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우리나라 동쪽 숲에있는 시골입니다

겨울에는 자비없이 황량하기만하고 눈발이 매섭게 날리지만

여름이 찾아오면 그것들은 온데간데 없고 달콤한 오디와 산머루들이 숲을 가득 채우죠

내가 아직 철부지 꼬마아이일 시절 우리 옆집에는 재미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네요

지금 아이들은 만나기만하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런 씁쓸한 시대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이라는게 존재했던 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약속을 하지 않아도 항상 그곳에 친구들이 있었고 재미있는 일도 같이 있었습니다

옆집을 제집 다니듯이 편하게 왕래할 수 있는 온정이 가득했죠

그런 옆집에 병철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특이한 아이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정말로요

사슴벌레 두마리를 잡아서 자신의 양쪽귀를 물게하고 몸통을 뜯어 걸고 다니기도 하고

어린 피라미를 입에 가득 머금고 있다가 제 여동생 앞에서 토하듯이 뱉어네 울리기도 하였죠

다음날 병철이의 종아리는 퉁퉁 부어올라 제데로 걷지 못했었습니다 (아마 병철이 아버지가 알게되어 버릇을 고친다고 때리신것 같아요)

이런 기행을 자주 보였던 병철이는 당연히 마을의 골칫거리였고

한번은 돌을 던져 참새를 잡는다고 설치다가 이장님 마당에 된장 항아리를 깨트려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것은 몇년전 돌아가신 이장님의 아내분이 담가두셨던거였고
충격을 크게 받으셔서 한동안 누워서 끙끙 앓으셨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후 병철이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자주 모여서 놀던 뒷산 아지트에도 오지 않았고

집앞에서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고요

항상 먼저 우리집 앞에 와서 놀자고 부르던 녀석이었는데 어디에 가도 없으니 심란해져서 아버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물음에 대답도 안하시고 담배를 피우며 묵묵히 신문만 읽으셨습니다

하다못해 병철이 아버지를 찾아가서 물었는데 머뭇거리시더니 잠시 어디에 가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곧 돌아오실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병철이 없이 다른 친구들과 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병철이의 실종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사고만 치는 병철이를 아니꼽게 여겨 오지로 데려가 버리고 왔다든지

오디를 따러 산에 올라갔다 문둥이에게 잡아먹혔다던지

이런 저런 추측이 난무했지만 점점 병철이는 우리에게서 잊혀졌고

최고의 사고뭉치가 사라진 마을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한달정도 지나고 마을엔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사라진 병철이가 산속에서 발견된것입니다

마을에 계신 약초쟁이분이 산에 올랐다가 들짐승 같은것이 돌아다니길래 살펴보니까 분명 사람같더랍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이였고 꼴이 말이 아니었기에 일단 데리고 내려왔답니다

산에서 아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경악했습니다

분명 아이의 신체인데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변해있고 앞니는 전부 빠져있었으며

온몸에는 두꺼비같은 돌기가 돋아있었습니다

여드름같이 새빨간 돌기들이었는데 그 당시 보는순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걸치고있는 옷가지들은 전혀 없었으며 특히 생식기 부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더러운 상태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상태가 안좋으니 어른들이 음식과 물을 주었는데 잔뜩 경계하고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잠시뒤 병철이 아버지가 달려오셨고 그 아이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털썩 쓰러져 목놓아 우셨습니다

병철아~~ 라고 울부짖으며 정신을 못차리셨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그 짐승같은 아이가 병철이라는걸 깨닳았습니다

모두가 웅성거려 혼란스럽던 그 순간 짐승같은 아이가 쏜살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쓰러져있던 병철이 아버지의 뒷목을 양손으로 움켜쥐었습니다

아이의 손톱은 굉장히 길고 날카로웠기에 뒷목을 깊숙히 파고들었고 굉장히 많은 피가 솟았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놀라서 그 아이를 발로차서 떼어내었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듯 뒤로 튕겨나간 그 아이는 땅바닥에 뻗어버렸습니다

병철이 아버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으셨고 땅바닥에는 피가 흥건했습니다

아직도 제 기억속에 이 장면만은 생생합니다 잊을수가 없습니다

병철이의 아버지가 그렇게 된것보다 무서웠던건 그 아이의 행동이었습니다

아이는 벌렁 누운채로 발작을 일으켰고

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두꺼비

이 말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었습니다

몇년후 저희 마을은 댐 건설로 수몰되어 버렸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저희 가족은 경기도로 이사를 와 잘 정착했고 그 일은 벌써 몇십년 전 일이 되었네요

병철이가 갑자기 왜 사라졌었는지

우리 아버지와 병철이 아버지는 뭔가를 알고있었던것 같았는데 어째서 아무말도 안해주셨던건지

병철이는 왜 그런 모습으로 변했는지

한달동안 산속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직도 많은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에게 물어보아도

그런 일은 좋은일이 아니니 잊어버리자고 대꾸도 잘 안해주십니다

조금 꺼림직한건

우리 마을에 자주 돌던 소문이었습니다

뒷산에 거대한 두꺼비가 사는데

혼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을 발견하면 잡아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어른들이 산세가 험한 뒷산에 아이들이 홀로 가서 길을 잃거나 다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퍼트린 소문이라고 믿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엔 그저 소문으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좀 마음에 걸리네요

아무튼 이상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수상하지만

이미 지난일인데 어쩌겠습니까 그냥 잊어야지요

그저 병철이가 안쓰럽기만 하고.. 가끔 보고싶네요

술한잔 한김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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