 보고 죽는게 소원이라더라."

"..."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게 담배좀 작작피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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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다. 매우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우리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모르시는 아버지는 날 부르며 컵라면 하나만 끓여오라 하셨다.
저번에 받은 폐기 컵라면 하나를 못먹어서 괜찮겠지 하며 꺼내들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나기는 커녕 아직 다섯 달이나 남아있었다.

<유통기한>..2019/04/21 -ㅈ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