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인재였다.

누구나 알아주는 명문대에 입학했고

친구들도 그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그는 돌연 고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친구들이 취업도 잘되는 학교 나와서는 뭐하러 고생길을 걷냐고 만류했지만 높은 곳을 보는 그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급제라는 것은 너무 높은 곳에 있던 걸까.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허리는 점점 굽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는 땅바닥만 보게 되었다.

앞을 보기 힘들다 보니 점점 친구들도 떠났고

친구들만 떠나랴, 그의 청춘도 떠났다.

7번의 새해

7번의 벚꽃

7번의 바다

7번의 단풍

7번의 크리스마스


친구가 해를 거듭하여 인내를 마신 어느 날

친구는 공부를 그만하고 충청도로 가서 부모님과 농사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갑자기 왜."

"이제는 내가 평범한 놈이라는 거 인정하려고. 그거 인정하기까지가 너무 길었던 것 같아."

"그래, 우리 평범하니깐 평범하게 살아야 할 것 아니야. 농사짓는걸 안 좋게 보는 게 아니고, 너 명문대도 나왔고 고시판에서 발 떼고 새 시작하면 아직 할 거 많잖아."

친구는 정말이지 지독히 우울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아냐, 여기서는 더 이상 풍년은 없어. 없을 것 같아..."

얼마 뒤 친구 집은 충청도로 갔고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그 해 아직 가을이 오지 않은 입추 날 밤이었다.

입추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걸 보니 풍년이 들 길한 징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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