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문창 비전공자들에게 쓰는 거니까 문창과는 그냥 뒤로가기 눌러도 좋아.

마음같아서는 진짜 다 까발리고 알려주고 싶은데 나도 내가 몸담은 곳이 있고 받은 게 있고 지켜야 될 게 있어서 다는 말 못하겠다.

그냥 이런거 아주 잘 알고,  옆에서 아주 다양한 사례들을 목도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해야 될 것같다. 이 글은 일주일 정도 후에 지울거야.




너네가 등단을 어떤 식으로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돼 그냥

안되는 거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본업에 전념하는게 나아. 문창과 출신도 아닌데 여기에 목숨 거느라 세월 내팽개치는 것만큼 헛짓거리가 없어.

그래도 정말, 꼭 등단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름없는 습작생들만 모인 합평회를 다닐 게 아니라

소설가한테 수업료를 내는 스터디에 다녀서 인맥을 만들어 놓든지 문창쪽으로 대학원이라도 가서 어떻게든 기성 문인과의 접점을 챙겨놔야돼.

그거 없으면 등단은 못한다고 봐야돼.

물론 뭐 어디 사기꾼같은 것들이 만들어놓은 문예지나 이름없는 지면에 실려서 등단하는 거라면 그건 할 수 있지,  본인의 문학적 커리어가 끝날 뿐인거지 그냥.

내가 말하는 건,  중앙지 신춘문예나 주류 문예지 등단은

문단 기성 문인들과의 인맥,  안면이 조금이라도 없으면 거의도 아니고 '아예' 불가능하단 얘기야.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거야

'그럼 그 기성 문인들에게 금전적인,  혹은 다른 무언가의 상납을 해야 등단이 된다는 얘긴가?'

아니 아니 그런 식은 아니야. 적어도 내가 직접 아는 사례들 중에  돈이나 뭐 다른 걸 주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든가 그런 건 전혀 없어.

그 사람들, 프라이드 하나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직접적인 방식은 먹히지도 않아. 오히려 대놓고 그렇게 직진하면 역효과만 나지.

그럼 인맥이고 안면이고 연줄이고 나발이고가 왜 필요하냐고?

'이제 문학도 전문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권위가 살고 오래 이어진다.' 이게 기성 문인들의 속생각이거든...

그래서 본인들 보기에 전문성이 '없어야 하는' 비전공자나,  최소한 기성 문인 밑에서 스터디같은거라도 하지 않은 사람은

본인들 기준에 맞는 그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거들떠도 안보는거지.

아니 심사할 때 이름도 안나오는데 그게 비전공자 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고?

다 알아ㅋㅋㅋㅋ 진짜로 다 알아.

비전공자나, 문인에게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글 쓴 사람들은 무조건 다 티가 나

그게 못 썼다는 게 아니라, 기성 문인들에게 배우게 되면 남을 수밖에 없는 글의 흔적, 문장과 문단의 어떤 배열,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건 항상 문단의 첨단에 선 사람들의 그때그때 마다의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기때문에 문단과 아예 연이 없는 문단밖 사람들이 단순히 문예지 몇권 구독해 보면서 캐치해내긴 힘들단 얘기지.

그니까 지금의 문단은 이런식이야.

기성 문인들이랑 사제관계의 위치가 아닌 어느정도 수평적인 위치에서 술자리 여러번 해보고 어느정도 속얘기도 나눠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 사람들 생각은 대략 이래.

'문학이란게 그렇게 쉬워보이나? 우리한테 배우지도 않은 것들이 직장생활 몇년 하면서 소설이랍시고 써가지고 들이 밀 정도로 이게 만만해보이는 판이라 이거지?'

'어디 문학의 문자도 모르는 비전공자가 힘 잔뜩 주고 우릴 흉내내나'

그러니까,  지금 문인들은 자기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성 문인에게 굽히고 낮추고 배우지 않은 사람을 문단에 들이는걸 극도로 꺼려한다는 얘기지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 극도의 반발심까지 느낄 정도더라고.




뭐 이런 판이야.

문창과출신이나, 스터디 등을 하면서 문단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무슨 상납따위를 해서 등단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냥 열심히 노력하고 써서 등단을 하는거지. 실제로 본인이 갖추고있는,  본인이 보기엔 별 것도 아닌 '문단 사람들과의 안면'이 사실 등단의 아주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인 요건이란 걸 본인은 인지조차 못한 채 말이야.





뭐 문갤 쭉 보니까 저런 거 하나 없이 독고다이로 글 써서 등단하겠단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런 식으로는 안돼.  지금 문단이 그걸 받아주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갈수록 문학이 쇠약해져가는 마당에 최대한 외부로부터 이걸 걸어 잠그고 권위라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렇게 문단과 별 연이 없는 '외부인'들을 이 바운더리 안에 들여 주진 않아.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는데

뭐 솔직히 내가 몇 년간 보고 듣고 느낀 게 하도 많아서 할 말은 훨씬 많다만...이쯤 해서 줄일게

이따 밤에 기성 문인들이 술자리에서 어떤 소릴 해대는지, 무슨 소리까지 들어봤는지,  그 사람들이 내가 느끼기엔 정말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건지 이런 거 시간 나면 한 번 써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