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예전이라고 해봤자 2~3년 정도 전이지만 나는 새벽에 혼자 집에서 나와 아스팔트 도로 위에 누워본 적이 있다. 딱히 가출을 하고 싶었다던지 죽고 싶었다던지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답답했을 뿐이다. 무엇이 답답했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 당시에 나는 중학생이었다. ‘수고했다.’라는 말과 함께 졸업식을 치르고 6년간 생활했던 초등학교를 벗어난 우리들은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둘러쌓여있었다. 우리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빨리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든 노력만한다면 이뤄낼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시기였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맞아 보통의 아이들처럼 지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나는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친구든 내가 공부하는 모습이 보여지는걸 극도로 꺼려했다. 그 탓에 시험기간만 되면 새벽에 남몰래 공부하느라 몇일이고 밤을 샜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도 믿지 못했다. 친구들은 비즈니스 동료라고 생각했고 선생님과는 계약관계, 그리고 부모님과 나는 그저 채무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마음에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지 못하도록 조율하고 관리하는 일에 매진했다. 나는 이러한 점들을 남들 눈에 잘 안보이게 숨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아무튼 그 당시의 나는 가게의 불빛도 모두 꺼진 시간. 멀리서 비춰오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만 의존한채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에 누웠어야만 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5차선 도로 한 가운데에 대자로 누운 나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다시 아스팔트 도로 한 가운데에 누워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지금이 대낮이라는 점이다.
하늘에서 도로에 누워있는 나를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일광욕을 하러 육지로 올라온 갈라파고스 제도의 도마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얼추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지금 쉬고 있다. 인간이냐 도마뱀이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저기 보이는 도마뱀이 바다 이구아나인지 그냥 이구아나인지 딱 그 정도의 문제다. 그 문제는 적어도 내겐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흥미를 잃었다. 나는 따뜻한 아스팔트 도로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도로 위에는 여러대의 차들이 멈춰있었다. 정지선에 맞춰 멈춘 차들도 있었고 서로 부딪혀 심하게 파손된 차량도 있었다. 나는 그러한 차들 중 한대를 골라서 올라탔다. 차를 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의 차 문은 열려있었다. 걔들 중 몇몇은 잠겨있었지만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 창문을 부수고 손을 뻗어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면 되었다. 이런 내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물론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없다.
내가 이 차에 올라타기로 결심한 이유는 부모님의 차와 같은 차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부모님의 차가 아닌 그 이전의 차였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쯤 차를 바꿨던걸로 기억한다. 그 전까지 우리는 아마 많은 곳을 다녔었던 것 같다. 놀이공원 박물관, 콘서트 등. 정말 많은 곳을 다녔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차를 바꾸고 나서부턴 어째선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디를 갔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 이 차를 타고 있었는지.
차에서는 당연하게도 낯선 냄새가 났다. 시트도 달랐고 네비게이션도 달랐다. 나는 조수석 서랍을 열어봤다. 몇 년 동안 방치해 두었는지 모르겠는 서류 뭉치들. 선글라스. 그리고 가족 사진이 나왔다. 사진 뒷면이 누렇게 바래져있다. 아빠 엄마 딸 셋이 함께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다. ‘여기는 어딜까? 저들은 왜 웃고 있을까?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어떤 만남과 헤어짐을 가졌을까? 몇 명과 사귀었으며 몇 번이나 잤을까? 이 애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어떤 고난을 만나고 어떻게 헤쳐나갈까?’ 같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나는 사진을 도로 집어넣고 차에서 내렸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걷기로 했다. 여러 생각은 치워두고 일단은 한가지 목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녁까지는 공연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일기는 일기장에
재미없다.
어디부터 소설임? 제목이 없어서 헷갈리네
괜찮은데..비추만 먹기엔 안타까운 듯
잘썼다
와... 첫 문장부테 매혹적이네...;;
대박인데?
잘쓴다
처음 쓴거치곤 잘썼는데.. 군데군데 작위성이 보이는게 아쉽네..
잘쓰네 응원한다! - dc App