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리 말해두자면 신춘문예 시 당선작들은 그 자체로 작품성이 높은 경우는 많지 않아. 오히려 하향 평준화라는 느낌이 강한데, 뭐 생각해봐. 새해 첫 날에 일간지에서 문학 작품이랍시고 게시해야하는 건데 아무리 작품성이 좋다고 한들 어둡고 침울하고 자살충동 생기는 그런 걸 뽑을 순 없잖아?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지. 한국일보 당선작이 그런 편이고. 그리고 이것도 알아둬야 해. [당선작의 수준 = 그 시인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일부러 신춘문예에서 뽑힐 만한 무난하고 서정적인 작품을 투고하고, 당선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하는 사람들도 (드물지만) 있으니까. 물론, 그 반대로 ㅋㅋ 당선작에 영혼을 갈아넣고 수준 이하의 작품만 발표하는 인간도 있다는 거. 


경향 당선작부터 좀 보자. 



1. 경향신문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912312055015&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

좋은 당선작이야. 개성이 있어. 자기 화법이 있다는 건데, 문예지 공모전과는 달리 신춘문예에서 [자기 화법]으로 쓴 시는 뽑히기 어려워. 심사위원으로 서정틀딱이 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 친구는 어떤 개성이 있는 거냐고? 일종의 [시 작법] 같은 게 희미해. 어느 예술이나 그렇듯이 그때그때 유행하는 스타일, 시류 같은 게 있는데 이 친구는 좀 아니거든. 요즘 스타일 다들 느낌 알자나? 황인찬~ 행갈이 연갈이 느낌 있게 하고~ 아련아련하게 하얗게 맑게~ 백치 같은 미니멀리즘 말야. 아니면? 이소호 같은 페미 전사처럼 뜨겁거나. 대체로 그런 두 가지가 유행인데, 일단 그 두 스타일과 모두 거리가 있고. 


약간의 메타적인 접근 + 모험적인 진술의 무게감 + '세잔'에서 풍길 수 있는 낭만+사대주의 분위기를 '용석'으로 중화 

대충 이 정도 특징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사람 진술 쓰는 거 보면 사실 잘 못 써~ 오히려 서툰 편이야. 덜 여물었어. 그래도?! 중요한 건 저 특징들을 '위화감 없이' '기시감 없이' 조화시켰다는 게 중요해.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사실 이만큼 할 줄 아는 친구들 별로 없거든? 이 정도 하면 등단하는 거야. 부분 부분을 뜯어보면 존나 의심스러운데 전체적인 구조를 잘 짠거지.



2. 동아일보

http://www.donga.com/docs/sinchoon/2020/03_1.html

이제 이 시가 뭐냐면~~ 내가 위에서 얘기했던 아련아련 하얗게 맑게~ 백치 같은 미니멀리즘~~ 이거야. 비꼬는 거 같지? 응 맞아 비꼬는 거야! 

2010년대 초에 황인찬이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으로 등단했거든? 아직 10년도 안됐을 거야. 저거 검색해서 읽고 다시 이거 읽어봐. 그니까, 생각해보자.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어. 10년이 다 되가는 데 아직도 이런 걸? (그만큼 심화 발전이 없다, 오히려 못하다) 혹은, 아직 10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이런 걸? (황인찬의 등단작을 비롯한 첫번째 시집의 인상과 여운이 아직까지도 강렬한데 비슷한 걸 들고 온다?) 

재밌지 않아? 두 가지 방향이 서로 완전히 다른데 양쪽으로 모두 깔 수 있어 ㅋㅋㅋ 

요점이 뭐냐고? 그래서 존나 별로라는 거야. 신인인데 신인 같지 않다는 거지. 사실 완성도는 좋거든. 잘 쓴 시야. 웰메이드를 지향하는 게 개인의 예술 목적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럴 거면 시 왜 써? 

