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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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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르기(일컫기) 위하여 개개인에게 지어진 고유명사를 우리는 이름이라고 부른다. 때때로 듣기에 따라선 거북스럽거나 우스꽝스런 이름들(노숙자, 강도범, 백원만 등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이름들도 따지고 보면 제가끔 심오하거나 아름다운 뜻을 지니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이름이란 대체로 나쁘게 되라는 뜻에서 지어진 것은 없다고 해도 좋을 성싶다.
나의 이름은 ‘최지민’이다. 형의 이름은 ‘최의민’이다. 부모님께서 애당초 우리의 이름을 지어주실 때의 포부는 이런 것이었다.
‘지민이 너는 슬기 지(智)에 백성 민(民)을 써서 장차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고, 네 형은 굳셀 의(毅)에 마찬가지 백성 민(民)을 써서 부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나아가 네 형과 너의 가운데 글자를 조합하면 의지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듯이 형제지간에 싸우지 말고 의지하며 살아가라는 뜻까지도 헤아려 지은 것이다.’
이쯤 되면 이름이란, 앞서 말했듯 내가 누군가를, 누군가가 나를 이르기(일컫기) 위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차라리 우리가 이룩하거나 다다라야만 하는 이상향 내지는 이데아가 아닐까. 그러나 그 이상향/이데아가 애당초 나로 인해 설정된 게 아니라 부모 즉 타자에 의해서 설정된 것이라면, 제 이름의 뜻에 따라 삶을 이루고, 언젠가는 그 이름과 다름없는 사람이 되리라, 하는 개개의 욕망은 기실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타자의 욕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의 이름은 우리를 ‘타자의 욕망을 욕망케’ 하는 동인(動因)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데아’란 플라톤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이며,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실체/사물의 초월적인 모습이나 형태를 의미한다.(오가와 히토시, 이용태 옮김, 『철학용어사전』, 미래의 창, 2014, 80쪽.)
예를 들어 장미에는 장미의 이데아가 있고, 원에는 원의 이데아가 있다. 그 때문에 장미꽃 봉오리만 봐도 활짝 핀 장미꽃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삐뚤빼뚤한 원을 보고도 매끈한 원을 그려 낼 수 있다. 이것은 머릿속에 장미꽃과 원의 이데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이데아라는 것은 사물의 이상적인 모습을 가리킨다.(같은 책, 80, 81쪽.)
플라톤은 이데아로 구성된 영원불멸의 세계와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현실의 세계를 구분했다. 전자가 이데아계, 후자가 현상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계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데아계를 모방해 존재한다고 한다. (…) 현실의 세계는 항상 이상의 세계를 모범으로 삼아 존재해야 한다는 발상이다.(같은 책, 81쪽.)
덧붙이자면,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이상주의라고 비판한 사람은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본질이 이상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같은 책, 81쪽.)
물론 대부분이 매일 매순간 자신의 이름을 염두에 두고 그에 걸맞은 삶을 꾸려나가려고 실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름은 자신이 아닌 사람에 의해 더 자주 많이 떠올려진다는 점에서, 바꿔 말해 자신의 이름은 타인의 머릿속에서 더 자주 많이 거론되고 곱씹어진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이름은 더더욱 애당초 지어진 고유한 뜻과 이데아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물의 본질이 이상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있는 것이라면, 나와 너(사람)의 본질 또한 나와 너의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나의 이름을 떠올리는 너의 생각 속에, 너의 이름을 떠올리는 나의 생각 속에 나와 너의 본질이 있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타인들의 천변만화하는 생각 속에서 내가, 나의 이름이, 개새끼, 보고 싶은 사람, 죽이고 싶은 사람 등등으로 호명되고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의 본질은 아닐까.
와 - dc App
무엇이... 와? 인지요?
이름을 떠올리는 타인의 생각 속에 본질이 있다는 말이요. - dc App
자주 제 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름의 이름이라는 제목이 뭘까 싶어요. - dc App
말 그대로 이름이라는 시니피에 즉 기표의 시니파앙 즉 기의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품은 제목이예요
네 - dc App
두번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이다 - dc App
어이고!!! 과찬, 극찬이십니다.......
잘 읽었어요 ~~~ ㅎㅎㅎㅎㅎㅎㅎ
고견 감사히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