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즌이 지나고 있군요.


 저는 등단 작가는 아니고, 출판사 투고해서 책을 한권 낸 사람입니다.

 작가로 불리기도 부끄럽고 그냥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오랜 시간 글을 썼으면서도 출판사 투고 말고는 생각도 않다가

 작년 신춘문예 신문사 두 곳에 태어나 처음으로 단편을 보내 봤습니다.

 당시 이주일 만에 두 편을 쓴 거라 지금 보면 몹시 부끄러운 글입니다.


 우체국에 등기를 보낼 때도 겉봉투에 '신춘문예 소설 부문 공모'라고 써서 보내서

 혹여나 우체국 직원이 '이 사람이 글 쓰는 사람이었나...' 생각하면 어쩌지 싶어

 또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의 일에 큰 관심이 없는 법이라

 우체국 직원은 여느 때와 같이 그저 등기 접수를 받고

 영수증을 끊어주고서는 저와는 빠이빠이 했지요.


 한국에는 등단 제도가 있어서 이게 참 문청들 마음을 혼탁하게 하는 듯 합니다.

 한국에서 보는 등단이

 신춘문예 수상하거나,

 문학공모전 수상하거나,

 문예지에 글을 발표하거나

 뭐 대충 이 정도고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걸로는 등단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래요.


 한마디로 저같은 사람을 등단 했다고 볼지 아닐지는

 사람들 시선 가기에 따른 것이라

 저는 참 이도저도 애매모호한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책을 내고 아내에게, 그 거시기 나는 등단이라고 하기엔 뭣해서

 훗날 문단에서 왕따를 당하면 어쩌지, 했더니

 아내가 지청구를 먹여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신춘문예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는가, 말하고 싶지만

 이런 말도 등단한 사람이 해야 설득력이 있지

 제가 해봐야 뭐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신춘문예에 시든 소설이든 등단한 사람도

 책을 못내서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그래도 책 나오고 좋아하는 광화문 교보문고 평대에도

 올라봤으니 등단 그까짓 거 필요한가 싶지만서도요.


 그래도 글쓰고 신춘문예 응모한 사람들이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춘문예가 신춘문Yeah~! 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학 공모전 최고 간지남은 故최인호 같아요.

 수상작으로 뽑아놨더니 고등학생이더라,

 뭐 이런 일화를 보면서 타고난 작가는 뭔가 다르구나 싶기도 합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타고난 글쟁이는 아니고,

 뒤늦게 책을 내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 사람이랄까요.



 작년 신춘문예 관련해서는 재미난 일도 있었지요.

 한 대학생이 쓴 시가 수상작으로 결정 됐는데

 알고보니 한 과학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문체만 바꿔서 응모했다가 덜컥 수상이 된 일이요.


 주최측에서는 표절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주변의 아우성에 결국 수상을 취소했던 일도 있습니다.

 당시 그 시가 표절인지 아닌지 저는 모르겠고,

 그 대학생이 당선 소감을 아주 멋드러지게 썼던데 몹시도 민망했겠다 싶습니다.



 제가 책을 내고 여기다가 글을 하나 쓴 일이 있는데

 그 어떤 예술혼도 문학적인 느낌도 들지 않는다는 댓글이 달려서

 얼굴이 붉어져 글을 지운 적이 있어요.

 디씨 갤러리에 글 쓸 때도 무슨 예술혼을 불태우고, 문학적인 재미를 주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신춘문예 같은 공모전은 문청들에게 몹쓸 문학병과 함께 낭만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글쓰는 사람들 다들 문학병만 벗어내면 좀 좋겠는데, 역시 이런 말도

 등단한 사람이 해야 설득력이 있는 법이겠죠.

 

 신춘문예로 등단 못하더라도 출판사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춘문예도 출판사 투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쪽이든 아예 닫혀 있는 문은 아니니까요.


 신춘문예도, 출판사 투고도 결국은 책을 내기 위함 아닌가요.


 저는 그랬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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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씨는 주로 눈팅만 해서 도저히 반말로 못쓰겠습니다.

 유리멘탈이라 악플 달리면 또 글 지우고 도망갑니다.

 글에 예술혼이나 문학적인 재미는 없더라도 그냥 봐주셔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