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그런 게 있긴 하지


예를 들어 단편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을 적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나도 이 말 처음 듣기 전엔 뭔가 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근데 안 그러면 당선 따위 없다는 식으로 말해서 깜짝 놀람


출처는 김재순 소설가임




또 기억나는 건, 잘 읽히는 문장과 미문에 대한 집착.


요즘 미문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긴 한데,


내가 한참 강의 들을 당시엔


서사 따윈 필요 없고 잘 쓴 문장이 곧 서사다란 식으로 대부분 선생들이 말함


이건 출처가 너무 많음


니들이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람으론 김연수 작가랑 김원우 작가.


진짜 등단할 생각 있으면 이분들이 쓴 책 한번 훑어봐라.


'소설가의 일'이랑 '작가를 위하여'... 음 맞나?


할튼 그 책에 보면 김원우 작가는 신춘에 내는 작품들 8할이 기본도 안되었다고 함


문장력을 갖추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고... 읽기 곤욕이라고....


아마 그 문장력이라는 건 가독성과 호흡, 또는 정밀성을 말하는 듯함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배운 사람과 안 배운 사람의 인식 차이가 나는데.


순수문학 바닥에서 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장이 곧 소설의 전부라고 생각함


서사의 재미나 치밀한 영화적 구성 같은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


실제 장강명 작가도 '당선, 합격, 계급' 이라는 자기 책에 그렇게 써놨고,


위에 언급한 김원우 소설가도 투고작품들 대부분이 문장 기본 안된 개판이라 말함


소설에선 문장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일반적 상식이


문학계에선 상식이 아닌 거임





물론 문장 제끼고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문단 안에도 있기는 함

천명관이라고...


스승도 없고, 영화판에서 구르다가 등단한 케이슨데


근데 솔직히 이분은 이제 너무 오래되서, 희망적인 예가 되기 어려움


게다가 문단이 대놓고 지정한 공식적인 아웃사이더임


예전 특강에서 한 번 뵈었는데,


이분 말씀이, 그냥 문장따위 신경쓰지 말고 스토리 위주로 쓰라 그러더라


근데 내가 보기엔 그랬다간 진짜 예심 광탈임....


천명관 이분은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함




그리고 니들 중 하나가 언급했던 김영하?


이 사람도 내가 보기엔 그냥 아웃사이더임


이것도 출처 있음


예전 백가흠 소설가 특강 찾아갔었는데


거기서 한 문우가 2인칭 소설 쓴다고 했더니


그때 백가흠 소설가가 대뜸 하는 말이


2인칭 소설 그거, 김영하란 소설가가 처음 시도했을건데 자기는 그런 거 소설로 인정안한다고 ㅋㅋㅋ


자기 제자가 그랬으면 찢어버렸을거라고 말함 ㅋㅋㅋ


그리고 이때 대충 분위기 파악함


백가흠 선생은 당시 내 기억에 계명대 문창과 교수였을 거임

김영하 선생도 한예종 교수이긴 했지만




음... 이제 약간 희망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문단 주류 의지와 상관없이 뚫고 나오는 송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듯함


앞에 말한 2인칭 소설은 현재 자주 보이는 것 같고


등단하는 사람들 중에도 비문창과 비스터디 출신들이 가끔 있기는 함.


천명관 같은 케이스도 그렇고


몇 년 전 세계일보 장편 당선된 김근우 이 분도 스승 없는 중졸 출신이었음


그런데 이때 등단후기를 읽어보면,


대뜸 당선통보 이후 첫 질문이 '어디서 공부하셨습니까?' 임...


이거 풀어서 이야기하면,


당연히 어디 문창과 출신이나 문인 제자인 줄 알았던 거라고 해석해야 함...


김근우 소설가가 중졸인데요? 라고 대답하자


전화기 뒤에서 듣고 있던 심사윈들을 비롯한 사람들 대답이 '아!.....' 였음...


대체 이 '아!...' 는 무슨 의미일까?



그 외에 2013년도 한경신춘문예 장편 당선자도 스승없이 혼자 독고다이로 쓴 철학과 출신임


근데 이사람 유튜브에서 말하길, 자기보고 당시에 천재 아니냐고 난리 났었다고 함.


이것도 반대로 뒤집어보면,


배우지 않고 등단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소리로 들림





내 추측엔 그들만이 생각하는 '소설'이란 관념이 뭉치고 굳어져서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게 아닌가 싶음


나도 문창 출신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강의도 들어보고 관련 책들도 많이 본 결과


실제 이분들이 가르치는 방식 중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라는 거였음.


확실히 문단에서 생각하는 문학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문학에는 커다란 갭 차이가 있음


위에 비문창 비스터디 출신 등단자들처럼,


뭔가 본인이 쓰는 글이 선생님들 생각하는 문학과 운 좋게 일치하면 좋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확률이 대부분 높을 거고


또 생각해보면,


저 사람들 죄다 장편 등단자임....


천명관 선생도 등단작은 단편이지만 장편으로 재등단함....


그 외에 비출신인지 아닌지 애매한 분이 하나 생각나는데...


2010 문동 작가상 받은 김유철...


09년에 부산해양으로 먼저 등단하고 다시 재등단한 케이스인데


사이버대 문창과를 나중에 다시 들어간 걸로 보아 원래 스승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함


근데 이분도 이제 보니 장편이네??


게다가 벌써 10년 전이고... 으으..


장편 말곤 희망이 없는 것일지도




결론


선생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걸 하지 말아야 하는데,


못배운 인간은 뭘 하지 말아야 되는지를 모름


매년 신춘문예 등단작이 개성없이 비슷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거라 예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