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아래 어금니가 자꾸 아프다.

위암으로 고생했을 때도 아프다는 말 한 번 하지 않고 수술까지 잘 견뎌낸 엄마였다. 도대체 어금니가 어떻게 아파서 자꾸 나를 보챌까 싶어 치과도 여러 군데를 갔다 왔지만 모두 별 이상은 없다는 말뿐이었다. 한 번은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있다 겨우 집에 들어와 먼저 잠든 엄마 곁에 누워서 죽은 듯이 자던 나를 이른 새벽에 흔들어 깨우며 아이처럼 칭얼거리기도 했다. 백아, 어금니가 빠질 것 같이 아파. 안에서 혹이 난 것 같다. 제 돈으로 수술하면서도 내게 짐이 되는 것 같다며 미안해하던 엄마가 야근에 꼴아박은 내 몸을 흔들어 깨우다니. 나는 이미 위에 한 번 혹이 난 엄마가 다른 데라고 혹이 안 날까 노심초사해 몇십 키로나 멀리 있는 대학병원까지 가 봤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나이에 비해 어금니가 희고 튼튼해요. 그 후로 엄마의 어금니 타령은 그저 나잇값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사실 몇 번은 짜증도 났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런 나를 더는 보채지 않았다. 다만 가끔씩 입 안에 손을 넣어 왼쪽 아래 어금니 주변을 쓸어 볼 뿐이었다. 혹이라도 난 것처럼.
엄마는 그 후로 두통이 잦게 왔다. 약은 먹어 버릇하면 안 된다며 웬만한 통증은 참거나 몸에 좋다는 즙을 먹어 없애던 엄마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약이 떨어져 찬장에 통증약을 갈아넣을 때에서야 뭔가 있구나 싶었지만 마침 다니던 회사에 일이 많아져 잦은 야근과 밀린 서류 걱정이 엄마의 이상한 병에 대한 생각을 밀어 버렸다. 밤늦게 집에 들어와 언뜻 생각이 나서 엄마에게 버릇처럼 괜찮느냐 물어보면 괜찮다 넘겨 버리는 엄마의 탓도 조금 있었다. 

- 배ㄱ아. 앾ㅇ 다 떨어졋따

그날따라 야근이 길어진 밤이었다. 간신히 서류 정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급하게 친 듯한 엄마의 서툰 문자를 보고 머리가 많이 아픈가, 싶어 다 온 길을 다시 돌아 동네 약국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약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집 주변 도보 2분도 안 되는 작은 약국에서 통증약을 사 오던 엄마가 급하게 부탁한 것을 보면 어지간한 두통이 아니겠다 생각했지만 퇴근 시간에 맞춰 전화하는 연인의 연락도 받고 들어가야 했다. 이어폰을 꽂고 전화를 받는, 조금은 조급해 보이는 내 목소리에도 연인은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나 역시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는 연인에게 왜 묻지 않냐며 추궁하지 않았다. 건조한 목소리가 건조하게 말했다. 물고기를 하나 샀는데, 내가 오면 자꾸 눈치보는 것처럼 자갈 바닥에 지 대가리를 박는 거야. 그래서 집 앞 냇가에 놓아 주려고 나가서 어항에 손을 담궜는데, 얘가 갑자기 나를 콱 물더라. 놀라서 손을 팍, 떨궜는데 손에 뭔가 박혀 있었어. 어금니일까? 어금니. 어금니. 길어지는 말에 짜증이 나서 전화를 끊으려는 참에 어금니, 가 확 박혔다. 집 앞에 다다른 참이었다. 확 박힌 어금니가 빠지질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달려가 집 문을 열며 엄마를 불렀는데, 집이 너무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화장실 수도꼭지가 덜 잠겼나 싶어 화장실 문 앞으로 가는데 물 냄새가 훅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여다본 화장실은 조용했다. 세면대 물 빠지는 구멍 위로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아주 흰, 무언가가 보였다. 

어금니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희고 단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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