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를 쫓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몇 분 이었지만, 등골에서 두골까지 타고 오르는 아찔한 시선을 무방비로 받아 내었습니다. 마치 은화 몇 푼에 예수를 팔아버린, 천하의 배반자가 되어 입이 열 개라도 말 못하는, 가룟 유다처럼,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연신 부딪혀야 할 것 같았습니다. 유다는 후회를 하고 죗값으로 목을 매기라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었습니다. 신은 여태껏 저를 제자로 선택한 적이 없기도 하고, 아무도 관심 없는 불쌍한 중생으로서, 부취(腐臭)를 풍기는 싸구려 베일을 벗기면 존재가 사라지는 저를 받아들이기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맞섰습니다.
“원래 그렇게 빤히 바라봐요? 되게 부담스럽다”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창부 주제에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몸을 값으로 매길 수 있는 저도, 지금 생각 하면, 속되고, 휑한, 막이 내리고 난 뒤의 닫힌 장막이었지만, 남모르는 순정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존중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원래 사람 이렇게 봐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자신은 원래 사람을 그렇게 본다는, 언뜻 보면 평범해서 아무 느낌도 받을 수 없는 문장이, 갓 낳은 새끼를 핥아주는 어미 개, 말하자면 따뜻한 엄마의 손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사뭇 분위기가 달라져, 저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했기에, 옷을 벗으려 했습니다.
“아, 괜찮아요, 여자친구가 있거든요, 회사 사람들한테 이끌려서 온 거에요”
저를 말리며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맘씨가 고왔습니다. 잠시 그의 뒤통수에서 광배(光背)를 본 듯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어깨 끈을 다시 올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5초 안에 안 여시면 문 따고 들어갑니다”
이럴 수가! 그것은 놀람, 아니, 이것은 놀람의 차원이 아니라, 새 생명이 탄생하는, 그 경이로운 순간에, 탯줄이 태아의 목에 묶여, 교살(絞殺) 당하기 직전의 옴짝달싹 못하는 작은 인간의 감정, 그것에 비견 될 정도로 흉악한 감정이라 표현 할 수 있습니다. 과호흡이 왔고, 실신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5초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벌어졌지만, 아비규환, 즉,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살벌함, 내 모든 민낯의 추함이 백주(白晝) 천하에 호령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윽고 밖에선 문을 따라는 작은 소리와 함께, 쿵, 문고리가 부서졌으며, 형사 두 명이 작은 손 카메라와 망막이 찢어질 정도의 강한 손전등을 들고 들어왔고, 문을 따는데 쓴 듯 한 쇠 막대 비슷한 것을 든 소방관도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당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풍문이지, 제가 당할 일이라곤, 주인공은 시련을 겪지만, 이런 수치스런 경우는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런 대비도 못 했습니다. 눈이 너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형사 쪽을 쳐다보지 못해서, 남자 쪽을 봤습니다. 아주 태연해 보였습니다. 마치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다는 듯, 그는 편안하게 그들을 응시까지(아래위로 훑어보는 느낌이 들었던 건 착각일까요) 했습니다.
“우린 얘기만 했습니다”
남자는 담박하고 짧게, 성난 개들을 달래듯이 말했습니다.
“김형사, 침대 뒤져 봐, 화장실 하고, 거짓말 하시면 공무집행방해로 가중처벌 받는 거 아시죠? 다 알고 왔으니 순순히 따라오세요”
“글쎄, 저흰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확인 해 보시면 알 것 아닙니까”
남자의 안경이 전등의 빛에 번뜩였습니다. 그러곤 몇 분간 형사들은 침대 위와 아래, 화장실 쓰레기통까지 샅샅이 뒤져 보더니, 요상한 욕지거리를 하곤 허탕을 쳤다며 나갔습니다. 남자는 주섬주섬 자신의 서류 가방을 챙기더니, “동료들이 걱정되는데요” 하며, 곁눈질도 아니고, 빤히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눈빛으로 짐짓 미소를 지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못했습니다. 하기도 전에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바로 짐을 챙겨 방을 나갔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안 얘기로는, 다른 방에선 누군가가 잡혀갔고, 실장은 도망갔다고 들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그때까진, 하나의 일화가 이끌어낸 작은 변화를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그가 수렁에서 빼내어 줬다는 것, 그리고 한 토막의 찜찜함이 구석에 자리 잡았다는 것과- 그것이 통찰의 태동(胎動) 이였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을 뿐. 그 일 이후로 일을 그만 둘까 했지만, 다른 가게로 옮겨 다시 일하게 되었습니다.
결말과 틀을 조금 수정하여 제목도 손 봤습니다.
정말 구원해줬네. 잘 봤어.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