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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소서래요. 여름 더위가 시작하는 날이란 뜻이래요. 백과사전 살펴보니까 이때쯤이 장마철이래요. 이상하지 않아요? 장마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시작했고, 지지난 주부터 엄청나게 더웠는데. 예전에는 여름이 좀 더 늦게 왔나 봐요. 아님 지구 온난화 일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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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쯤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잠깐 집을 비웠어요. 원래 주말은 독서실 가거나 학원 가는데, 이번 주에 기말고사 끝나서 안 갔거든요. 레몬 소르베를 먹었어요. 검은색 아이스크림인데 레몬 맛이 나요. 그런데 레모나처럼 마냥 신맛이 아니더라고요. 신것은 빼고 단것만 넣은 느낌? 제가 원래 레몬을 좀 좋아해서, 반팔 입고 다닐 쯤이면 맨날 편의점에서 블루레몬에이드 사 먹고 그러는데, 전 별로였어요. 전 레몬의 신맛이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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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요리할 때 식초를 안 넣어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하거나 외할머니 어깨너머로 익힌 음식을 만들 때에도 반절만 넣거나 아예 안 넣어요. 엄마는 식초 맛이 싫대요. 신맛이 싫대요. 그런데 베트남 쌀국수 먹으러 가면 항상 국물에 레몬즙을 뿌려요. 레몬 신맛은 뭐가 다른가 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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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맛있죠. 전 여기 오면 항상 이거만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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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너무 덥지 않아요? 우리 집은 에어컨 잘 안 틀어요. 그래서 공부하려면 이렇게 카페 오거나 독서실 와요. 제 친구 중에 진호라는 애가 있는데, 그 애 아빠는 도요타랑 벤츠가 있어요. 그런데 집에 에어컨이 없대요. 야, 너는 아빠가 외제 차를 두 대나 끌고 다니시는데 에어컨이 없냐? 그랬더니 그 애가 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아니, 왜 차는 그러면서 에어컨을 안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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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랑 한번은 전경련 건물까지 걸어간 적이 있어요. 알아요? 신길역 옆에 다리 건너서 쭉 걸으면 있거든요, 전국경제인연합. 거기 지하에 큰 문구점이 하나 있는데, 문구점에서 샤오미 보조 배터리를 팔아요. 사지는 않았어요. 대신 그 옆에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서 초코우유를 하나씩 사서 마셨어요. 그때가 여름 방학 때 자습하러 학교 나온 거라서, 점심에 다들 정장 입고 있는데 우리만 맨발에 슬리퍼 신고 앉아있었거든요. 눈치 보여서 금방 나왔죠. 거기 냉방은 잘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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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누구 전화에요? 가야 된다고요? 아아 맞아, 약속 있다고 했죠? 계속 얘기하다 보니 까먹었네. 그러면 여기 앞에서 만나요? 맞은 편? 친구가 영등포 쪽에 사나 보다. 맞죠? 잘 가요. 다음에 여기 올 일 있으면 그냥 과일 에이드 마셔요. 여기 카페라고는 하는데 사실 과일이 더 맛있거든요. 그래요. 진짜 잘 가요. 잠깐 얘기해서 좋았어요. 그래, 이제 공부나 해야지... 잠깐. 지갑, 지갑 놓고 갔어요! 아니 이 사람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갑이요, 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