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네온사인에 지쳐 들어선 카페에서
내가 시킨 커피 한 잔에는 무엇이 들었길래
짙고 선명하게 나를 비추고 있다
유리창 너머에 아른거리는 사람들은
덜 닦인 창 때문인지 알아볼 수 없고
비가 온 지 며칠은 지났음에도
찌뿌둥한 허리는 펴질 줄 모르지
시로 남기기엔 글이 부족하고
글로 적기엔 종이가 부족하고
종이에 남기기엔 내가 부족해서
둘러싸인 간판에서 한 글자씩 따온다
왜 위험할 것에는 붉은색을 입힐까
건널목 신호등, 자동차 브레이크, 배터리 부족
정말 위험한 것은 무색무취라서
도망갈 수 없도록 가까이에 와도 모르는데
붉은색 닫힘 간판 앞자리에서
붉은빛을 내며 하얀 연기를 내뱉으면
검게 타들어가는 것은 해가 질수록 길어지는
커피콩은 제 몸을 태워 사람을 데우고
도시는 사람을 태워 빛을 내는데
나는 무엇을 태우길래 그림자만 짙어가나
노래는 끝났고 커튼콜이 내려지면
못다 한 대사가 입가에만 맴돌고
내지른 말들은 귓가에 울리는 걸
두 손은 기름기에 젖어 잿빛으로 물들었고
스러져가는 건 내 걸음이 아니라
때늦은 낙엽과 차게 식은 술잔의 냉기
불을 붙이면 타올라 사라지니까
달을 붙여 조용히 밝혀야지
여기에서 나는 그림자와 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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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시에요 쓸쓸한 마음이 잘 느껴져요
너무 잘 읽었어요. 하지만 자기만의 색이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