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조카의 속눈썹이 참 길었다

계집애같다며 할머니가 한 소리 하길래

요즘 태어나는 아기들은 다 속눈썹이 길다고 했다
미세먼지다 뭐다 난리라, 나름 살아보려는 거라고.

어쩌면 속눈썹이 가려주는 건
고작 먼짓덩이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원치 않은 세상에 내어 미안하다는
삼신할미의 증표인 것이다

굳이 모든 것을 보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기 싫으면 눈을 감고 외면할 수 있고

너만 좋다면, 반쯤 뜬 실눈으로
보고 싶은대로 봐도 괜찮다는.

(약속시간 3시 아니야?)

그럼에도 나는, 뷰러를 꺼내
속눈썹을 뿌리 끝까지 집어대고는

마스카라까지 덕지덕지 발라대니
두 눈두덩이에 공작새가 앉았다

더 이상 눕혀도 눈을 감지 않는
고장난 여자아기 인형처럼

나는 이만큼이나 눈을 뜰 수 있다고,
이만큼이나 선명하게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연약한 눈동자를 숨기려
가슴을 피고 깃털을 한껏 부풀리면

늘어지게 비명을 질러대는 나의 눈꺼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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