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외길 58년 맹키로
달달 외는 생활의 연속에
세울 수도 없는 채로
하루를 보내려나 싶을 때 즈음

마침내 도래한 퇴근의 문턱을 나서며
검은 화면 위로 드리운 숫자만 한 번씩
내려다 보며 입김도 물어보고

괜히 두리번 대며 걷던 중
옅은 미세먼지 매우나쁨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익숙한 모자 하나가 걸린다

순식간에 두뇌 광회전 상태로 돌입해 버리며
심해 속 해마 옆에 가라앉은 수학 물리학 천문학
심리학 성리학 홍학 학이란 학은 다 뗀 채로
매우 신중하고 정밀한 계산을 진행한다

그를 마주치기 100미터전 90미터..
80미터..60미터..아직 아니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

50미터..40미터..30미터..10미터..!
혹시 설마하니 지금이니? 아니.. 아직도 아냐
좀 더 버텨라 때가 아니다..!

9미터..8미터..절대 눈을 똑바로 마주쳐선
안 된다 여기에서 정면으로 눈이 맞으면
그땐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버리고 잠도 설치며 기분도 하루종일
찜찜할지도 몰라..!

최대한 곁눈질로 절대 들켜선 안 된다
짐짓 아직 눈치 채지 못한 척 혼신의
메소드 연기를 내 인생 연기를
호아킨도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뛰쳐나갈 만큼 영혼을 갈아넣어야 한다

7미터..6미터..아.. 그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진다 포기한다면 이런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고통받지 않을 수 있건만 스스로 걸어가는
가시밭길 끝에 그 무엇이 있던가 정신이
찰나에 몽롱해져버린다

5미터..4미터.. 그리고..마침내!
3미..지금이니!

\" 안녕하세요.\"
내적 초흥분감을 애써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잔잔하게 소주잔에 먼지조차 묻지 않을
비과학적인 평정상태인 양 심장을 움켜쥐고선!

나직하게 뇌까린 처연한 음성
바로 그 다음 순간 들릴듯 말듯 들려오는 메아리와
천천히도 아닌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는
알듯말듯한 마치 모두가 바로 이 속도야라며
암묵적인 함의라도 이룬듯한 움직임으로
기울어져가는 익숙한 모자챙끝의 각도

그 후 서서히 마주쳐가는 싱거운 눈빛들
건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호밀빵을 악우지 가득
욱여넣고 목구멍을 밀려오는 덜 씹힌
덩어리들을 혀뿌리로 애써 말아 올려가며
메마른 아밀라아제를 기를 쓰고 뽑아내는
느낌으로 건네어진 가벼운 인사

그 상호작용의 마주침을 막 끝마친
버겁고 벅착 순간에 머리 위로 훑고 지나가듯
인사 뉴런 사이사이 올올이 박힌
시냅스 가운데서 아련히 떠오르다
스러져가며 꺼질듯이 전해진
신경전달 물질의 마지막 한 방울과
전기자극의 아릿한 따끔거림을 품고서

뇌주름 구석구석 휘감으며
파고드는 희열의 혀놀림에
젖어가며 각별한 쾌감에 눈 앞이
아득하며 몸은 낮은 봉우리들을 세우고
여진을 남기며 흔들거리는 두 다리를
땅바닥에 박아 세우듯이 꼿꼿이
단단하게 내 딛으며

살포시 눈을 감아 스쳐 지나갈 때에도
그 모든 내면을 수면에 취한 물고기의
파닥거림을 부정하듯이 마치
졸음에 쫄아가는 모습으로 비추기를
염원하며 출근객과 퇴근객은 멀어져 간다

아..황홀이란 어휘로 감히 담을 수가 있을까
오롯이 나의 주도로 나만의 권력으로
상대방을 항거할 수 없도록 정해진
나의 뜻대로 고개숙이도록 해버리는 바로
그 기적의 도약 순간의 수그림

그의 심장과 전두엽을 꽉 꼬나쥐고선
마리오네트 오토마톤 ai맹키로
순식간에 사람에서 비인간으로
탈바꿈 시켜버리는 검은 마술

하지만 실패하는 순간 내가 도리어
비인간취급 되어 버리는 파멸의 의식

이 저주받을 텅 비어버린 보이지않는
sm플의 야릇한 사슬은
나의 대뇌피질을 꿰어서 매번
주체할 수 없는 악마 쿠퍼씨까지
소환할 마력을 공급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