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테크 분야 = 어제까지 추앙받던 이론이 하루 아침에 쓰레기가 되는 분야죠. 똑같은 음식도 어떤 연구자들은 몸에 좋으니 먹어라 하다가 또 어떤이들은 몸에 안좋으니 먹지마라하고. 자기네들끼리도 서로 싸우는 일은 다반사죠.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들도 뭘하고 있는지 사실 잘 몰라요. 그렇지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죠. 자기 밥줄인데.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유통기한이 짧아진 건 오히려 과학/기술 서적이에요. 황순원의 소나기는 지금 읽어도 의뭉스러운 계집아이의 서글픈 이미지와 풋사랑의 설레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만 어도비 플래시 코딩에 관한 책이야말로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죠. 책을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대다수 책들은 언제 용도 폐기라는 시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그런 것들이죠.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우리를 다독이고, 미소짓게 하고, 울게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문학이에요. 효용과 가치 면에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 이상으로 만족감을 주는 쪽은 문학이 압도적이에요. 아버지의 서재에서 꺼내 읽더라도 1984는 여전히 유효하니까요. 그런데 어디보자 무슨 이론이니... 기법이니 하는 것들은요 몇 년 지나지도 않은거 같은데 놀랄 만큼 쓰레기가 되더라고요. 소유할 가치가 전혀 없는 것들이죠. 전 그래서 서점에 가면 과학, 테크,뭐뭐 하려면 뭐뭐 해라와 같은 책들은 눈으로만 대충 보고 정말 돈을 지불하고 사는 쪽은 언제나 안나 까레니나, 금각사,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은 책들이죠. 진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품 안에 안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이렇듯 생생하고, 내밀하고, 영속적인 예술 작품을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소유할 수 있다니. 이건 완전 개이득이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