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구멍에 하루종일 이어폰을 꼽아놓는다는 게 귀의 자유를 박탈해버린 나의 폭력이었나, 이 빌어먹을 이어폰이 내 귀를 잠식해서 나와 세상 사이의 상호작용을 좀먹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나를 두드렸고 그래서 그날, 이어폰을 집에 두고 나왔다.
그날 밤 나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언어의 주고받음만이 소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박자와 가락이 없이도 음악인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밤의 시내를 걸을 때 들리는 추잡한 욕설, 술집을 나오며 토하는 남성의 우웁 비틀거리는 젊은 여자의 하이힐의 또각또각, 멀리 들리는 사연 있어 뵈는 오열 그리고 이 모든 사소한 소리들을 일순간 덮어버리는 오토바이의 엔진음... 이 모든 것들이 소통이었다 우스움을 서러움을 나약함을 나에게로 가져다준, 질펀한 소통이었다. 밤거리와 불콰한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가는 골목에서 나는 어쩔 수 없단 듯이 털썩 대자로 누웠다 시시콜콜한 인간의 소리와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재잘대는 새들의 소리가 없는 새벽 골목에서 나는 구름 별 나무 새싹 흙 개미 이런 것들의 노래를 들었고 그 음악을 담느라 앉아서 밤을 샜고 그렇게 천재라는 위대하다는 음악가들도 도저히 따라하지 못할 화음을 들었다 아침에 아버지는 대문을 나오시며 저게 진짜루 돌아버렸군, 하며 고개를 떨구셨고 퇴근길에서 돌아오질 않으셨다 하여 거리와 대화를 나누고 우주의 음악을 들은 그날로부터 나의 생이란 더 골치아파졌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음악은 내가 죽어도 몰랐을 잠언이 되어줬으므로 얼른 죽어서 자연의 노래를 부르라는, 그렇게 진짜 인간이 되라는 잠언을 숙제를 내어주었으므로 후회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 같아 잘 쓴 책을, 고전을.
너무 겉멋이 들었어 힘 좀 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