아 물론 이 사람도 완성도 있는 무난한 작품으로 등단하고 나서 자기 작업 잘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건 모르는 거야. 지금은 작품만 놓고 까보자는 거지. 적어도 '신인의 등단작'으로선 별로야. 


3. 한국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453480


자 이 작품도 내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즘 스타일' 중에 하난데. 페미 전사 스타일이지? 요즘 잘 먹히고 알아주는 작법이지. 비꼬는 거냐고? 음... 글쎄. 이건 결이 좀 다른 얘긴데. 위에서 미니멀리즘 어쩌고 하는 거야 거의 미학적인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거고. 이건 현실의 문제거든?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문학이 흥미로워지는 지점이 세월호, 페미니즘, 퀴어 이슈가 나오면서 부터인데. 음 잠깐 흥미롭다? 흥미로운 건지는 잘 모르겠네. 그러니까 예술성이 어쩌고 미학이 어쩌고가 아니라, 예술이 갑자기 현실과 지대한 접점을 만들고 그것을 확장시키면서 마치 20세기로 회귀하는 듯한 사회적 영향력이 나오고 있단 말이지? 

이 얘기는 한도 끝도 없고 대충 요점을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스타일은 '과대 혹은 과소평가' 받기 쉽다는 거야. 현실과의 접점이 크고 영향력이 클수록 오히려 과대평가 받거나 과소평가 받기 쉽지. 자 근데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이 보기엔 어때? 요즘 이슈에 부합하고 논점들을 건드리는 그런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과대야, 과소야? 


과대지 물론 ㅋㅋㅋ 요즘 퀴어라고, 새롭고 신선하다고 나오는 그런 작품들 있지? 그거 그냥 성애의 종류만 이성애로 바꾸면, 순식간에 존나 평범한 연애물 되거든?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 작품의 예술성이 뛰어나서 주목 받는 게 아니라 그냥 퀴어라서 주목 받는 작품도 많다는 거지. (그만큼 한국 문단이 조오오온나게 씹보수꼰대였다는 사실의 증거기도 하고) 

자 이게 무슨 말이냐, 지금 한창 쏟아져 나오는 현실적 이슈에 대한 작품들은, 시간이 좀 지나서 안정기에 이르러야 좀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거지. 지금은 블루오션이란 말야. 뭐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퀴어든 페미니즘이든 다룰만큼 다루고 뽕 뽑고 사골까지 우려먹을 수준이 되어야 (그러니까 현실과의 접점이 옅어질 때 쯤) 밑천도 보이고 거품도 빠지고 오십 년 백 년 뒤에도 고전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거지. 

멀리도 돌아왔는데 그래서 한국일보 당선작? 애매해. 가부장제, 남성의 폭력성에 대한 이 알레고리가 어때보여? 새로워? 충격적이야? (사실 난 좀 지루한데) 아 오해하지마. 다들 알잖아? 누군가에겐 그런 폭력성이 당장의 고통이고 지옥 같은 현실이고... 근데 이건 시잖아? 범죄 폭로나 법정의 증언 같은 게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고. 그래서 예술 작품으로써 연인이 때리고 멍들고 가스라이팅 애증 이런 거 지루하다고. 왜 뽑혔는 지는 알 거 같애. "신은 침착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강을 보고 걷는다 // 강에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강이 무거운 천처럼 바뀌는 것을 본다" 이런 부분 보면 깊이감도 있고 포텐셜 충만하거든. 근데 그 이상은 글쎄... 그래서 애매한데.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 중에서 가장 괜찮지 않았을까? 


조선일보

https://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9123101348

문화일보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20010201033312000001


서울신문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200102043008


한국경제신문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ec&sid1=103&oid=015&aid=0004266025


세계일보

http://m.segye.com/view/20191223516324


매일신문

https://m.blog.naver.com/joyan57/2217560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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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도 써야 하는데 귀찮아서 일단 여기까지만 쓸래 


문갤 애들이 재밋어 하면 더 써보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